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의 역할과 한계성
최근 발생한 학교 내 범죄 발생으로 인해 CCTV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CCTV의 역할과 한계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CCTV의 설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범죄 발생 억제를 통한 범죄예방이고, 두 번째는 범죄수사를 위한 증거력 확보이다. 두 가지의 목적 중 가장 높은 효과를 보이는 것은 ‘증거력 확보’이다. 영국 철도경찰(British Transport Police)의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동안 발생한 범죄 중 약 45%에서 CCTV 영상자료를 사용하였으며, 이 중 65%의 수사에서 유용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보고서에 따르면, CCTV는 10건 중 8건의 대규모 학교 총격사건이 발생한 학교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CCTV가 대규모 폭력사건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는 제한적일 수 있음을 제시, 범죄예방에는 아직 많은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2 학교현장의 CCTV 영상이 증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첫째, CCTV의 촬영 가능 거리와 각도를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촬영 각도와 피사체 거리는 반비례한다. 촬영 각도를 높이면 넓은 면적을 볼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피사체는 작아져 증거력이 감소한다. 따라서 해당 공간의 특성에 따라 확보되어야 하는 영상 수준3을 고려하여 설치된 CCTV 카메라의 설정환경을 수정하여야 한다.
둘째, 영상 저장 장치의 용량을 확인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카메라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에 비례하여 증거력 확보 수준도 증가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일반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200만 화소 정도의 해상도면 증거력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해상도가 높아짐에 따라 저장용량이 거의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에 저장장치 용량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저장기간이 단축되는 문제점이 발생하여 오히려 증거력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범죄예방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첫째, 중장기적 측면에서 지능형 CCTV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도 해당 공간의 재실 여부를 지정된 관리자에게 알림하는 기능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된 CCTV 카메라를 건물 주출입구 및 부출입구에 설치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외부인 출입 관리를 수행할 수 있다.
둘째, 단기적으로는 모니터링 환경을 개선하여야 한다. 20인치 모니터를 기준으로 할 때, 최대 4개 분할, 즉 4대의 CCTV 영상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경비실(배움터지킴이실)의 위치는 일반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학교운동장 출입구가 아닌 건물 출입구에 배치할 경우([그림 1]), 외부인에 대한 실질적인 출입통제 및 건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긴급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경비실 크기 및 내부구조도 [그림 2]와 같이 설계 및 시공하면 CCTV 모니터링이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학교공간재구조화에서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적용방안
CCTV가 범죄수사단계에서의 증거력 확보에는 유효하지만, 범죄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학교건물에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해야 한다. 미국 범죄예방연구소(National Crime Prevention Institute)의 정의에 따르면, 범죄예방환경설계(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란 ‘적절한 디자인과 주어진 환경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범죄 발생 수준 및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7 감시(Surveillance), 접근통제(Access Control), 영역성 강화(Territorial Reinforcement), 명료성 강화(Legibility), 활용성 증대(Activity Support), 유지관리(Maintenance) 등 6가지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법」 제53조 2의 1항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은 범죄예방 기준을 정하여 고시하고 있으며, 범죄예방 건축 기준 고시 제12조(문화 및 집회시설·교육연구시설·노유자시설·수련시설에 대한 기준)에 따라 출입구는 자연적 감시 성능을 확보하고, 출입문·창문·셔터는 적합한 침입 방어성능을 갖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교육시설법」 제26조(교육시설의 디자인) 2항을 보면, 범죄예방 등 학생안전과 건강에 필요한 디자인 기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학교시설에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하여 범죄 발생 감소뿐만 아니라 학교에 대한 인식까지 개선한 사례들이 있다.
학교공간재구조화사업은 특성상 학교를 개축하거나, 전면적으로 리모델링을 실행하는 형태라서 기존의 학교에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하기 매우 유리한 사업형태이다. 하지만 공사 시 학생 통행 안전 확보에 대한 안전대책만 주로 언급될 뿐 범죄예방환경설계에 관한 내용은 별로 없어 아쉽다. 따라서 본 글에서 필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몇 가지 방안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범죄예방에 유효한 공간 재배치가 필요하다. [그림 3]의 사례는 2학년 교사연구실을 학교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던 복도 끝 화장실을 일반교실 위치로 이전하여 학교폭력 발생 건수를 50% 이상 감소시킨 사례이다. 추가적으로 볼록거울을 교사연구실 앞에 설치하여 화장실 및 화장실 주변 상황이 교사연구실 창문을 통하여 관찰이 가능한 구조로 개선하였다.
둘째, 자연적 감시가 확보될 수 있는 창호설계를 적용할 수 있다. [그림 4]는 시설개선사업 전 학교의 복도와 창호를 보여주고 있다. 폐쇄형 창호 계획으로 인해 내부 상황을 외부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출입문은 폐쇄적인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고, 창문에는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되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림 5]를 보면, 출입문은 투명한 강화유리도어를 설치하여 개방감을 확보했다. 또한 벽면에는 고정창을 설치하여 자연적 감시 기능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CCTV를 복도에 설치할 경우, [그림 5]와 같은 창호 디자인을 적용하여 수업 시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도 내부 상황을 간접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이 확보된다.
셋째, 개방형 공간을 적절하게 조성하여 활동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림 6]은 시공 전 사물함 전용공간으로 활용되었던 홈베이스 공간이다.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 활용이 제한적이어서 범죄예방 효과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에 [그림 7]과 같이 학생들이 휴식시간, 방과후 시간, 심지어 수업시간까지도 어느 정도 활용될 수 있는 개방적인 학생라운지로 조성하여 활동성을 강화하였다.
넷째, 사용자 참여디자인 기반의 범죄예방환경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는 교육부의 셉테드 컨설팅 사업에 약 5년간 참여하면서 앞에서 다루었던 범죄예방환경설계 기법들 외에 수많은 기법을 적용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교사의 지도로 아이들이 해당 학교의 공간을 둘러보고, 위험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고,
마지막으로 다양한 범죄예방환경설계 아이디어를 [그림 8]과 같이 제안하여 [그림 9]와 같이 적용하는 ‘사용자 참여디자인 기반의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수행한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교사와 학생은 범죄예방 측면에서 유익한 요소(예를 들어 CCTV 위치 등) 및 위험한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고, 동시에 대응책도 고민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학교 범죄예방환경설계는 일반적인 범죄예방환경설계와 달리 다음과 같이 정의될 수 있다.
“학교공간 범죄예방환경설계란 사용자 참여 기반의 적절한 디자인과 교육적 활동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안전한 학교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교육적 효과를 도출할 수 있는 환경 제공에 기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