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인 폴 부르제(Paul Bourget, 1852~1935)는 그의 소설 『정오의 악마』에서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의 한계가 결국 자신이 구축해놓은(실상은 타력에 의해 구축된) 습성과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는 평소에 자동적으로 습관화된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의 관점에서 볼 때 『논어』에서 말하는 “안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체질화된 생각은 세상을 사는 훌륭한 지혜의 수단이자 활동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요즘 Z세대들의 초긍정적인 ‘원영적 사고’가 화두다. 이는 걸그룹 ‘아이브(IVE)’의 멤버인 장원영의 특별한 곳에서의 특별한 사고에서 명명된 사고방식이다. 사연인즉, 스페인의 어느 빵집에서 자신이 사려던 빵이 품절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불평하는 대신에 “앞 사람이 제가 사려던 빵을 다 사가서 너무 럭키(lucky)하게 제가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라고 말 한데서 출발했다. 이런 초긍정적인 사고가 기성세대 전반에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Z세대는 이에 열광하고 있다.
Z세대는 1997~2010년대 초반 출생으로 통칭 만 11세에서 24세를 일컫는다. '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라는 의미다. 이들은 디지털에 익숙한 부모 세대의 영향을 받아 IT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매우 높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자라 이른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고도 불린다. Z세대는 페이스북, 유튜브, 아이폰의 발전 과정을 지켜본 세대로, SNS에 가장 친숙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 스냅챗, 유튜브, 틱톡 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눈부시게 빛나는 디지털 신세대다.
정서적으로 이들은 일상에서 짜증이 날 법한 상황에서도 결코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모두(冒頭)에서의 일화와 같은 상황에서 ‘원영적 사고’라는 신조어를 낳았으며 현재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이는 다소 엄숙하고 고정된 사고방식에 의해 사고의 전환이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따라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장원영의 말투를 흉내 내는 인터넷의 밈(meme:유행 콘텐츠)이 빠르게 퍼지고 있으며 조회 수도 수백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흙수저’ ‘이생망’ ‘3포 세대’란 말이 난무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Z세대는 왜 이런 사고방식에 열광하는 것일까? 심리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가 유행하는 이유로 학업, 취업 등으로 어려운 현실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상황을 합리화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으려는 심리를 그 배경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는 철저하게 실용주의를 선호하는 Z세대의 특성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과 같은 맥락을 기반으로 하며 우리가 예로부터 극과 극의 상황에서 긍정의 결과 쪽으로 기대하고 기회로 삼고자 하던 ‘전화위복(轉禍爲福)’ 사고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 할 것이다.
Z세대는 교육의 효과에서 그 빠르기가 마치 스펀지와 같다. 그들은 통상적으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새로운 요소를 신속하게 흡수하여 일상에서의 많은 실수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빠른 회복력을 기반으로 재도전하거나 새롭게 기획하고 한 단계 높게 디자인하는 등 회복탄력성을 최대로 높이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는 냉혹한 경쟁 교육을 받고 살아남은 그들 부모 세대에서 받은 영향력도 크지만 자체적으로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체험(경험)하고, 전문가들로부터의 직간접적인 다양한 교육을 받아서 획득한 우수한 역량을 갖춘 세대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제 우리 교육은 청소년들의 사회적 관계 및 회복탄력성 배양에 보다 크게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정책 구현이 필요하다. 여기에 바로 그 의식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원영적 사고’가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부정적 사고보다 당연히 긍정적 사고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지만, 다만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지나친 낙관성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역효과를 경계하는 것은 다소 주의할 일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어니 J 젤린스키에 의하면 우리는 평소 96%의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중에 40%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이며, 22%는 사소한 것, 4%는 바꿀 수 없는 것이라 했다. 부정적 사고를 넘어서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Z세대의 장점을 살리는 것은 21세기 우리 교육이 감당해야 할 인성교육의 중요한 측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학령인구가 급감하게 될 앞으로는 모두가 즐기는 학교생활이자, 생각하는 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청소년 교육에 임하는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원영적 사고’로 무장하도록 청소년들을 습관화시키고 이것이 조기에 일상에서부터 정착될 수 있도록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불명예스럽게도 세계적으로 최고인 청소년 자살률을 줄이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국제학업성취도(PISA)에서 나타나는 뛰어난 교과학업능력에도 불구하고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배움에 대한 자신감과 행복지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책 중의 하나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