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사람들] 남호주 캥거루섬과 애들레이드

2024.01.09 10:30:00

 

남호주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여행지다. 제대로 된 여행상품조차 없다. 시드니·멜버른·울룰루·퍼스 등 호주의 인기 여행지에 비해 훨씬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화에 관심이 많고 동식물 등 자연환경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훌륭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남호주 여행의 매력이다.
 

야생의 보고 캥거루섬
여행자들이 남호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캥거루 아일랜드’ 때문이다.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이 4,500㎢에 달한다. 하지만 인구는 5,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캥거루섬의 별명은 ‘호주의 갈라파고스’다. 캥거루·코알라·왈라비 등 다양한 종류의 호주 토종 야생동물이 대거 서식한다.

 

 

캥거루섬에는 21개의 자연보존지역과 국립공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30여 종의 동물과 250여 종의 새, 9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바다사자와 펠리컨을 비롯해 뉴질랜드 물개, 야생 코알라, 검은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이 살아간다. 이 가운데 60종은 오직 캥거루섬에서만 볼 수 있는 종이라고 한다. 


캥거루섬을 찾은 여행객들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은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이다. 야생동물의 낙원으로 불리는 곳으로 캥거루·코알라·왈라비 등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국립공원을 탐방하며 야생동물을 만나는 일은 감동적이고 가슴 찡한 경험이다. 하지만 반드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동물 생태에 방해되는 행동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큰 소리로 떠들어서도 안 되고, 무턱대고 만져서도, 가이드 허락이나 안내 없이 가까이 가서도 안 된다. 지정된 탐방로를 따라가며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도 탐방 매너다.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의 또 다른 볼거리는 ‘리마커블 락’(Remarkable Rock)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투구나 코끼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바위가 바닷가 화강암 암반 위에 우뚝 서 있다.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설치작품처럼 보이는 이 바위는 오랜 세월 거센 파도와 바람이 깎아 만든 것이다. 석양 무렵이 아름다워 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토 스팟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힌다. 


‘실 베이’(Seal Bay)는 호주 바다사자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야생 상태의 바다사자를 가까이서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수백 마리 바다사자가 바로 눈앞 해변에서 늘어져 누워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헤엄치다가 모래밭을 뒹굴뒹굴하다가 잠이 든 바다사자는 쓰다듬어 줄 만큼 귀엽지만, 이곳 역시 ‘룰’이 적용된다.
 

항상 국립공원 가이드와 함께 있어야 하며, 절대로 바다사자 근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캥거루섬을 여행한다면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코스다.


이 밖에도 ‘한슨 베이’ 보호구역과 ‘웨스턴 키 카라반’ 공원에서는 코알라를, ‘킹스코트 부두’에서는 펠리컨을, ‘스톡스 베이’에서는 진홍잉꼬를, ‘케이프 간디움 보존공원’에서는 백조를 만날 수 있다. 


캥거루섬은 1802년 영국의 전설적인 탐험가 매튜 플린더스가 처음 발견했다. 주로 호주의 해안·섬·오지 등을 여행한 탐험가로 ‘호주의 리빙스턴’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가 처음으로 이 섬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고, 나무를 태워 불 피운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탐험대는 곤봉으로 캥거루 몇 마리를 잡아 잔치를 벌이고, 이 섬을 ‘캥거루섬’이라 이름 붙였다. 


여유롭고 고풍스러운 도시 애들레이드
에들레이드의 첫인상은 세련되면서도 차분하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 건물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 원래 애들레이드는 영국 정부가 자유 이민을 목적으로 만든 계획도시다. 애들레이드 지도를 보면 도시가 직사각형으로 재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도시가 성장한 후에 정비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되도록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애들레이드 시내를 걷다 보면 왠지 모를 품위와 한가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유로움이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 곳곳에 자리한 공원과 울창한 숲도 이런 분위기를 돋우는 데 한몫을 한다. <빌 브라이슨의 호주 여행기>를 쓴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은 이런 애들레이드를 두고 ‘아름답지만 외로운 도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도시는 토런스강에 의해 남북으로 나뉘는데, 이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애들레이드의 풍경은 평화롭고 차분하다. 젊은 연인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자전거를 탄 아이들은 웃음소리와 함께 달려간다.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넘친다. 


