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챗GPT가 바꿀 교실 수업은?

2023.08.07 10:30:00

2023년 1학기에 사범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좌를 진행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대전환, 인공지능 시대와 맞물려 학생들에게 필수로 가르쳐야 할 분야다. 얼마 전 개정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대학생들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이다.

 

교육과정이 시대의 변화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초·중·고 시절에 배우지 못한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형국이다. 예비교사들은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에서 새로운 교육내용과 방법을 배우지만, 실제 자신의 교수역량으로 발현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강좌를 통해 교수자인 나는 물론 학생들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챗GPT를 여러 측면에서 활용하는 교육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필자는 교사 시절 교육대학교에서 배웠던 교수·학습모형을 교실 환경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매년 다른 학년을 가르쳐야 하고, 같은 학년을 연임하더라도 학생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기 어렵다. 학생들의 성향·수준·반응 등이 달라서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자의 말처럼  ‘수업은 종합예술’이기에 한 편의 연극과 같다. 수업이 시작되면 막이 오른 무대처럼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수업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한다. 모형은 이론이고 수업은 실제인데, 연극도 그렇듯 일단 막이 오르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무대장치가 이상해지고 조명이 안 들어오거나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관객들이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우들이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의 극이 완성되는 것처럼 수업도 마찬가지다. 돌발변수가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찾아서 기존 계획에 없는 즉흥적인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 ‘학습목표’이다. 


학습목표는 학생들이 그 시간에 공부하면서 도달해야 하는 지향점이 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매시간 학습목표들이 모여서 교과의 성취기준을 이루고, 이것이 모이면 역량으로 발현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수업 중간에 갑자기 길을 잃었다면 학습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상기하고 학습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설명이나 활동으로 대체하면 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강좌에서 학생들은 수업을 계획하고 모의수업을 시연했는데, 일부 팀의 경우 학습활동의 방향이 학습목표와 거리가 먼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 그 활동을 왜 하는지, 그것이 학습목표와 연결되는지 따져보라고 지도한다. 수업에서의 챗GPT 사용기준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학습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의·토론수업을 진행할 때 다음과 같이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이 학습목표 도달에 유의미하다면 좋은 활동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챗GPT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바른 활용법을 교육하는 것이 좋다. 챗GPT는 제대로 질문해야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다. 챗GPT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한다. 챗GPT가 이해하기 쉬운 질문 형식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먼저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일을 수행하기 원하는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중학교 수학 선생님이라던가 진로상담 선생님이라던가 역할을 가정하라고 하면 된다. 간혹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지만 관련 질문에 답해주겠다고 하면 준비가 된 것이다.


2. ‌이때 예시를 보여주거나 상황을 설명해 주면 더 좋은 답변을 준다. 예를 들어 45분 기준으로 수업계획을 도입·전개·정리의 흐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3. ‌답을 얻고자 하는 질문을 한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좋다. 수업계획에 수업목표·도구·준비물·시간 같은 것도 포함해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4. ‌결과물의 형식을 요청한다. 예를 들면 친한 친구 사이의 대화라던가 공식적인 문서라던가 결과물의 형식을 지정하면 좋다. 수업계획서의 경우 학습목표·준비물·시간이 들어간 형태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그림 1>은 챗GPT에게 환경오염과 관련된 중학생 대상 과학수업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결과이다.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전체 흐름은 나쁘지 않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면 재미있는 학습활동을 제시하기도 한다. 


수업계획 외에도 여러 교육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중간고사 답안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다. 먼저 학생들의 답안을 스캔하거나 타이핑해서 문서로 만든다. 다음으로 챗GPT에게 평가기준(루브릭)을 설명하고 해당 답안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사람의 글을 평가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거절하더니 두어 번 질문하자 주어진 조건에 의해 평가해 보면 ‘중상’ 정도의 글이라는 답변과 함께 어떤 근거로 평가했는지 설명까지 달아준다. 학생들 답안의 초벌 평가를 수업 조교가 해주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챗GPT를 학생들의 수행평가 채점에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다만 맹목적이거나 종속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평가계획과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나 최종 점수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교사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챗GPT는 교사들이 활용하기에 좋지만, 학생들도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앞서 토론수업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업 진행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이런 활동이 학습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한 가지 기준을 더 제시하자면 학생들의 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탐색해 볼 수 있다.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은 발산과 수렴을 반복하는데 발산할 때는 챗GPT에게 새로운 대안이나 해결책을 물어볼 수 있고, 수렴할 때는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이때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부분은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연구자들과 토론해 보면 학생들이 질문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기본지식(핵심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사고에 도움이 되는가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1학기 동안 챗GPT를 수업에 활용한 대학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72.2%가 사고 발산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고, 72.2%가 사고 수렴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다. 챗GPT는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과 문제해결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위험요소도 있다.

 

Office of Ed Tech 그룹에서는 교실에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1. 첫째, 종속될 가능성, 둘째, 개인 데이터의 유출 위험, 셋째, 의도하지 않거나 거짓인 결과에 대한 위험, 넷째, 투명하지 않은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용하면 인공지능을 학습의 동반자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에서 사용할 경우 학생들의 사용 연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오픈 AI의 사용규약을 보면 18세 이상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13세 이상 18세 미만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고려하여 인천시교육청의 챗GPT 가이드에서는 부모 동의 안내장 양식을 제공하고 있다2.


얼마 전 학부모 대상 챗GPT 강의에서 나온 질문이다. 학교에서 안내장을 가져왔는데 자녀의 성적 데이터를 활용해도 되느냐는 항목이 있어서 성적 데이터가 챗GPT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학부모님의 모니터링 태도가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짐작건대 학교 선생님이 진로지도에 활용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드렸다. 필자도 고등학생 딸아이의 성향과 학업성취도, 좋아하는 것 등의 데이터를 넣고 대학 학과와 직업을 추천해 달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앞으로 챗GPT는 교육현장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챗GPT는 양날의 검처럼 좋은 도구가 되거나 나쁜 도구가 될 수 있다. 초·중·고 교육현장에서 활용 기준은 학생들의 학습동기, 사고력 증진, 문제해결력 증진에 도움이 되느냐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챗GPT가 바꿀 수업의 모습은 제대로 된 활용법을 알고 있는 교사와 학생에게 달려있다.
 

김수환 총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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