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 교육이냐 고문이냐” … ‘공신’ 강성태가 고발한 불편한 진실

2025.08.05 10:00:00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가 수행평가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며, 교육현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교육부는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을 내놨지만, ‘복붙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991년 도입된 수행평가는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주며 ‘수행 지옥’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강 대표는 <새교육>과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학업부담 경감 ▲사교육비 절감 ▲교사 업무부담 경감 등을 위해서라도 수행평가 운영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 일문일답.

 

“한 학기 50번 평가? 이건 학생에게 일상이 아니라 고통입니다.”
Q. 수행평가에서 가장 심각하게 보는 지점은 무엇인가.
“먼저 평가 횟수 자체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 과목당 수행평가가 평균 3번 정도라고 보는데, 중간·기말고사까지 합치면 학기당 5번의 평가가 있다는 얘기다. 과목이 10개면 50번의 평가를 치르는 셈이다. 두 번째로 평가 일정이 몰려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학기 초에는 진도가 적어서 수행평가를 하기 어려우니까 대부분 중간·기말고사 전후로 집중된다. 그래서 하루에 3~5개의 수행평가를 치러야 하는 날도 있다. 세 번째는 과제의 난이도와 현실성이다. 영어로 연극 대본을 쓰고 직접 뮤직비디오를 촬영·편집하거나, 영어로 과학 에세이를 쓰는 과제도 있더라. 어떤 예체능 수행평가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악장 수를 맞추거나, 저글링을 해야 하기도 한다. 물론 의미 있는 과제도 있겠지만, 이게 지금의 중·고등학생에게 현실적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Q. 학생들은 수행평가의 공정성을 문제 삼기도 하는데.
“평가기준의 모호함 때문인 것 같다. 예컨대 창의성 점수라는 게 정확한 기준이 있을 수 있나. 누군가에겐 ‘창의적’인 과제가 다른 누군가에겐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조별 과제에 대한 불만도 크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학생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친구와 조가 되면 결국 혼자 다 하게 되는 데, 점수는 같이 받는다. 또 ‘절대음감 테스트’처럼 특수한 능력을 요구하는 수행평가는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준다. 선생님들이 일일이 최선을 다해 채점하지만, 자칫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 쉬운 구조다.”

 

Q. 강 대표에게 수행평가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6시간 자면 사치’라는 말을 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에너지드링크와 커피 없이는 수업시간에 눈을 뜰 수 없다는 학생도 있었다.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댓글 중에는 ‘교육부장관과 대통령에게 수행평가를 시켜야 한다’라는 얘기도 있었다. 매일 같이 담당 업무에 대해 직접 보고서 쓰고, 영작하고, 관련 동영상 제작하고, 팀프로젝트에 중간중간 평가까지 받으라고 한다면 아마 당장 사표 쓰고 나갈 거라는 이야기였다. 학생들이 진짜 벼랑 끝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청원이 올라가자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대책을 발표했다. 
“처음엔 솔직히 감사했다. 이렇게 빠르게 반응해 주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고는 더 놀랐다. 왜냐하면 제가 유튜브에 2019년 대책 발표 뉴스와 이번 2025년 발표 영상을 비교해서 올렸는데, 거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똑같더라. 심지어 대책 내용은 ‘수업시간 안에 평가하겠다’라는 것이었는데, 이미 대부분 수행평가는 수업시간 중에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교육부가 현실을 여전히 모른 채 대책을 낸 것 같아 실망했다.” 

 

“하루에 몰린 수행만 조정해도, 학생들 숨통이 트인다”
Q. 어떤 식으로 개선하면 좋을까?
“현장 선생님들이 제일 잘 아실 것이다. 감히 말하기 조심스럽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단 하루에 여러 과목 수행이 몰리지 않게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학생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 선생님들도 일부러 그날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진도상 어쩔 수 없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학교 내부적으로 조정 시스템을 마련해, 일정이 겹치지 않게 관리하면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일률적인 40% 수행평가 반영기준도 과목별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수행평가가 부담돼 정시를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던데. 
“실제로 수행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차라리 정시’로 도피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정시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서울대도 2023학년도부터 정시에서 내신을 20% 반영하고 있고 게다가 입시의 불확실성은 정시라고 해서 덜하지 않다. 결국 수행평가 자체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정시로 간다고 해도 본질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본다.

 

“임태희 교육감,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작게라도 바로 개선하겠다고 했어요.”

Q. 최근 임태희 경기교육감과도 만났다고요. 분위기는 어땠나?
“제가 청원을 올리고, 교육부에서 대책이 나오자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줬다. 그 자리에 현직 교사·교장·장학관 등 10여 명도 함께 있었는데, 교육청도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임 교육감은 ‘시간 끌지 말고 지금 당장 개선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라는 자세였다. 그 말이 인상 깊었다.”

 

Q. 사교육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니 묻고 싶다. 학생 수는 주는데 왜 사교육비는 30조 원에 육박하는 등 매년 사상 최고치를 찍는가. 
“이유는 명확하다. 입시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 그때마다 학부모들은 정보를 따라가기 힘들고, 불안해지니 결국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만 봐도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대입에 유리할지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자체가 새로운 사교육이다. 결국 제도가 불안정하니 사교육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27과목 개설? 고교학점제는 학생도, 교사도 힘들게 합니다.”
Q.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도 비판을 많이 하던데.
“과목 선택이 입시와 직결되다 보니, 입학 전부터 진로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꿈이 자주 바뀌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어른도 수시로 꿈이 바뀌는데, 중·고등학생 때야 오죽하겠나. 그런데 그때 진로를 결정하라고 압박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지원 등 인센티브까지 줘가며 무전공 입학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전공을 정하라고 강요하고, 대학에선 공부 좀 해보고 전공을 정하라고 하니 웃픈 현실아닌가.”

 

Q. 고교학점제는 교사들에게도 고통스럽다.
“충분히 이해한다. 제가 알기로는 심지어 127개 과목이 개설된 학교도 봤다. 과목이 많으면 교사 배치, 행정 관리가 어려워지고, 학생도 유불리를 따지며 과목을 고르느라 지친다. 선생님들도 자신이 가르쳐본 적 없는 과목을 맡아야 하니,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피로감과 현장 혼란은 매우 크다. 얼마 전 선생님들께서 반대 성명은 물론 고교학점제 폐지를 요구하며 집회하는 것을 봤다. 교사라면 저라도 그랬을 것이다.” 

 

Q. 소위 공부의 신으로 불리는 데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가장 공들였던 것은 스마트폰을 멀리하게 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아예 스마트폰을 안 쓰게 했다. 저는 스마트폰이 학습과 집중력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본다. 어느 통계를 보니 하루 평균 2,800번 이상 터치를 한다는데, 이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중독이다. 저는 이게 마약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선생님들 덕분이다. 그분들이 안 계셨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저를 부를 때 ‘선생님’이라고 하면 절대 못 하게 한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아무나 붙일 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교권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선생님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우리가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드려야 할 존재는 선생님뿐이다”라고 학생들에게 늘 말해준다.”
 

장재훈 기자 oct3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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