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교권보호국’에 열광하는가

2026.08.05 10:00:00

 

최근 드라마 <참교육>을 계기로 ‘교권보호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현실의 교육행정이 드라마처럼 작동할 수는 없다. 교육활동 보호는 감정적 응징이나 즉각적 제재가 아니라, 법령과 절차에 따라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회복하는 공적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교사가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에 공감한 이유는 분명하다. 악성민원, 반복 민원, 생활지도 이후의 아동학대 신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뒤섞일 때 교사는 여전히 혼자 대응해야 한다고 느낀다. 제도는 늘어났지만, ‘내가 보호받고 있다’는 체감은 충분하지 않다.

 

최근 민주연구원에서 제안한 교육활동보호국 논의의 핵심은 별도의 ‘응징 조직’을 만들자는 데 있지 않다. 교사 개인에게 전가되어 온 민원·신고·분쟁 대응 부담을 학교·교육청·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교육활동보호국은 교사 대신 싸워주는 조직이 아니라, 교사가 혼자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국가책임형 교육활동 보호체계의 상징이다.

 

서이초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서이초 사건 이후 정부는 교권 보호와 학부모 민원 대응을 위한 여러 대책을 추진해 왔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기 위한 법령 정비가 이루어졌고, 학교민원 대응체계도 개선되었다. 교직원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 민원에 대응하도록 학교에는 민원대응팀을 두고, 교육지원청에는 통합민원팀을 구성하는 방향이 제시되었다. 교사 개인 연락처를 통한 민원 접수를 줄이고, 학교 대표전화·공식 창구를 통해 민원을 처리하도록 한 점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반복적·보복성 민원이나 교원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요구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거나 종결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중요하다. 그동안 학교가 ‘민원은 무조건 응대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교사에게 사과나 합의를 요구해 온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민원 대응체계가 있어도 실제 학교에서는 교사가 최초 응대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 민원대응팀도 대부분 기존 교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별도 인력과 전문성이 없으면 또 하나의 업무분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악성민원이 아동학대 신고나 수사 절차로 이어지는 순간, 학교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서이초 이후 정책의 방향은 옳았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존재’가 아니라 제도의 ‘작동’이다. 실제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교·교육지원청·시도교육청·교육부가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책임질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악성민원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학부모 민원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학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대해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학교도 학부모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성실히 듣고 설명해야 한다. 문제는 정당한 민원과 악성민원이 구분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악성민원은 단순히 말투가 거칠거나 불만이 강한 민원이 아니다. 반복적·보복적으로 교사를 압박하거나, 교사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강요하거나, 정당한 생활지도와 수업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행위가 핵심이다. 이는 교사 개인의 감정 문제가 아니라 교육활동 자체를 위축시키는 공적 문제다. 따라서 악성민원 대응은 개인의 친절이나 인내에 맡겨서는 안 된다. 교사가 생활지도를 포기하고 학부모의 반응을 먼저 계산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의 학습권으로 돌아간다. 악성민원은 학교의 교육권한, 교사의 전문성, 학생의 학습권을 동시에 침해하는 문제로 보아야 한다.

 

교육활동보호국의 역할
교육활동보호국 또는 이에 준하는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면, 그 기능은 명확해야 한다. 단순히 조직 이름만 바꾸거나 담당 공무원 몇 명을 모아 놓는 방식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 전국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학부모의 항의가 정당한 민원인지, 부당한 간섭인지, 교육활동 침해인지 학교가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 교육부 차원의 전담조직은 반복·보복성 민원, 폭언·협박, 생활지도 불응, 아동학대 신고와 결합된 사안 등에 대해 공통의 판단 기준과 대응 절차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교육지원청 단위의 현장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가 요청하면 초기 사실 확인, 피해교원 보호, 학부모 면담 동석, 증거 정리, 법률지원 연계 등을 지원하는 현장지원팀이 필요하다. 학교가 혼자 판단하고 혼자 버티는 구조를 바꾸려면 교육지원청이 가장 가까운 지원기관이 되어야 한다.


셋째, 시도교육청에는 법률지원과 회복지원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 악성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 사안에서 교사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피신고자, 조사 대상자가 되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 상담이 아니라 법률적 판단, 조사 동행, 의견서 작성 지원, 무혐의 이후 회복 조치다.


