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바람

2019.12.24 13:28:56

2019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교수신문에서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내놓는다. 지난 15일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3%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뽑혔다고 밝혔다. 그 뒤를 이은 말은 물고기 눈이 진주로 혼동을 일으켜 무엇이 물고기 눈이고 진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진짜와 가짜가 마구 섞여 있다는 어목혼주(漁目混珠)를 선택했다. 이 두 가지 말은 넓게는 지금 우리가 처한 정치 상황을 직시하게 하고 좁게는 그 뿌리가 되는 개개인의 마음을 들춰 보게 한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공명조’를 말한다. 불교 경전인 불본행집경과 잡보잡경을 보면 공명조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는데 이에 질투를 느낀 다른 머리가 화가나 어느 날 갑자기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고 한다. 결국 운명공동체인 두 머리는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 말이 선정 된 이유는 지금 우리의 정치 상황이 여야가 서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과 더불어 국민들까지 끌어들여 편으로 나누는 편싸움에 동조하고 있는 모습을 일컫는다. 공명지조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기도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지금의 한국 사회의 안타까움을 들어 선정하게 됐다’고 했다. 또한 지도층이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이용하고 심화하려는 생각이 강하고 국익보다 사익을 위한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에 비겨 의견을 낸 교수도 있었다. 참 안타까운 운명공동체의 현실이다.

 

그 뒤를 이은 말이 어목혼주이다. 물고기의 눈알과 구슬이 뒤섞여 가짜를 진짜로 속이고 가짜가 진짜를 뺨치는 현실을 말한다. 흔히 우기기를 잘하는 서울도 가지 못한 사람이 서울 간 사람을 이긴다는 상황을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정교하게 모방한 가짜가 진짜를 보고 되레 손가락질하는 세상을 말하기도 한다. 혼탁한 세상을 살아갈 때 참과 거짓을 바르게 판단하는 안목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사이비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주를 구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최근 몇 년간의 사자성어를 되돌아본다. 지난해는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이 2017년에는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의미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2016년 백성인 강물이 화가 나면 배(임금)을 뒤집는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가 꼽힌 바 있다. 이 모두 그해의 주요 흐름을 토대로 상징하는 바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무수한 갈등을 안팎으로 겪고 있다. 안으로는 진보와 보수를 칭하며 좌우 대립으로 지도층은 물론 국민도 분열 증세를 겪고 있다. 그리고 밖으로는 북한 핵을 두고 강대국들의 첨예한 대립과 먼 이웃 일본과는 무역 갈등을 겪고 있다.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란 하나의 운명공동체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주장이 서로 자기주장을 내세우며 대립과 혼돈 속에 공멸의 우려를 비추고 있다.

 

정치는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념의 결말이 아닌 상생의 비전을 제시하며 삶을 향해 가는 것이다. 한 개인이나 특정 당의 이권을 위해 싸우는 이분법적인 형태보다는 공생을 위해 옳고 그름을 비판하여 바른 삶의 길로 가도록 하는 게 올바른 어울림의 정치이다. 어울림이 바로 설 때 선택과 갈등의 양분된 마음에서 정의롭고 공정한 자아의 결론으로 성장과 화평의 땅을 향할 수 있다. 이 어울림은 여러 사람의 삶에서도 필요하지만, 개개인의 마음 세상 속에서도 필요하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두 자아가 서로 비판과 성찰, 돋움이 있을 때 성장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런 이치를 가정과 사회, 국가로 돌려 비교해보면 상생과 발전을 위한 답은 자명하다.

 

2019년을 보내는 12월의 밤공기가 차다. 하늘 높은 곳에서 내린 이슬빛이 구슬이 되고 더 높은 하늘에서 내린 눈이 빛나는 보석이 되어 가는 십이월이면 얼마나 좋을까? 백색의 화원에서 뿜어내는 겨울 향이 하늘의 꽃이 되어 모난 마음을 포근히 감싸 안는 십이월이면 참 좋겠다. 그리고 마음이 분열된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2020년을 여는 1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장현재 경남 해양초 교사 qwe85a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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