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교육철학자 리처드 피터스가 자신의 강연을 토대로 엮은 책이다. 그가 교육철학으로 명성을 얻기 이전에 쓴 내용을 주로 담아 철학자로서 학문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20세기 중반의 영국과 영국교육을 비판한다. 현대사회의 권위 몰락과 그에 따른 책임 회피에 대해 다룬다. 20세기 중반에 출간된 이 책을 한 세기가 지난 후에 번역 출간한 이유에 대해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인 피터스 교수의 교육철학자로서 입신작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다소 왜곡돼 소개된 측면이 있다. 이 책은 그의 학문적 입지를 잘 드러내 준다. 다른 하나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내로남불’ 현상을 극명하게 분석해주기 때문이다.”
피터스 교수는 전통을 모두 적폐로 보는 태도를 경계한다. ‘남의 탓’, ‘주변 환경 탓’을 하는 행태다. 이런 행태는 건전한 사회가 요구하는 동력인 주인의식과 책임 의식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본다. 기계론적 평등이나 ‘동지애적 평등주의’에 입각해 권위를 적폐로 삼아 몰락시키기 때문이다.
김정래 교수는 “기존 질서를 무분별하게 ‘적폐’라고 규정한 선민의식은 편 가르기에 그치지 않고 ‘내로남불’이라는 또 다른 질이 나쁜 적폐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그런 적폐가 21세기를 사는 우리 의식 저변과 사회 전반에도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몇 달 전 국회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 있었던 일이나 엄밀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법부 수장의 거짓말 논란 등은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변명을 위해 결정론을 들었는데, 이는 책임을 회피하는 운명론과는 다르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이나 ‘내로남불’ 위선을 방치하면 그 사회 전반의 기반이 무너진다. 일반 대중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부도덕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른바, ‘리플리 증후군’이나 ‘가스등 효과’라는 결정적인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전통과 개혁의 조화’, ‘명분과 실리의 조화’도 강조한다. 추락한 영국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선진국 반열로 올린 대처 수상, 노동당의 강령을 보수적으로 전환해 성공한 토니 블레어 수상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보수-개혁의 이분법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제3의 길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제3의 길은 대개 진보와 보수의 외연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언급된다. 보수와 진보의 조화는 자신의 입지를 토대로 합리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는 실종돼 가는 권위 문제에 대해 짚어내고, 2부는 책임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사회상을 다룬다. 또 3부에는 향후 교육이 지향해야 할 이론적 모델을 설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