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교단에 드러누워 수업 중인 여교사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SNS에서 빠르게 확산된 12초 분량의 영상에는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남학생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의 모습도 담겼다. 교권침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 국회에 발의된 ‘생활지도 강화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한국교총(회장 정성국)과 충남교총(회장 윤용호)는 공동 입장을 내고 “교권 추락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개탄하면서 “교육청의 명확한 진상조사와 함께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과 교육, 피해 교사를 위한 보호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 넘은 교권침해, 무너진 교실을 계속 방치하는 것은 학생 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교권 회복과 많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즉시 생활지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 중 휴대전화로 교사의 모습을 촬영했다면 이는 수업방해와 교권침해는 물론, 초상권 침해와 성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또 동영상을 아무런 여과 없이 SNS에 게재하는 것도 정보통신망 이용 불법 정보 유통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교총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수업 중 문제행동을 해도 교사가 제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큰 소리로 타이르거나 꾸짖으면 오히려 정서학대로 민원과 소송의 대상이 되고 뒤로 나가 서 있게 하거나 교실에서 분리하는 것도 인권침해와 학대로 몰릴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학생 휴대전화 소지·사용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인권에만 치우치고 의무와 책임의 상대적 약화로 교육적 측면은 소홀히 다룬다는 비판이 있어 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수업 중 휴대전화 알람, 수업 중 녹음, 수업 중 게임과 문자 송수신은 물론 계단을 오르는 교사의 치마 속을 촬영한 사례, 화장실 옆 칸에서 여교사를 촬영한 사례 등 그동안 교총에 접수된 휴대전화 소지·사용과 관련된 사례를 제시하며 교육 현장의 어려움과 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수라 해도 수업 중 휴대전화를 이용하게 되면 교사는 당장 수업방해로 교육활동 침해를 받는다”며 “만약 참고 넘어간다 해도 다른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수업권과 휴식권이 침해됐다며 민원이 발생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해 몇 가지 원칙도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학생 의견을 존중하되 함께 학칙을 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지를 허용하더라고 수업 등 교육활동 중에는 엄격하게 사용을 제한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과몰입해 사용하는 문제도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고려해 교육당국이 해결방안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교총은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발의한 생활지도 강화 법안에 대해 “총력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하루속히 법안을 심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