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조교사, 데이터에 달렸다

2022.06.07 10:30:00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이다. 디지털과 AI 등 역량을 갖춘 신산업·신기술 분야 핵심 인재를 적기에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SW·AI교육 기반을 조성, 이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에 따르면 먼저 초·중·고 교육과정에 SW·AI교육이 필수화된다. 이를 위해 교육부 중심으로 정보교육시수를 확대하고, 체계적인 디지털 기반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한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콘텐츠를 개발,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준다.

 

SW·AI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영재학교 및 마이스터고 지정을 늘린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교원수급과 관련해서는 정보교사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전국적으로 2,100여 명에 불과한 정보교사를 연차적으로 증원하고, 교사들에 대한 디지털역량 강화연수를 확대한다.

 

이와 더불어 학교시설을 스마트환경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교수·학습 통합플랫폼을 구축하여 학생들의 디지털 경험을 누적·반영하는 디지털 배지 정책도 추진한다. 학교에 설치되지 않는 교과목을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온라인 고등학교 신설도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 교육의 키워드는 디지털 인재 양성인 셈이다.

 

이번 호 특집은 차기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의 핵심이 되는 SW·AI교육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교육구성원들의 관심이 높은 SW·AI교육 필수화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또 SW·AI교과를 대입 수능에 반영하는 것에 대한 현실성 여부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디지털 교육의 새로운 세계로 떠오른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의 미래도 다룬다. 메타버스가 본격 도입됐을 때, 교육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가늠해본다. 또 AI가 교사들의 업무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보조재로써의 역할을 가늠해 본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에서부터 각종 행정서식까지 AI를 활용,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의 현실 타당성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 및 맞춤형 교육을 위해 AI 보조교사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활용 가능한 상황인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결조건이 요구되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올해 들어 ‘AI 튜터’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지난 대통령 선거부터 곧 치르게 될 지방선거까지, 다양한 교육공약들이 제시되면서 AI 튜터 도입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흘러 나온다.

 

AI가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우리 생활 속에 차츰 들어오면서 학생들의 교육도 AI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제로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에서 나온 공약으로 생각된다. 물론 가능한 일이다. 이미 시중에는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AI 튜터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고, 공교육에서도 이를 도입하는 정책이 시행 중이다.

 

AI 튜터링을 위해 필요한 알고리즘

AI 튜터란 AI를 이용하여 학생의 학습상태를 분석하여 부족한 부분의 원인을 찾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을 조언해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는 학생의 학습상태를 분석하여 부족한 부분을 찾아 조언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란 문제해결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I 튜터링을 위해 필요한 알고리즘은 학생의 학습이력을 특정 기준으로 계산하여 각 부분별 그리고 종합적 평가를 진행한다. 그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진단한 후,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해결방법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쇼핑몰을 많이 이용해 본 독자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여 필요한 상품을 검색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나에게 필요한 상품들을 자동으로 추천받아 본 경험들이 흔하게 있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각 고객의 상품 구매 이력을 철저히 분석한다. 구매 이력을 통해 각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상품 또는 자주 검색하는 상품의 기능·디자인·색깔·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하여 그 고객의 취향을 정의한다. 그리고 그 고객이 다시 상품을 검색할 때 이미 계산되어 있는 고객 취향에 알맞은 상품들을 추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인터넷 쇼핑몰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신속히 제공하며, 고객이 상품을 사고 싶도록 욕구를 자극한다.

 

이와 같은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 추천전략이 바로 AI 튜터링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과 유사한 형태이다. 학생의 학습이력을 종합적이고 다양하게 계산하여 학생의 학습수준을 정의하고, 이 학습수준에 적합한 학습내용과 방법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은 이미 보편화된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더욱 더 정확한 학습 튜터링 알고리즘을 개발해 내는 것은 끊임없이 연구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개발된 많은 알고리즘들이 공개되어 있고, 현재 이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어 튜터링 시스템 구축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AI 튜터링에 추천 알고리즘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학습이력을 분석하고, 학습을 모니터링하며, 추천할 콘텐츠를 분석하는 다양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알고리즘을 통해 학생 개개인별 학습코칭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까지 개발되어 상용화되고 있는 AI 튜터 시스템들을 살펴보면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능들이 많이 개발되어 제공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몇몇 기업들이 AI 튜터를 개발해 사교육과 공교육에 보급하고 있으며, 공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EBS에서도 AI 튜터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EBS의 AI 튜터는 진단평가, AI 문제추천, AI 강좌추천, 시험문제 만들기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각 과목별로 몇 개의 학습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있다.

 

EBS의 AI 튜터를 이용하면 학생 개인별로 과목별 학습지수를 분석하여 제공하고 AI 문제추천 정답률, 시험지 정답률, 총 풀이시간을 모니터링하여 제공해 주고 있다.

 

 

AI를 학습시켜줄 수 있는 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튜터 개발에 필요한 두 번째 문제는 AI를 학습시켜줄 수 있는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다. 아직까지 EBS나 몇몇 기업들에서 제공하는 AI 튜터 시스템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상세한 학습코칭과 분석을 수행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 정교한 학습분석과 추천 알고리즘이 개발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AI가 학생의 학습상태를 판단하고 추천 학습을 결정하는 기능을 학습시켜줄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AI는 이름 그대로 지능을 가진 존재이다. 즉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판단능력이 정확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학습용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학습용 데이터라 함은 AI가 특정 문제에 대한 정답 혹은 가장 타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참조하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의미한다.

 

AI에게 필요한 학습용 데이터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과 대국을 두었던 AI 알파고의 학습과정이다. AI 알파고는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바둑이라는 게임을 이해하고, 그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행할 수 있는 게임전략들을 기존의 사례들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였다. 이것을 기계학습이라고 하며, 기계학습은 AI가 판단과 추천 기능을 갖추게 하는 매우 중요한 알고리즘이다. 그런데 기계학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학습용 데이터가 필요하다. 학습용 데이터 없이 기계학습 알고리즘만으로는 AI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AI 알파고에게 제공되었던 바둑 학습용 데이터는 그동안 프로 바둑기사들이 두었던 바둑 기보였고, AI 알파고는 약 16만 개의 기보를 통해 3,000만 가지의 게임전략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만약 바둑 기보가 AI 알파고에게 제공되지 않았다면 대국에서 이세돌 기사를 이기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AI에서 학습용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AI 튜터에서 현재 영어교육을 제외한 다른 교과에 대한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매우 적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AI 튜터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대한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 급선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바둑과 같은 게임의 학습용 데이터는 그 규칙이 명확하기 때문에 판단기준을 비교적 쉽게 정의할 수 있지만, 특성이 모두 다른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판단과 추천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학습용 데이터 구축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어려운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현재 많은 곳에서 공약으로 제안하고 있는 AI 튜터 도입은 외형만 갖추고 실속이 없는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AI 튜터 도입을 위해서는 단순히 공약만 외치지 말고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아주 세밀한 추진계획을 마련해야 가능할 것이다.

안성훈 경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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