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를 따라 나선 보물섬남해독서학교 독서여행

2017.08.30 10:15:29


에드워드 H.카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역사의 연장선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 군산에 보물섬남해독서학교 아이들이 호흡을 같이했다. 말복을 넘긴 다음 날 팔월의 태양에 달구어진 대지는 열을 내뿜는다. 두어 시간여 만에 금강하구와 서해를 보며 군산 시내로 들어선다. 군산은 1899년 5월 1일 일제에 의해 강제로 개항되기 전 옥구군에 딸린 조그만 포구였다. 하지만 강화도조약 이후 일곱 번째 개항되어 호남 곡창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내는 거점이 됐다. 개항 당시 500명이 채 안 되는 인구는 8,000여 명의 일본인이 건너오고 소작에 나선 조선인들까지 합쳐 북적대는 도시가 됐다.

조금 이른 느낌이 들지만 북적거리는 시간을 피해 바다와 가깝다는 빈해원이란 중국식당으로 첫 일정을 시작한다. 이 집은 군산에서 65년 된 중국집으로 원주인은 대만으로 가고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소박한 중국집이지만 가운데 긴 홀이 있고 홀 양쪽으로 죽 늘어선 이층복도와 아치형 천정은 중세 성당 같은 묘한 느낌을 준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탁류를 집필한 소설가 백릉 채만식 문학관으로 향한다. 

채만식은 1902년 전북 옥구에서 태어나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를 중퇴했다. 흔히 채만식을 풍류 문학가 또는 불란서 백작이라고 부른다. 비록 수중에 돈은 없지만 언제나 곤색 상의에 회색 바지를 깨끗이 입고 모자까지 쓰고 다니는 신사풍의 그를 보고 주위 사람들이 붙여준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과 외곬은 배타적인 면, 한번 잘못 본 사람은 끝까지 미워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은 장편 소설인 '탁류'인데 부조리에 얽힌 1930년대의 사회상 풍자와 군산을 무대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억눌린 서민들의 삶을 기록한 수작이다.

문학관 2층에서 금강하구를 바라본다. 시선이 닿은 곳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와 금강이 만나는 하구라 짙은 회색빛 펄이 박무 낀 날씨와 닮아있다. “에두르고 휘몰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 째 얼려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탁류의 한 부분이다. 맑던 물도 군산에 이르면 탁류로 변한다는 암시적인 표현을 통해 일제 수탈의 역사가 서린 군산을 말하고 있다.

문학관에서 시대적인 상황을 이해한 아이들은 이영춘 가옥으로 향한다. 이 가옥은 일제강점기 시절 전국 5대 갑부 중 하나인 일본인 대농장주 구마모토가 1920년경 조선총독부 관저와 비슷한 건축비를 들여 만든 초호화 건물이다. 미터법을 사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건축물로 외부형태는 유럽식 벽난로와 다다미는 일본식, 침실은 한식 온돌을 설치한 특이한 아름다운 가옥이다. 그리고 1935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혜의원 원장으로 부임하여 농촌 의료에 헌신한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이영춘 박사가 해방 직후 구입하여 진료소로 이용하다 지금에 이르고 있다. 좁은 공간에 약간 불편한 면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일본의 토지조사사업과 산미증식계획으로 수탈에 메말라져 간 우리 소작 농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한 장씩 담는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은 시내를 통과한다. 차창 밖으로 길게 줄을 선 인파 사이로 이성당 빵집의 상호가 보인다. 이 빵집 또한 일제의 흔적으로 그 시작은 일제강점기 이전 일본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70년을 합치면 족히 100년을 넘는다. 지금은 그 비법을 이어받아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데 단팥빵과 야채빵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역사의 눈물을 머금은 그 빵이 달콤할지 의문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일정이 시작된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어느 곳도 일제의 수탈을 피할 수 없었다. 그 모습 하나하나를 모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군산 하면 뜬다리부두가 유명하다. 군산 내항에 있는 뜬다리는 모두 7개였었는데 지금은 3개만 있다고 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의 물 수 위에 따라 물이 들어오면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리가 떠오르고 물이 빠지면 다시 다리가 가라앉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수탈의 편리성 때문에 뜬다리가 만들어졌지만 과학적 원리는 높이 살만하다. 일본은 이 군산 내항을 통해 호남지역에서 생산되는 200만 석이 넘는 쌀을 수탈해갔다. 일본이 그 쌀로 배가 터지도록 먹을 동안에 우리 민족은 먹을 것이 없어서 배를 곯아야 했다. 보릿고개까지 겹치는 계절이 올 때는 고통이 배가 됐을 거란 생각에 숙연해지며 분노에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라고 했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현재의 거울이자 살아가게 될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민족, 계급, 종교와 같은 갈등요소로 첨예하게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역사 인식의 출발점이다. 이번 군산 독서여행을 통하여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이 긍정의 역사 관점에 비판 정신을 더하여 혁신과 개선으로 인류 발전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사고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되기를 모아본다.


장현재 경남 상주초 교사 qwe85a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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