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스웨어의 진화, 교실수업 어디로

2026.05.07 10:00:00

 

기대와 현실 사이
AI 디지털교과서(AIDT)가 2025년 3월, 영어·수학·정보교과에 도입되었다. 76종이 검정을 통과했고, 15만 명의 교원연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달랐다. 감사원 점검 결과, AIDT 자율 선정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이 평균 60%, 평균 활용률은 8.1%에 그쳤다.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수업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교사가 기대하는 기능과 실제 서비스 사이에도 적지 않은 간극이 있었다. 인터랙션과 학생의 수준에 맞춘 개별화 역시 기대만큼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AI 기술이 교육에 맞지 않아서 생긴 문제일까. AI 기술 자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개별 학습자에 맞춘 진단과 피드백이 가능한 수준까지 와 있다. 다만 기술이 존재하는 것과 그 기술이 30명의 교실에서 수업도구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은 서비스 설계의 영역이다.


왜 서비스가 현장에 맞지 않았는가. AI 코스웨어 시장이 그동안 사교육의 입시 효율성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시장이 거기에 있었기에 대부분의 업체도 그 기준에 맞춰 서비스를 만들었다. 공교육 현장의 수업 맥락과 교수학적 설계에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것은 최근 3년이다.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 설계와 시장 구조의 문제라면 개선의 문은 열려 있다.

 

이미 시작된 변화
종이 숙제를 걷어 일일이 채점하고 생활기록부를 한명 한명 처음부터 작성하고,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개별 지도를 받는 학생도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학습진단이 자동화되었고, 채점이 자동화되었으며, 학생이 궁금한 것은 생성형 AI에게 바로 물어보는 시대가 되었다. 과학이나 사회교과의 시청각 자료도 비교할 수 없이 풍부해졌다.


이런 변화들은 거창한 이름 없이 조용히 교실에 스며들었다. 5년 전의 에듀테크와 지금의 에듀테크는 수준 자체가 다르다. 과거에는 문제집보다 못한 콘텐츠와 일방향 전달만 가능한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콘텐츠의 질과 개별화 수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모두 올라갔다. AI를 통한 양방향 인터랙션과 서술형 피드백까지 가능해졌다. 이 속도를 다시 5년 뒤로 연장해 보면 어떤 그림이 될까.

 

‘못 한다’의 유통기한
AI에 대해 반복되어 온 패턴이 있다. AI는 창의적인 건 못 한다고 했다. 그런데 글쓰기와 그림 분야에서 AI의 활용 범위는 예상보다 빠르게 넓어졌다. AI는 수학을 못 한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수능 만점에 이를 만큼 고난도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지금은 정서적 인터랙션을 못 한다고 한다.

 

맞다. 현재는 어색하다. 그러나 영화 <Her>에서 주인공이 AI의 음성만으로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그 영화의 배경이 2025년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못 한다’의 유통기한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인터랙션의 한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술 변화의 속도 자체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낙관론자가 5년을 말하면 실제로 20년이 걸리는 세상이었다. 지금은 낙관론자의 5년이 2년 만에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산업 구조 또한 바뀌었다. 과거에는 에듀테크 회사마다 자체 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구글과 OpenAI 같은 빅테크의 AI를 API1로 탑재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AI 엔진이 한 단계 진화하면 그 위에 올라간 모든 코스웨어의 품질이 동시에 올라간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현장 실증이 축적되면서, 교사들의 목소리와 학생들의 실제 사용 패턴에 대한 학습도 이루어졌다. 한때 사용하기 어렵던 AI 코스웨어에서 이제 말이 되는 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국면이다. 오늘의 AI 코스웨어는 앞으로 나올 AI 코스웨어 중에서 가장 아쉬운 버전이다.

 

블룸의 40년 된 질문에 답할 시간
1984년 교육심리학자 벤자민 블룸(Bloom)은 1대 1 튜터링을 받은 학생이 일반 학급 수업을 받은 학생보다 성적 표준편차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50등이 2등이 될 수 있다는 결과였다. 그러나 블룸 자신도 인정했듯이, 모든 학생에게 개인 교사를 붙이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어떻게 1대 1 개별 지도의 효과를 30명의 교실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40년간 이 질문에 대한 현실적 답은 없었다. 평균에 맞춘 교육에서 뒤처지는 학생은 계속 뒤처지고, 앞서가는 학생은 멈춰 선다.


AI는 이 오래된 숙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춘 진단, 문제 제시, 피드백을 30명에게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AI의 큰 가능성 중 하나다. 그리고 이는 더 이상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데이터로도 확인되기 시작했다. 2025년 글로벌 메타분석(Meta-Analysis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PRISMA 적용)에서도 AI의 교육 효과는 ‘매우 큰 수준’으로 확인되었으며, 특히 생성형 AI와 챗봇을 활용한 양방향 학습은 기존 단순 온라인학습보다 효과가 약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이 40년 전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교사의 일은 점점 줄어들게 될까?
기술이 발전하고 개별화 교육이 강조될수록, 교사의 일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종이를 인쇄해 나눠주고, 한 장 한 장 채점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상태를 수기로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지금은 이런 반복적 작업의 상당 부분을 기술이 가져갔다.

 

그 대신 교사는 학습 데이터를 보면서 개별 학생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주고, 한 명 한 명 불러서 상담하고, 뒤처지는 학생에게 맞춤 과제를 설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 업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무게중심이 달라진 것이다.


앞으로도 AI가 진단, 채점, 반복 설명 같은 영역을 더 가져갈수록 교사는 학생의 동기를 살피고, 관계를 맺고, 학습전략을 함께 세우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역할의 축소가 아니라 교육의 확장이다. 교사는 말로 설명하고, 그려주고, 학생의 표정을 읽고, 학생들을 관리하고, 사회성과 윤리의 기준을 세운다.

 

이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수행한다. 기술의 언어를 빌리면 ‘멀티모달 인터랙션’이다. 이것을 이 수준으로 해내는 직업은 거의 없다. 교사는 모든 직업 가운데에서도 AI로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직업이라고 본다.

 

그래도 사람이 필요한 이유
이상하리만큼,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육에서 사람의 역할은 더 선명해진다. 아무리 정교한 AI 코스웨어가 있어도 태블릿 앞에 학생을 앉히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게 할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학습 동기가 없는 아이에게 AI가 아무리 맞춤형 문제를 제시해도 의미가 없다. “오늘 이걸 해보자”라고 말해주는 사람, 포기하려는 순간에 “한 번만 더 해보자”라고 붙잡아주는 사람, 잘했을 때 눈을 보며 “잘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것은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AI는 도구다. 그 도구를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다. AI 교육의 끝에 있는 것은 기술이 교사를 대체한 교실이 아니라 기술 덕분에 교사가 더 교사다운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교실이다.

 

10년 후의 교실을 상상해 본다.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수학 포기자가 없다. 교사는 채점과 행정이 아니라 학생과의 인간적 연결에 집중한다. 사고력과 서술형 중심의 학습이 자연스럽고, 사교육의 도움 없이도 1대 1 개별 지도 이상의 양질의 교육이 가능하다.


물론 이렇게 장밋빛 미래만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향에 가까워지는 길에는 AI가 있다고 본다. 현재의 에듀테크 수준과 부작용으로 미래의 가능성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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