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용기

2026.08.10 14:09:25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고 간에 많은 실수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게 가진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과연 자신은 실수와 잘못을 하면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진정으로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이다.

 

여러 말 중에서 ‘미안합니다’라는 이 짧은 한마디가 왜 이리 어려울까? 우리는 종종 이 말을 해야 할 순간들을 마주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자존심이 상할까 약해 보일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는 때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됨을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어떤 학습활동 평가시간이다. 평가 후 풀이하는 과정에서 문항 출제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차 어떻게 하지 망설인다. 변명하여 나의 잘못된 부분을 감추어야 하는가, 아니면 솔직하게 출제에 오류가 있음을 알려주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바른길인가? 선생님이 제일인 줄 아는 학생들이지만 이때 용기를 내어 자신이 출제한 문제가 잘못되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괜찮아요. 선생님도 사람이잖아요’로 대답한다.

 

이와 비슷한 일이 어느 한 회사에서도 있었다. 어느 한 기업의 임원은 회의 중 자신의 판단이 실수가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팀원에게 사과한다. 처음에는 권위가 떨어질지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팀원의 마음을 움직였고 더 끈끈한 팀워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진심 어린 사과는 관계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신뢰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우리는 이 ‘미안합니다’라는 사과를 자존심 때문에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과하면 자존심이 거덜 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계속 변명하고 은폐하며, 자신의 빈약한 부분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이 진실하지 않은 것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으로 포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결국 잠시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어도 스스로 판 수렁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런 사과에 대한 머뭇거림을 과감하게 물리치고 용기를 낸 사람이 있다. 바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다. 그의 유명한 일화로 회자하는 이야기이다.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이 된 후 자신을 억압했던 정권의 인사들을 용서하고 심지어 식사 자리에 초대한 적이 있다. 이 행위는 단지 관용이 아닌, 과거의 상처를 인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겠다는 사과의 상징이었다. 그의 용기 있는 선택은 수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었고, 화해의 물꼬를 트게 했다. 이런 예는 전직 군부와 독재정권의 억압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김대중 대통령 화해의 정치에서도 볼 수 있다. 사과가 상대를 위한 것인 것 같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사과는 우리 안의 죄책감을 덜어내고 관계의 균열을 메우며 인간으로서의 성숙을 이루는 과정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사과에 이렇게 인색할까? ‘미안해’ 짧고 단순한 세 글자지만 이 말을 꺼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오랜 시간 망설여야 할까? 회사에서의 실수,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툼, 부모님께 무심히 던졌던 한마디 등 사과가 필요한 것은 마음속에서 이미 알고 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사과해야 한다는 걸, 그런데도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자존심 때문일까? 혹은 그 순간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두려움에서일까? 아마 인정하는 순간 진다는 잘못된 신념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탓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꾸 잘못된 것을 덮으려고만 한다. 하지만 진짜 나약함은 사과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사과하지 못하고 마음을 닫아 버릴 때 관계는 더 멀어지고 상처는 깊어진다.

 

정말 강한 사람들의 비밀은 뭐일까? 강한 사람은 자신이 항상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실수를 인정한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 용기가 신뢰를 낳고 존경을 불러온다. 사과하는 모습이 완벽한 사람이 아닌 성장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과는 진심 어린 마음을 담은 말이 우선이다. 형식적으로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상대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말, 내 행동 때문에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다는 그 한마디가 금이 간 관계를 다시 잇고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든다. 즉, 사과는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책임감과 성숙함의 표현이다.

 

사과로 가져오는 변화는 어떤 것일까? 진심 어린 인정과 사과는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다. 오랜 시간 끊어졌던 친구와의 관계가 한 통의 사과 메시지로 이어지고 직장에서의 신뢰가 솔직한 책임 고백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가족 간의 갈등조차도 한 장의 편지, 한 번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치유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과의 화해이다. 내가 나에게 너무 가혹했다는 깨달음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용서하고 더 단단해진다. 이 과정은 단순히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전체를 성장시키는 시간이 된다.

 

낮아질 줄 아는 것이 진짜 용기이다. 용기란 높은 곳에 서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것,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용기이다. 인정하는 순간 성장이 시작되고 사과하는 순간 관계는 치유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자유로워지고 더 단단해진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한다.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서 완벽하지 않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숨기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 그 용기가 관계를 회복시키고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이다.

 

 

짧은 사과가 때로는 수많은 오해와 불신을 녹일 수 있다. 사과하는 용기는 나를 낮추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 크게 세우는 시작점이다. 진심 어린 사과가 모일 때 우리는 더 단단한 관계와 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사과는 용기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장 큰 힘인 것이다.

 

혹시 지금 마음속에 망설임이 있나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미안해가 있나요? 오늘 그 용기를 내어 보세요. 자신의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자신의 삶을 더 따뜻하게 바꿔줄 것입니다.

장현재 경남 남해초 교사 qwe85a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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