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곡성 “뭣이 중헌디?"

2019.10.15 09:04:17

우리가 쓰는 말에 ‘똥오줌도 가릴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 무엇인지를 구분할 줄 모르고 분별력이 떨어지는 유아적인 행태를 지칭할 때 낮춤말로 쓰기에 적격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나이만 먹었지 생각의 수준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위들이 거침없이 자행되고 있다.

 

특히 정치판은 단연 압도적이다. 따지고 보면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은 우수한 재원이고 사회적으로 성공에 가까운 입지를 쌓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치판에만 들어서면 그 행태가 그야말로 유치찬란하기만 하다. 심지어는 자신의 배설물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확증편향 증상을 보여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2016년 5월 개봉해 7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화제의 영화 ‘곡성’에서 귀신 들린 딸 효진(배우 김환희)이가 주인공인 아빠 중구(배우 곽도원)에게 눈을 흘기면서 내뱉은 대사이다.

 

몇 년이 지났지만 김환희의 명연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이 대사는 억양이 거센 전라도 사투리로써 표준어로는 “무엇이 중요한데! 무엇이 중요하냐고?” 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대사가 관객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당신은 과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아느냐”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촛불정부는 평등, 정의, 공정을 국정운영의 기저로 삼고 있다. 이는 모두 사람이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향점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저기서 삶의 고통과 애환으로 절규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야말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는 곡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삶의 모든 영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교육의 어느 곳 하나 성한 곳 없이 생채기를 감싸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환자처럼 보인다. 오죽하면 이민을 가고 싶다는 국민이 나올까. 교육 분야만 해도 합법적 불공정이 교묘하게 이 사회를 가리는 장막이 되고 어떤 것이 상대적으로 ‘못난 부모’인지를 선명하게 구별 짓는 행동지침만이 난무하고 있다. 힘없고 가난한 국민들은 자녀교육을 포기하고 삶의 희망의 끈마저 놓아야 할 판이다. 그저 목구멍에 풀칠하고 생명만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분명 아니지 않는가.

 

다시금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 땅의 국민들에게 과연 ‘뭣이 중헌디’ 말이다. 이권과 파당적 기득권만을 유지하기 위해 직무태만, 직무유기로 정작 국민들의 피눈물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보릿고개가 사라진 지금에도 굶어 죽어가는 국민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하루 종일 폐휴지를 모아 몇 천원을 손에 쥐는 노인들이 이 땅에 얼마나 있는지 알고는 있는가.

 

생사를 가르는 시간을 생계유지에 투자하며 목숨 걸고 공부하여 스펙을 쌓아도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헬조선’을 벗어나게 할 수는 없는가. 사교육에 등골이 휘는 학부모들에게 이마의 주름살만이라도 펴줄 수는 없는가. 0.9에 머무른 자녀출산으로 미래에 국가의 운명이 꺼져가는 불안에 희망을 주는 정책은 없는가. 가진 자와 없는 자가 서로 공존하며 따뜻하게 나누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사회는 그저 허상에 불과한 것인가.

 

누구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동력이 되는 희망이다. 한때의 고난과 역경도 희망 속에서는 인내할 수 있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는 무희망과 절망이 가득한 곳에서는 모든 것이 의미 없는 행진일 뿐이다.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단지 영화 속 대사로 끝나는 물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항상 ‘뭣이 중헌디?’를 물으며 살아가자. 여기엔 사람은 사람을 존중할 의무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교육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켜나가는 지속적인 가치관과 행동만이 중요할 뿐이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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