넷째, 중대 사안은 교육부가 모니터링하고 제도 개선으로 환류해야 한다. 교육활동보호 전담조직은 단순한 사건 처리 부서가 아니라, 현장 사안을 통계화하고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악성민원 예방대책의 핵심
악성민원을 예방하려면 사후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전에 민원의 통로와 절차를 분명히 하고, 교사 개인에게 직접 압박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선 개인 연락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공식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 담임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개인 메신저를 통한 민원 제기는 교사를 24시간 민원 대기 상태로 만든다. 학교 대표전화, 학교 민원 시스템, 공식 면담 예약 절차를 통해 민원이 접수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학부모의 의견 제시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모두를 보호하는 절차적 장치다.


민원은 접수 단계에서 분류되어야 한다. 단순 문의, 생활지도 관련 이견, 반복·보복성 민원, 폭언·협박성 민원은 같은 방식으로 처리될 수 없다. 담임교사가 답할 사안인지, 관리자 대응 사안인지, 교육지원청 이관 사안인지, 법률 검토 사안인지 구분해야 한다.


면담은 예약제와 복수 대응 원칙이 필요하다. 감정이 격화된 상태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일대일로 대면하는 방식은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관리자나 업무담당자가 함께 참여하고, 폭언·협박이 발생하면 즉시 면담을 중단하고 기관 차원의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당한 생활지도 이후 제기되는 보복성 민원과 신고에 대해서는 신속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교육감 의견서 제출, 법률상담, 조사 동행, 무혐의 이후 회복지원이 패키지로 작동해야 한다. 학부모에게 보내는 답변과 경고도 교사 개인 명의가 아니라 학교장 또는 교육청 명의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 보호, 학부모 소통, 학생 인권은 대립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교육활동보호국이나 악성민원 대응 강화가 학부모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위축시키거나 학생 인권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교는 폐쇄적인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되며, 학부모와의 소통과 학생 인권 보장은 교육의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교사 보호, 학부모 소통, 학생 인권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명확한 절차와 책임 있는 대응체계가 있을 때 함께 보장될 수 있다. 지금까지 문제는 소통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소통의 규칙이 불명확했다는 데 있다. 정당한 생활지도와 부당한 통제가 구분되지 않으면 교사는 생활지도를 주저하고, 학생은 필요한 교육적 개입을 받지 못한다.


학생 인권은 교사의 교육권을 약화시켜야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규칙과 공정한 절차 속에서 더 안정적으로 보호된다. 교육활동보호국 논의는 학부모를 배제하거나 학생 인권을 후퇴시키자는 논의가 아니다. 학부모 민원을 공식 절차 안으로 들여오고, 정당한 생활지도와 부당한 침해를 구분하며, 교사와 학생 모두를 보호하는 공적 기준을 세우자는 논의다.


교사가 혼자 감당하지 않는 학교로
최근 교육부도 교권 보호 전담 기능을 강화하고, 별도의 과를 신설하는 것으로 검토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교육활동 보호 전담조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신설될 조직의 명칭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권한과 책임이다.


교육부는 전국 기준과 법령 개선, 시도교육청 지원·점검, 중대 사안 모니터링을 맡아야 한다. 시도교육청은 법률지원, 심리·회복지원, 교육감 의견서, 특별교육과 재발방지 프로그램을 책임져야 한다. 교육지원청은 학교 현장에 가장 가까운 지원팀으로 초기 대응과 민원 이관을 담당해야 한다. 학교는 교사 개인에게 민원을 떠넘기지 않고, 학교장 책임 아래 공식 대응체계를 작동시켜야 한다.


서이초 이후 우리는 많은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교사들이 묻는 것은 여전히 단순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정말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이 있는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을 때 교육청이 법률적으로 함께 대응해 줄 것인가.” 교육활동보호국 논의는 이 질문에 대한 제도적 답이어야 한다.


교사를 보호한다는 것은 교사 개인의 권익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학생도 안정적으로 배울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교사가 혼자 민원과 신고와 조사와 소송을 감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서이초 사건 이후 우리 교육이 반드시 도달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경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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