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 급증
최근 한 교직단체와 교육정책입법포럼이 주최한 ‘딥페이크 등 사이버폭력과 학교’라는 포럼에서 사회를 보면서, 사이버폭력 특히 딥페이크 성적 합성물 제작에 대한 형사처벌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인공지능 발전이 교육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그림자 또한 깊어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수와 잘못을 통해 성장할 때도 있지만,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디지털학교폭력의 하나인 딥페이크 성범죄이다. 2021년 통계 작성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리 건수와 피해자 지원 건수는 5배 이상 증가하였다.
딥페이크 성범죄 경찰 신고 건도 매년 급속히 늘고 있다(관계부처 합동, 2024). 2023년에 180건이던 것이 2024년 10월 현재 964건으로 급증하였다. 학교의 관점에서 심각한 것은 피의자·피해자 중 10대 비중이 73.6%에 달한다는 점이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급증은 우리 교육계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심각한 현상이다.
강력한 처벌을 목표로 한 법 개정
2024년까지는 특히 학생이 가해자인 경우 처벌이 약했고, 붙잡으려는 경찰의 수사 의지도 약했다. 2022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청소년 대상으로 진행한 사이버폭력실태조사에서 ‘디지털 성범죄 확산 및 재생산 원인’을 묻는 질문에 청소년들은 ‘처벌이 약해서’와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붙잡힐 염려가 없어서’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골랐다(이선욱, 2024).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장에 따르면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는 청소년 사이에 이미 ‘만연해 온 문제’이고, 10대들 사이에서는 ‘또래들 사이의 장난이나 놀잇거리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이선욱, 2024). 교육부(2024)의 조사 결과에서도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발생 원인으로 중학생 62.2%, 고등학생 47.7%가 ‘장난으로’를 1순위로 꼽았다(교육부, 2024).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성적 허위 영상이나 사진을 본 적이 있는 경우는 4.7%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범죄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이 약하고 붙잡힐 염려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학습한 결과, 사태가 악화되었다. 이를 심각하게 판단한 정부는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
정부는 2024년 9월 「성폭력처벌특례법」, 「청소년성보호법」, 「성폭력방지법」 등을 개정하였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를 구입·소지 또는 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학생들이 만든 딥페이크 성적 합성물 대상이 대부분 또래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교육부 인식조사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미성년자 대상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법 개정 사실을 알고 있는 청소년은 별로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현행법상 단순한 호기심에 의한 시청이라 해도, 어린 학생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법은 이렇게 엄한 처벌을 하는 쪽으로 개정되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학생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도할 책임이 있는 학교와 학부모조차 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것이 당일 발표자로 참석한 현직 검사의 이야기였다. 교육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 사건을 주제로 부모 등 양육자와 대화해 본 적이 있는 학생은 27.6%에 불과했다.
강력한 처벌이 어느 정도 예방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과 필요한 문화 형성 사이에는 시차가 발생한다. 그 사이에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교육청·학교(교원)·학부모 그리고 시민단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에서 청소년 비율이 높은 이유
관계부처 합동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관계부처 합동, 2024: 2). 반대로 교육부(2024)가 발표한 ‘학교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 관련 청소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90% 가까이가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을 범죄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사 결과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유, 청소년들이 딥페이크 성범죄가 범죄라는 사실은 인식하면서도 이를 가볍게 여기거나 장난처럼 여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머리로 알고 있다는 것과 이를 행동에 반영하는 것 사이의 차이 때문이다. 주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로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는 사람을 보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그러한 사례를 접하게 되면 아는 것과 행동 사이의 차이가 줄어든다. 하지만 그동안 익명성과 낮은 적발률로 인해 실질적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청소년이 피의자일 경우에는 처벌 수위가 매우 약했다. 이러다 보니 적발 가능성은 아주 낮고, 적발되더라도 실제 처벌 수위는 낮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지면서, 인식과 행동 사이의 괴리를 더 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른 하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일종의 장난이나 유희로 받아들여지며 퍼진 탓이다. AI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제작이 가능하다 보니 확산 속도도 빨랐다. 적발 비율만이 아니라 처벌 수위 또한 낮은 상황에서 청소년기의 특성인 또래 지향성과 모방 행동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딥페이크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우정이나 유대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나쁜 행동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은 성인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청소년기의 특성인 즉각적 쾌감 추구와 미래 결과에 대한 둔감성이다. 전두엽 발달이 덜 된 청소년은 충동 조절 능력이 낮고, 장기적인 결과 예측 및 그에 대한 두려움 인식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호기심이 범죄에 대한 우려보다 우선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별다른 두려움 없이 했던 행동은 학생의 일생을 망칠 수 있다.
딥페이크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자 중 청소년 비율이 높은 것은 단지 관대한 법 집행 관행 때문만은 아니다. 또래문화, 미성숙한 뇌 발달, 예방교육 미흡 등 여러 이유가 맞물려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강력한 처벌이 곧바로 청소년의 딥페이크 성범죄 감소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 같다.
자칫 처벌받는 학생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때, 강력한 처벌 내용을 담은 법 개정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과 함께 사회문화적·심리적·교육적인 접근을 병행해야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교육 방향
우리 사회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재미’도 ‘장난’도 아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범죄’라는 인식을 청소년이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제력을 실천에 옮기도록 학부모·학교 그리고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5조에 따르면 학교의 장은 학생·교직원·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을 위한 교육을 학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예방교육을 통해 2024년 법 개정으로 ‘단순 시청만으로 실형을 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또한 청소년 대상 실형 선고 사례를 교육적으로 홍보해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국가와 교육청은 기존의 전달 중심 교육이나 단편적 법 교육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입장에 서보는 체험형·감정이입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사이에 만연한 ‘장난 문화’를 깨뜨리기 위한 다른 하나의 방법은 인기 유튜버나 아이돌 등을 활용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학교 내의 ‘또래 자율감시동아리’나 딥페이크 성범죄 장난 문화를 멈추게 하는 또래 리더 양성 프로그램 운영도 고려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피해 발생 시 신속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상담 및 신고체계에 대한 정보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딥페이크 성범죄 발생 상황을 인지한 교원이 취해야 할 절차를 상세히 안내하고 숙지시켜, 사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길러야 한다.
2024년 법 개정 및 경찰의 수사 의지 강화로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사례가 크게 늘어 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올바른 디지털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아, 피의자와 피해자가 되는 학생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또래·부모·교사·사회 모두가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