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작은 사회… “그래서 학교는 다정한 공간이면 좋겠어요”

2024.10.24 15:54:41

‘다정한 교실은 살아있다’ 저자
허서진 대구 호산고 교사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학교 현장…
기쁨과 슬픔 함께한 동료 덕분에
교실에서,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다정한 마음을 내어줄 수 있었어
“이 책은 주인공은 바로 그분들”

‘선생님이 가꾸는 국어 교실에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누군가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우리는 그 진심에 이끌려 선생님을 따랐다.’

 

‘어쩌면 가장 여린 마음들이 모여 있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선생님의 교실은 그런 마음들이 쉬어 갈 작은 섬과 같았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 응원하는 마음이 빼곡했다. 2012년을 함께한 제자도, 2023년에 만난 제자도 선생님과 함께한 교실, 수업, 그리고 선생님이 건넨 다정함이 자기 인생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고르고 고른 단어로 엮어냈다. ‘우리 선생님’이 ‘여전히 학교에는 희망이 있다. 사랑이 있다’고 믿는 증거가 여기 있다고.

 

교단 에세이 <다정한 교실은 살아 있다>는 제자들의 추천사로 시작해 추천사로 끝난다. 저자 허서진 대구 호산고 교사는 제자들의 글을 받고 많이 울었다. “내어준 마음보다 더 큰 마음을 돌려받은 것 같았어요.”

 

허 교사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학교와 수업 이야기를 기록하다 출간 제의를 받았다.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교사가 많은 시기였다.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도 이렇게 고백한다. “‘다정한 교실은 살아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 안의 두려움과 맞서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낸 건, 교직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준 동료 교사들 덕분이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며 “학교에서 만난 다정한 이들과 교실에서 경험한 다정한 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위로가, 응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힘든 임용을 통과하고 겨우 2년째 되던 해, 교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막막한 순간이 많았어요. 그때 같은 학년 선생님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학년 부장 선생님은 대신 학생 지도를 해주시고 학부모 상담도 도와주셨죠. 다른 선생님들은 퇴근을 미루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리 반 수업에 들어가선 ‘담임 속 좀 그만 썩이라’며 대놓고 편이 돼주시기도 했어요. 그때 배웠습니다. 교사는 아주 외로운 직업일 수 있지만, 어떤 동료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요.”

 

허 교사는 동료들의 지지와 응원을 지원군 삼아 자기만의 국어 수업을 꾸려 나갔다. ‘나만의 시 감상집’ 만들기, ‘그림책 읽기 프로젝트’. ‘소설책 읽기’, ‘수필 쓰기’ 등 강의식보다는 활동과 대화에 무게를 둔 수업을 구성했다.

 

그는 “교사의 말로 가르쳐야 하는 것들을 아이들 스스로 다루도록 양질의 질문을 담은 활동지를 만들었다”면서 “수업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는 믿음이 생기도록 수업 준비에 공을 들였다”고 귀띔했다.

 

“성적과 등급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무시해서도 안 되고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들은 대학에 입학하고 사회에 나아가니까요. 하지만 학교 교육은 입시 결과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학교 교육의 책무성’이라고 했다. 학교 수업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 문학을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경험 같은 것들을 말한다. 그는 “문학을 나누고 대화를 유도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반드시 자란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그런 선생님을 신뢰했다. 허 교사는 “교사와 학생이 수업에서 만나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며 “학생들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은 수업을 준비하면서 감당해야 하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낼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다정한 마음을 내어주고 다정한 교실을 꾸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분들”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여전히 학교는 아이 대부분이 사회에 나가기 전, 처음 만나는 작은 사회예요. 학교에서의 경험은 아이들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학교는 다정한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학교를 다정하게 느끼려면 교사들이 다정한 마음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정한 마음은 교사들의 연대, 동료애에서 나오면 좋겠고요. 제가 다정한 마음을 낼 수 있도록 믿고 지지해 주신 동료들처럼요. 교직에 머무는 동안, 은혜 갚는 마음으로 저 또한 좋은 동료가 되고 싶어요.”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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