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의 빠른 뇌 발달이 조기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안정적인 관계와 놀이, 충분한 수면, 신체활동, 언어적 상호작용이 건강한 발달에 더 중요한 경험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학습형 사교육이 일부 단기적인 학업 준비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언어와 문제해결력, 실행기능, 장기 학업성취 전반에서 일관된 우위를 보인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육아정책포럼’ 2026년 여름호에서 양동화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발달위원회 간사는 ‘영유아기 뇌 발달 관점에서 본 영유아 사교육’을 통해 영유아 사교육의 효과와 잠재적 영향을 국내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글에 따르면 영유아기는 대뇌피질의 시냅스가 빠르게 형성되고 재구성되는 시기다. 하지만 뇌의 각 영역은 서로 다른 시기에 발달하는 만큼 뇌가소성을 '빨리, 많이 가르칠수록 좋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민감기 역시 특정 시기를 놓치면 학습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발달단계에 맞는 경험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시기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령별로 필요한 경험도 다르다고 분석했다. 영아기에는 양육자의 반응적인 상호작용이 초기 사회성과 언어 발달의 토대가 되고, 걸음마기에는 안전한 탐색과 몸놀이, 질문과 응답이 인지 발달을 촉진한다. 유아기에는 상징놀이와 또래 관계, 이야기 구성, 규칙 있는 놀이가 실행기능 발달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으로 정리됐다.
실행기능 발달 역시 반복적인 학습보다 놀이와 생활 경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문제집 중심의 학습보다 관계적 상호작용과 놀이, 충분한 수면과 신체활동, 낮은 만성 스트레스 수준이 실행기능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단어를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것보다 성인과 실제 대화를 주고받는 경험이 언어 관련 뇌기능 발달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소개했다.
수면과 신체활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세 아동에게 하루 180분 이상의 다양한 신체활동을, 3~4세는 이 가운데 최소 60분 이상의 중등도 이상 활동을 권고한다. 미국수면의학회는 4~12개월 영아는 하루 12~16시간, 1~2세는 11~14시간, 3~5세는 10~13시간의 수면을 권장한다. 글은 학원 이용이 수면과 자유놀이, 가족과의 상호작용 시간을 줄이지 않는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효과는 유형에 따라 구분해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놀이와 관계 중심의 질 높은 유아교육이나 성인의 적절한 지원이 더해진 활동은 일부 학습 준비와 실행기능, 사회·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를 학원형 사교육이나 장시간 구조화된 조기학습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내외 연구를 종합하면 조기 교육 프로그램에서 일부 단기적인 언어·기초학업 능력 향상이 나타난 사례는 있었지만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거나 장기적인 우위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내 연구에서도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의 현재·과거 사교육 경험은 언어 발달과 문제해결력, 실행기능에서 뚜렷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신체·예술 사교육은 집중력이나 성실성과 제한적인 연관성을 보였지만, 학습형 사교육 경험이 많을수록 자존감과 부정적인 관련성이 나타난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글은 이를 근거로 영유아 사교육의 효과를 '전혀 없다'거나 '항상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모들이 기대하는 언어와 문제해결력, 실행기능, 장기 학업성취 전반에서 학습형 사교육이 일관된 우위를 보인다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정리했다. 과도하게 학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장시간 프로그램은 자유놀이와 수면, 부모와의 상호작용 기회를 줄이는 발달적 기회비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 간사는 부모교육과 공공 유아교육·보육의 질을 높이고, 영유아 교육시장에서는 '뇌과학', '골든타임', '결정적 시기' 등 표현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언어와 행동, 수면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은 학습형 사교육보다 정확한 평가와 부모 코칭, 전문적인 발달 지원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