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른 구조 변화와 대한민국 교육의 지향점

2024.08.23 09:51:31

대한민국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국제 질서의 구조적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관습에 젖어 나라가 망하는 참극을 겪었다. 이처럼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래에도 ‘결정적 순간’ 이후에 도래하는 새로운 구조에 적응하면 생(生)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거(去)할 것이다. 역사적 의미에서 볼 때 정치권에서 표방하는 ‘적폐 청산’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조적으로 적폐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가대개조’ 역시 또 다른 ‘구조적인 변화’와 같은 맥락이다.

 

일찍이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유발한 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크게 공감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점들은 그야말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결국 얽히고설킨 문제를 그 제도 안에서 모면하거나 해결하려니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파생되는 현실을 목도한다. 이것이 시대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한 인식과 이를 일깨우는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영국을 이끈 철의 여왕, 마거릿 대처(1925~2013)는 “사회라는 것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처 총리는 뿌리 깊은 영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던 노동문제에 혁명적인 구조 변화를 이끌었다. 역사상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대체로 진보·좌파가 ‘구조’를 좋아하는 성향을 보인다. 반면에 보수·우파는 ‘구조’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다. 하지만 구조라는 말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구조는 세상을 이해하는 유용한 개념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만물에는 구조가 있다. 예컨대 경제구조, 정치구조, 국제정치구조 등이 그것이다. 우리 몸도, 뇌도, 마음도, 하나의 구조다. 이보다 훨씬 큰 구조의 단위로는 국제사회와 국내사회가 있다.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구조는 생로병사, 흥망성쇠의 과정을 겪는다. 구조적인 변화에는 때가 있다. 때로는 ‘시대정신’으로 다소 거창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에 걸맞게 새로운 구조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어느 국가든 커다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과업이기도 하다. 국가백년대계라는 교육도 마찬가지다. 매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새로운 구조를 모색하고자 한다. 하지만 실제는 기존 구조를 땜질하거나 분칠하는 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국 여기엔 깨어있는 국민의 저항이 뒤따르게 된다. 왜냐면 교육 문제는 사회의 의식구조, 가치의 변화로부터 출발해야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학벌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조심스럽게 교육에의 희망을 말하지만 뿌리 깊은 우리 교육 가치의 변화는 갈 길이 멀다.

 

이제는 미래교육에의 비전과 희망을 간직하고 한 줄 세우기 경쟁교육과 배워서 남을 지배하고 군림하려는 성공과 출세지향의 교육 가치부터 극복해야 한다. 대신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공존과 상생, 연대와 협력, 나눔과 배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시련 극복에 대한 불굴의 ‘도전과 응전’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역사에서 배우는 지혜, 곧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우리에게 교육은 절대적인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때는 그랬고 지금은 다르다는 식의 사고로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더욱 교육에의 희망을 간직해야 한다. 교육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립해 온 바탕이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변변한 부존자원 하나 없이 그야말로 교육이 배출한 우수한 인재에 의해 국가의 성장과 발전이 좌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다수의 교사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교육개혁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각종 정책의 나열로 강압과 피로감이 넘치는 선택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굳건한 사익추구의 교육 카르텔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이를 공개적으로 타파할 것을 부르짖고 있지만 언어의 희롱이 된 모양새다. 정치 또한 강력한 검찰 또는 사법 카르텔에 의해 좌우되는 행태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학입시 제도의 개혁을 외쳐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이유는 확고부동한 기득권을 가진 교육 카르텔과 국민의 교육 가치가 불변하기 때문이다. 학벌사회를 타파하고 고용의 이중구조를 혁신하려는 국가와 국민의 공감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 현시대는 물론 미래를 향한 정의로운 구조 변화로의 교육개혁과 그를 뒷받침하는 교육목표가 확고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 때이다.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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