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校服)에 대한 단상(斷想)

2018.05.21 11:33:26

1980년대 초까지 중·고등학생의 교복 착용은 의무적이었다. 그런데 학생 복장의 지나친 통제와 학생 자율권을 박탈한다는 교복 착용의 부작용으로 1981년 교복 자율화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교복 생산업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제 교복 자율화가 시작된 것은 1983년부터였다.


교복 자율화로 학생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압적인 복장 단속으로 빚어진 학생과 교사 간 갈등이 사라졌다. 교복 자율화와 함께 두발 자율화가 시작된 것도 이 시기였다. 그리고 학교 체육복과 실습복 등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학교 특성에 맞게 학교장이 결정하도록 했다. 사실상 교복 제한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학교 대부분이 교복 착용을 폐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교복 자율화는 학부모에게 적지 않은 가계 부담을 떠안겼다. 많은 학부모는 아이들의 사복을 구입하는 데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다. 교사의 경우, 학교 학생의 구분이 힘들어 교외 생활지도에 큰 어려움이 뒤따랐다. 학생들 또한 지나친 소비 경쟁을 불러일으켜 학생들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교복 착용을 재차 요구했다.


교복 자율화로 인한 부작용이 갈수록 심해져 1985년 교복 자율화 보완조치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1986년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다시 교복을 착용하는 학교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마침내 1993년에 이르러 중·고등학교 대부분이 교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교복은 학생 간 위화감을 최소화시키고 소속감을 고취하는 데 큰 작용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학부모 또한 아이들의 지나친 과소비와 허영심을 막는데 교복의 역할이 컸다며 교복 착용을 줄곧 반겼다. 모든 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복은 자신이 학생 신분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데 좋은 매체가 될 수 있다며 교복 착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사의 경우, 교복을 입음으로써 학생 신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교복의 형태와 색깔을 통해 학교의 학생을 구분할 수 있어 학생 생활지도가 쉬우며 나아가 청소년 비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의 교복 착용을 적극적으로 찬성해 왔다.


그런데 최근 교복 착용과 관련 찬반이 다시 일고 있다. 학교마다 지정된 교복이 있음에도 교복을 입지 않고 체육복과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로 일부 학교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군다나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교복보다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에 일부 교사들은 이럴 바에는 차라리 교복을 없애는 것이 낫다며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못마땅해 하였다.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버젓이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무작정 나무라지 말고 그 이유에 한 번쯤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철저히 분석하여 좋은 해결책을 강구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교복을 잘 입지 않고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다. 대부분 학생은 먼저 그 이유로 학교생활의 불편함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마치 무언가에 소속되어 있어 강박감이 든다며 교복 착용을 반대했다. 일부 아이들은 또한 어떤 규정에 꼭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그 자체가 싫다며 교복을 꼭 입어야만 하냐며 반문했다.


그래서일까? 교복을 자신의 신분을 옭아매는 덫으로 생각하는 일부 아이들이 학교의 강력한 규제와 억압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들떠 졸업식장에서 교복에 밀가루를 뿌리고 심지어 교복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학급(30명)을 대상으로 교복 착용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교복 착용을 찬성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더 교복 착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와중에 교복 자율화를 주장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교복 착용을 찬성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모든 아이가 교복을 입고 다닐 수 있을까를 학교 차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교복 착용의 단점보다 장점을 더 부각해 아이들이 교복 입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


단지 귀찮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비싸게 산 교복을 옷장에 묻혀두지 말고, 아이들이 매일 교복을 입고 다님으로써 교복이 살아 숨 쉬도록 해줘야 한다. 이제 교복이 더는 학교의 상징물로만 남아있게 해서는 안 된다.


사복(私服)처럼 아이들이 교복(校服)을 입고 자신의 개성을 맘껏 뽐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학교 차원에서 교복 관련 여러 행사(백일장, 사진 및 모델콘테스트, 표어 및 포스터대회 등)를 개최하여 아이들이 교복과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교복의 매력에 빠져 자연스레 교복을 입을 것이며 나아가 애교심 또한 고취될 것이다.


특히 교복이 촌스럽다는 이유로 교복 착용을 회피하는 아이들을 고려하여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복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아이들의 취향에 맞는 교복을 선정, 자주는 아니지만 몇 년마다 교복을 바꿔주는 것도 괜찮다.


오늘 문득 교복을 단정히 입고 수업을 들으면 정신 집중이 잘 된다는 한 여학생의 말이 새삼 낯설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김환희 강원 강릉문성고 교사 db1013@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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