조약돌 같은 선생님

2017.06.14 09:39:39

바닷가에서 살아본 사람은 해변가의 조약돌에 대한 관심을 한번쯤은 가지게 된다. 옛날에 6개월 동안 해변가에 있는 교육연수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기에 바다와도 인연이 깊고 조약돌에 관한 추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


이 시간에는 조약돌과 같은 선생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조약돌은 무수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많은 매를 맞았다. 말도 못하는 시련을 겪었다. 모난 돌에 정 맞듯이 시도 때도 없이 맞았다. 다듬어지고 다듬어졌다. 조약돌과 같은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생님은 경륜에 따라 얼마나 많은 파도에 얻어맞았는지 모른다. 위로부터, 좌우로부터, 아래로부터, 외부로부터 시련이 겹치고 겹쳤다. 하루이틀이 아니다. 시련을 견디어 낸 선생님들을 보면서 한없는 존경을 보낸다.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었고 인내가 성숙한 선생님으로 우뚝 서게 했다.


하루에 열두 번 화를 낼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화를 내며 스트레스를 풀어도 되지만 그건 선생님으로서의 자세는 아닌 것을 알아 참고 또 참으면서 자신을 잘 훈련시켜 나가는 것을 보면서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조약돌(pebble)은 입자 직경 2~64 밀리미터의 돌이다. 아주 작은 돌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각계각층의 사람들보다 모든 면에서 작아 보인다. 누구도 선생님을 영향력 있는 분으로 여기지 않는다. 다들 선생님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다. 자기들 눈에는 선생님들이 너무 작아 보인다.


우리 선생님들이 작은 존재로서 많은 시련을 겪었으니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작고 동글동글한 돌이 되었으니 누구나 가지고 싶고 만지고 싶은 귀중품이 되었다. 사람들이 머무는 곳에 잘 보관하고 싶고 장식하고 싶고 꾸미고 싶은 돌이 바로 조약돌인 것이다.


조약돌은 작아도 정말 쓸모가 있다. 조약돌은 장식품으로도 활용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가치가 있다. 선생님이 있는 곳에는 빛이 나고 윤기가 난다. 선생님이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며 선생님이 멈추는 곳에는 향기가 남는다.


조약돌은 추억의 상징이다. 그리움의 상징이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보면서 이런 사랑이 우리 학생들에게 자리를 잡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에도 조약돌이 나온다. 소녀가 던져준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소녀를 그리워하는 소년을 보면서 청소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조약돌은 사랑의 상징이요 추억의 상징이요 그리움의 상징이다. 조약돌과 같은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은 선생님에 대한 사랑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피워날 것이고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삶을 새롭게 만들어갈 것이다.


조약돌은 둥글게 되었다. 모나지 않게 되었다. 우리 선생님들도 매끈한 조약돌처럼 매끈한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까칠까칠한 선생님이 아니라 윤기나고 성품이 매끈한 그런 선생님이 되면 좋을 것 같다. 피부를 미끈하게 잘 관리하는 것처럼 성품도 매끈하게 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하면 애들도 까칠까칠한 성품에서 미끈한 성품으로 다듬어지지 않을까 싶다.


조약돌과 같은 선생님이 돼 보자.

문곤섭 전 울산외고 교장 moon53k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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