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창가에서] 12월의 시간 위에서

2020.12.17 14:24:37

경자년 12월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 팔랑거린다. 올 한 해는 참으로 우울한 해였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4개월 보름 동안 긴 장마가 이어져 농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고, 코로나19로 인해 긴 시간을 마스크 함께하며 지금은 3차 대유행에 휩싸여 있다. 이로 인해 경제는 무너지고 국민은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생애 마지막 5분의 의미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은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이다. 이제 한 해를 보내는 12월에 서서 한번 지나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시간과의 인연을 얼마나 소중히 했는지 물어본다. 이런 시간의 소중함을 되새기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에 비교되는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옙스키다. 그는 5분의 의미를 평생 깨달음으로 간직하고 실천한 사람이었다.
 

도스토옙스키는 28세 때 내란음모 혐의를 받아 사형선고를 받는다. 영하 50도 되는 어느 겨울, 사형 집행장으로 끌려가 기둥에 몸이 꽁꽁 묶인다. 그는 사형집행 예정 시간을 생각하면서 시계를 보니 자신이 이 땅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이 5분 정도였다. 28년간을 살아왔지만, 그때의 5분은 천금처럼 귀중하게 여겨졌다. 그 소중한 5분을 어떻게 사용할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고민 끝에 결정한다.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 기도를 하는데 2분을, 오늘까지 살게 해 준 하느님께 감사하고 곁에 있는 다른 사형수들에게 한 마디씩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2분을, 그리고 나머지 1분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지금 최후의 순간까지 서 있게 해 준 땅에 감사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형장에 끌려온 동료들에게 한마디씩 인사하는데 2분을 쓰고 자신의 삶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데 문득 3분 후에 갈 곳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고 아찔해진다. 지난 세월을 순간순간 소중하게 사용하지 못한 후회와 뉘우침에 깊이 사로잡힌다. 이제 총에 탄환을 재는 소리가 들린다. 죽음의 공포가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바로 그 순간 한 병사가 흰 수건을 흔들며 달려와 황제의 칙령이라며 사형을 중지하라 한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 유배지에서 자유를 얻고 난 후부터 그 당시 최후의 5분을 항상 잊지 않았다.
 

그는 시간을 금같이 소중하게 관리하면서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예지를 가지고 치열한 창작 활동에 매진한다. 그 결과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다. 5분의 경험을 소설에 투영된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우리에게 깊이 있는 삶의 성찰을 전한다.

 

남은 시간을 만져야 할 때

 

우리는 언제나 시간을 마주한다. 우리에게 12월이란 시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작은 것에 행복해하지 못했던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다가올 시간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동안 지녀온 욕망과 미련의 잔가지를 내려놓고 흰 배추 줄기 같은 깨끗한 마음으로 가슴에 햇살이 피어오르는 온기의 미소로 12월의 남은 시간을 만져야 할 일이다. 비록 코로나19 대유행의 위기지만 인생은 5분의 연속이라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무심히 지나가는 5분이 있지 않은지 5분조차 소중히 채우면서 후회하지 않는 한 해가 되는 알찬 마무리가 필요하다.

장현재 경남 해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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