애들레이드 여행의 출발점은 빅토리아 광장이다. 빅토리아 광장과 글레넬그 비치를 왕복하는 트램의 출발점이기도 한데, 근처에 시청·우체국·대법원·버스터미널 등이 모여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인 ‘비 라인’과 주요 시내버스도 이곳을 경유한다. 


광장 앞으로 노스테라스 거리가 이어진다. 애들레이드 대학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 등이 모여 있는 대학가인데 남호주 아트갤러리, 남호주 박물관, 보태닉가든 등도 자리하고 있어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를 즐길 수 있다. 노스테라스 거리를 지나면 런들 스트리트다. 애들레이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레스토랑과 바, 선물가게, 쇼핑몰 등이 모여 있다.

 

런들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커다란 초콜릿 가게인 ‘헤이그 초콜릿’(Haigh’s Chocolates)을 발견할 수 있는데 꼭 한 번 들어가 보시길. 벨기에의 고디바처럼 호주를 대표하는 초콜릿이자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제 초콜릿 가게다. 애들레이드뿐만 아니라 호주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세계 10대 초콜릿에도 당당히 선정되었다고 한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시장구경은 빼놓을 수 없는 법. 센트럴마켓은 140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호주의 대표 시장이다. 남호주에서는 생산되는 신선한 과일·야채·고기·치즈·해산물 등 풍부한 식재료를 접해볼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시장 한 쪽에 80개가 넘는 음식점이 줄지어 늘어선 먹자골목도 있어 여행자를 행복하게 한다. 호주음식을 비롯해 스페인·태국·이탈리아·터키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보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호주 대표 와인을 맛보다
자, 이제 호주의 와인을 맛볼 차례다. 호주는 전 세계 와인의 4%를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 와인 수출국 가운데 4위 규모를 자랑한다. 호주 전역에 60여 개의 와인 산지가 있고 2,000여 곳의 와이너리가 있다. 


와인애호가라면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자리한 펜폴즈(Penfolds) 와이너리를 지나칠 수는 없는 일. 펜폴즈는 호주의 국보급 와인이다. 펜폴즈 한 병에 호주 와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 와인의 최고봉이라 불리며 세계 100대 와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펜폴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와인이 1951년 첫 생산을 시작한 펜폴즈 그랜지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와인으로 장기보관성·응집력·밸런스 등에서 기존 호주 레드와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955년 8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그랜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풍부하고 응집력이 뛰어난 드라이 테이블 와인”이라는 극찬을 받게 된다. 이후 그랜지는 호주 와인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호주 와인의 명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든다.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70㎞ 떨어진 바로사 밸리도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1842년에 유럽 이주자들이 처음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 최고의 와인을 내놓으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약 150여개의 와이너리와 셀러 도어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신선한 제철 농산물, 호주식 바비큐를 맛보는 것을 권한다.

 

 

☞ 여행정보  
인천국제공항에서 캐세이퍼시픽(www.cathaypacific.com)을 이용해 홍콩을 거쳐 애들레이드 공항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빠르다. 애들레이드 시내에 크라운 프라자 호텔을 비롯해 호텔이 많이 있다. 애들레이드 보타닉가든 레스토랑(www.botanicgardensrestaurant.com.au)은 보타닉가든 내에 자리하고 있다.

 

와인과 함께 다양한 호주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렌버그 와인(www.darenberg.com.au)에서는 남호주 와인 시음뿐만 아니라 직접 블랜딩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펜폴즈 맥길 에스테이트(www.penfolds.com)는 미리 예약하면 편하다. 애들레이드에서 캥거루섬까지는 배로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시링크(www.sealink.com.au)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캥거루섬에는 아담한 호텔과 산장이 많다. 머큐어캥거루아일랜드롯지(www.kilodge.com.au)는 항구와 킹스 코트 공항에서 30분 거리. 선셋푸드 & 와인(www.sunsetfoodandwine.com)은 캥거루섬의 해산물과 와인으로 멋진 코스요리를 선보인다.
 

최갑수 시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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