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거리에서 3주째 교원들의 절규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에 나선 교원들은 ‘교원 생존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만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전념해야 할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외침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권’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앞다퉈 나오고 있지만, 교원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아직 부족하다.
교원들의 교권 침해에 대한 증언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3일 한국교총이 개최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교권침해 유형 및 통계를 보면 9일 만에 무려 1만162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구체적인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믿기 힘든 지경이다. 자해로 멍이 든 학생을 교사가 학대했다고 신고한 사례, 체험학습 중 밥을 사달라는 학생에게 밥을 사주자 거지 취급했다고 피해보상을 요구한 사례, 아이가 유치원에서 모기에 물렸다고 항의한 사례, 수업 중 교실에 들어와 본인이 조폭이라며, ‘내 딸을 무시하면 다 죽이겠다’고 위협한 사례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폭언, 욕설, 폭행은 물론 교사를 상대로 한 성추행까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사건이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
살려달라는 교원 절규 끝없이 이어져
현장 의견 반영한 요구에 귀 기울여야
비단 교총 발표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교권침해 사례를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교권을 얼마나 외면했는지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피폐해진 학교현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실질적인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에 교총이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제시했다. 교총이 발표한 자료는 현장 교원 수만 명의 의견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교권의 문제를 더 이상 학교와 교원에게 미루지 말고,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만들며, 사법기관이나 수사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결국 문제행동 학생을 교사가 즉각 지도‧제재‧조치할 수 있는 방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하는 방안,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교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대책,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등 세부 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상처받은 교원들의 마음을 살필 수 있도록 과도하고 비본질적인 행정업무 폐지, 모욕평가, 인기평가, 성희롱 평가로 전락한 교원평가제 및 교원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생존권을 외치는 일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교원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교원 모두의 현실이라는 반증이다. 이 같은 호소에 전국민적인 관심과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교총이 제시한 5대 정책, 30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