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신뢰 회복 어떻게 해야 하나

2020.01.28 11:48:50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교육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에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깊게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신뢰도 점수가 5점 만점에 2.79점에 불과했다. 또 교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학원 강사 등과 같은 현장 경험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하는 방안에 학부모의 56.1%가 동의했다. 98%에 달하는 응답자는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한마디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에서 비롯된 요인이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로 구축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교육에 대한 철학과 성찰이 없이 진영 논리에 따라 정책들이 빈번하게 만들어진다. 그에 대한 부작용과 파행이 결국 학부모들이 교육에 불만족을 갖게 했다. 교사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도 정부의 오락가락 하는 정책의 혼란을 교사들이 그대로 뒤집어쓴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교사의 수준은 이미 세계에서도 인정을 했다.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 교사를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교사 집단으로 꼽았다. 교육 강국인 싱가포르는 상위 30%, 핀란드는 상위 20%의 인력이 교사가 되는데, 한국은 5% 인재가 교단에 선다고 했다. 실제로 내신과 수능이 1~2등급 수준이어야 교대에 진학할 수 있다. 중등 교사가 되는 사범대학 진학도 상위권에 들어야 가능하고, 다시 임용시험에 엄청난 경쟁률을 뛰어넘어야 한다. 교육 수준은 교사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 전제대로라면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에게 한없이 신뢰를 보내야 한다.

 

교사의 신뢰도 점수는 그 결과 값이 애초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치다. 즉 교사의 신뢰도는 학부모가 가지고 있는 자녀의 기대치와 그 실현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교사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우리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실현되지 못하면 교사의 신뢰도 평가는 만족하기 어렵다.

 

통계 중에는 학교급별 만족도가 상급 학교로 갈수록 떨어진다는 조사도 있다.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는 아이의 현재 상황이 그 자체로 만족스럽다. 하지만 고등학생일 때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욕심이 구체화된다. 그런데 그 기대란 만족스러운 경우가 거의 없다. 아이에 대한 기대는 높은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마침내 자녀의 미래도 불안하다는 인식에 다다른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도 못 믿고, 자신도 못 믿는 상황이 지속된다. 그러니 선생님이라고 믿을 수가 있겠는가.

 

역설적이게도 지금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를 믿지 못하지만 여전히 학교에 보내고 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희망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구성원이 모두 노력해서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불신이다. 교육 당국은 교사들을 불신한다. 교사들은 교육 당국을 믿지 못한다.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교사들 역시 학부모를 불신한다. 교육은 신뢰가 생명이다. 신뢰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인정 욕구가 강하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인정을 받을 때 능력을 발휘한다. 신뢰 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활기찬 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교육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자기효능감이다. 학생들뿐만 아니다. 교사의 자기효능감도 교육적 행위를 성취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교사의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인센티브를 주거나 정책을 펼칠 필요까지 없다.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여론 조성만으로도 충분하다.

 

교육당국이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객관성 확보도 어려운 설문 조사로 학교 문화를 헤치고 있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반목과 갈등이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불평과 불만을 갖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보니 소중한 것을 모르고 고마움을 모른다. 사실 만족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배움을 가치 있게 여기고, 마음에 다가서는 문화를 조성하는 설문 조사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무너지는 우리 학교 문화를 바꾸는 디딤돌이 된다.

윤재열 경기 천천고 수석교사, 수필가 tyoon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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