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애 세종시교육감 “‌정치 아닌 교육으로 승부 … 배움에 강한 세종 만들겠다”

2026.07.07 10:00:00

 

“교육 때문에 떠나는 도시를 교육 때문에 선택하는 도시로 바꾸겠습니다.” 지난 6월 3일 치러진 세종시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강미애 교육감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혁신’도, ‘진영’도 아닌 ‘교육’이었다. 그는 세종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로 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 저하를 지목했다.

 

정치보다 교육을 선택한 세종 시민들
세종시교육감 선거는 이번 전국 교육감 선거 가운데서도 유독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해까지 10여 년 동안 세종교육을 이끌었던 최교진 전 세종시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으로 재직 중인 상황에서, 최 장관과 인연이 깊은 후보와 맞붙었기 때문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최 장관의 특정 후보 개소식 참석과 SNS 댓글 논란까지 불거지며 정치적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나 강 교육감은 선거 내내 자신을 진보도, 보수도 아닌 ‘교육당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교육감은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정치 프레임에서 벗어난 정책 중심의 선거를 강조했다.


당선  직후 만난 그는 “한순간도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통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거리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났다. 여론조사 숫자보다 현장에서 느낀 시민들의 정서가 더 정확했다. 교육을 정치가 아닌 교육 자체로 바라봐 달라는 호소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해 주셨다”고 했다.


강 교육감의 승리는 단순히 교육감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출범 이후 처음으로 비전교조 출신이 교육감에 당선됐고, 첫 여성 교육감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난 12년 동안 유지돼 온 세종교육의 정책 방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세종의 가장 큰 문제로 여기는 것은 학력 저하다. 선거 과정에서 “세종이 교육특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교육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특히 학부모들이 자녀의 중·고교 진학 시기가 되면 대전이나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 들였다. “통계를 보면 세종 출범 이후 약 1만 명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중 상당수가 15~24세 청소년과 보호자들이다. 결국 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누적된 결과라고 본다. 교육이 흔들리면 도시 경쟁력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학력 회복, 세종교육의 최우선 과제
그는 세종의 인구 유출 문제를 단순한 주거나 경제 문제가 아닌 교육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시민들이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면 결국 사교육이 발달한 지역이나 입시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 교육감이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책도 학력 관리 체계 구축이다. 이는 대표 공약인 ‘AI 학습종합센터’ 설치에서 잘 드러난다.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지필평가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일각에서 과거 일제고사식 경쟁교육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강 교육감은 “서열화가 아니라 정확한 평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이 현재 어느 수준에 있는지 파악해야 제대로 도울 수 있다. 곱셈을 할 수 있는지, 어느 단계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교육의 기본 책무”라면서 “학교별·학급별 평가 체계를 활용해 경쟁과 서열화는 최대한 차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움의 이유를 찾는 진로교육
학력 회복과 함께 강 교육감이 강조하는 또 다른 축은 진로교육이다. 그는 현재 자유학기제 중심의 진로교육이 단기 체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루이틀 직업체험하고 끝나는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삶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대표 공약이 ‘200억 글로벌 진로 탐험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공학·의학·예술·미디어·체육·요리 등 20개 안팎의 진로 프로젝트를 선택해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중학교 3학년이 되면 해외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사업을 단순한 해외연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미국의 스탠퍼드대나 MIT와 같은 연구 현장을 방문할 수 있다. 패션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기업과 학교를 찾아가고, 미디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은 콘텐츠 제작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진로체험인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철학은 선거 슬로건인 ‘배움에 강한 세종교육’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강 교육감은 “교육의 본질은 결국 배움”이라며 “배움의 이유를 발견한 학생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교육 확대와 인간 중심 교육의 균형
AI 교육정책도 주목받는 공약 가운데 하나다. 그는 세종형 AI 디지털융합센터를 구축하고 AI 디지털 특성화고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히 AI 기술을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AI 시대를 이끌 전문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특성화고에서는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디지털 콘텐츠 제작 등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지역 대학과 기업·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하지만 AI 교육 확대가 곧 디지털 기기 사용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과도한 디지털 기기 노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태블릿보다 연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과 뛰어노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자란다. AI 시대일수록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성과 공감 능력을 길러야 한다.”

 

교권 회복과 신뢰 회복의 4년
교권 회복 역시 주요 과제다. 그는 교사가 성장해야 학생도 성장할 수 있다며 연수비 지원 확대, 수석교사제 강화, 성과 기반 보상 확대, 법률 지원 체계 구축 등을 약속했다.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선거 기간 최교진 장관의 특정 후보 지원 논란을 비판하며 사퇴까지 요구했던 그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선거철이 되면 오해받을까 봐 정치 이야기조차 조심하는데 교육행정 최고책임자가 특정 후보와 관련된 논란을 반복적으로 일으킨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교육을 진보와 보수의 잣대로 바라보는 것 자체에 반대했다. “교육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니다. 아이들이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드는 사람이 교육감”이라고 말했다.

 

강 교육감의 향후 4년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학력과 진로, AI 교육을 앞세운 그의 구상이 실제로 세종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세종은 행정수도이자 대표적인 젊은 도시다. 학부모 비중이 높고 교육에 관한 관심도 어느 지역보다 크다. 그만큼 기대도 크고 평가도 냉정하다.


12년 만의 교육 권력 교체를 선택한 세종 시민들이 강 교육감에게 맡긴 과제는 분명하다. 정치가 아닌 교육으로, 구호가 아닌 성과로 세종교육의 방향을 증명하는 일이다. 이제 그 시험이 시작됐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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