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모두를 위한 AI’가 여는 지식 민주화

2026.05.18 09:10:00

인공지능(AI)은 이제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교육·행정 전반의 질서를 재편하는 문명사적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산업혁명이 기계를 통해 인간의 육체노동을 확장했다면, 오늘날 AI 혁명은 인간의 사고와 의사결정 체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추진되는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for All)’ 정책은 단순한 기술 보급을 넘어, 모든 국민이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핵심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국가적 교육 혁신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세종대왕 정신 이어야할 정책

이러한 흐름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조선시대 한문은 소수 지배계층만이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권력의 도구였다. 문자 해독 능력의 차이는 곧 정보 접근의 차이였고, 이는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세종대왕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한다”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누구나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이는 단순한 문자 창조를 넘어 지식의 민주화와 국민 역량 강화라는 국가적 비전의 실현이었다.

 

오늘날 AI 역시 특정 전문가와 거대 자본의 전유물이 된다면 심각한 ‘AI 디바이드(AI Divide)’를 초래할 수 있다.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차이는 개인 삶의 질뿐만 아니라 국가 생존과도 직결된다.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 전체의 지적 역량을 AI를 통해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정책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훈민정음 보급 운동과 다름없다.

 

다만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화려한 기술 활용이나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AI 교육은 자칫 ‘사상누각’에 그칠 위험이 크다. 특히 가시적 성과를 앞세운 보여주기식 사업은 교육 현장의 혼란과 피로감만 가중시켜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정권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일회성 행사나 전시 행정이 아니라,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되는 교육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진정한 AI 교육은 탄탄한 디지털 소양 교육이라는 기초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데이터와 정보의 구조를 이해하고, 디지털 환경 속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수용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AI 교육은 공허한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한 도구 활용법만 강조하는 교육은 학생들에게 사고의 과정 없이 결과만 얻어내는 ‘마법의 지팡이’를 쥐여주는 것과 같다.

 

교육의 힘으로 뒷받침해야

따라서 초·중등 단계부터 컴퓨팅 사고력, 데이터 리터러시, 알고리즘 이해, AI 윤리 등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공교육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AI 교육은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춰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는 곧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스스로 습득할 수 있는 자생적 역량으로 이어져야 한다. 동시에 전 세대가 일상 속에서 AI를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보편적 교육망을 구축하고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한글이 조선의 지식 혁명을 이끌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토대가 되었듯, 지금의 AI 교육 혁신은 우리의 미래 100년을 결정할 전환점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튼튼한 기초 위에서 AI를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의 힘이다.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은 우리 모두가 미래 사회의 주인이 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대성 광주교대 교수 / 한국정보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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