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디지털 교육 역량 _ 이제는 교사의 필수 역량 범주에서 논해야 한다
‘교사들이 왜 AI·디지털 교육 역량을 함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반복적으로 되묻기에는 너무 소모적이다. AI·디지털이 일상화된 지금 그것은 교육의 환경을 넘어 교육의 내용이자 방법 자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는 다음 항목이 있다.
“디지털 교육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미래형 교수·학습방법과 평가체제 구축을 위해 교원의 에듀테크 활용 역량 함양을 지원한다”(교육부, 2022:51)
해당 내용은 교사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이 교원의 선택적 역량이 아닌 필수 역량임을 보여주며, 국가적 차원의 추진 필요성 또한 시사한다. 최근 몇 년간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대규모 재원이 마련되고 전국 단위의 연수가 추진되어 온 것은 이 역량이 우리 교육에서 더 이상 주변부 의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더 의미 있게 이 역량을 함양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고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몇 년간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 수준의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체계 개발, 전국 단위 연수 운영 경험, 선도교사 네트워크 형성 등 자산을 축적했다(교육부, 2023). 국가 수준에서 방향성을 수립하고 역량 함양 여건을 제공하는 우리의 접근을 타 국가 교육자들이 주목할 만큼, 이 과정이 남긴 자산은 가볍지 않다. 이제는 그 강점을 유지하고 드러난 한계는 극복하며,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를 더 체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과제와 어려움을 직시해야 한다.
현장교사 역량 강화 _ 한계를 넘어 지속가능한 역량 강화로
현장 교사들의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와 관련하여 우리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큰 과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는 2023년부터 지금까지 교원의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 관련 정책 참여 및 관련 연수 강의를 수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 의견임을 밝힌다.
첫째, 연수 피로도다. 교육부·시도교육청·지역교육청 세 채널에서 각기 연수가 쏟아지면서 연수를 듣기도 전에 피로도가 쌓이고, 연수 간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었다. AI·디지털을 비롯해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이 압박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둘째, AI·디지털 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특정 도구 및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연수가 강조되면서 교사들은 쫓기듯 따라가야 하는 압박을 느꼈고, AI·디지털 교육의 효과가 실제 검증보다 기대에 의존한 채 전달되면서 현장의 의구심도 깊어졌다. 이 역량의 중요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 바로 이 시기에, 관련 논의 자체가 피로감을 일으키는 주제가 되어버린 것은 분명한 역설이다.
셋째, 연수 운영의 완성도 문제다. 대규모 연수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강사 수급과 질 관리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고, 때론 이미 깊은 전문성을 가진 교사들이 기초적인 도구 소개 수준의 연수를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술이 아닌 수업에 초점을 두고자 했던 연수의 의도가 현장에서 충분히 체감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러한 한계들이 경험과 개선의 노력을 통해 극복되고 있는 바로 이 시점에 그 추진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수 간 중복 최소화, 수업에 중심을 둔 강사 자원 확보, 역량체계의 재정비 등 개선의 흐름은 분명히 감지된다. 2026년 새롭게 발표된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체계는 국내외 역량체계 분석과 현장 교사들의 실제 요구, 그간 연수를 통해 확인된 한계와 개선 방향이 반영된 결과다. 위에서 설계해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를 다듬어온 접근 자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이러한 방향 위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성과 역할 분담이다. 교육부·시도교육청·지역교육청 각 기관이 자신의 특성과 강점에 따라 역할을 분명히 분담하고, 그 역할에 맞춰 차별성 있는 연수과정이 기획 및 운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장에서 유사한 연수가 세 채널로 반복되는 문제는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정책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으면 각 기관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 혼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은 고스란히 교사들에게 돌아간다.
연수 방식의 변화도 이 맥락에서 짚어야 한다. 수업영상 나눔, 동료 수업 참관, 전문적학습공동체, 멘토링 등의 활동을 연수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지난 정부 시기에 발표된 바 있다(교육부, 2024). 그러나 이것이 정책 문서 속에 선언되었던 것처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책의 발표와 실질적 실행 사이의 간극은 교원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 정책에서 반복되어 온 문제다.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연수시간 충족을 위해) 들어야만 하는 연수가 아니라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구조, 교사들이 이미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전문성 개발 활동을 제도적으로 실제 인정하는 경험이 쌓이는 것, 이것이 역량 강화의 필수적인 환경 조성이다.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에서 교사들에게 시간적·심리적 여유를 제공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정책의 책무다.
그간의 역량 강화 노력을 통해 축적된 자산은 분명하다. AI·디지털 교육을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산을 소진하지 않고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의 면밀한 준비, 일관된 방향 제시, 기관 간 명확한 역할 분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말한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과 현장이 함께하는 역량 강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비교사 역량 강화 _ AI·디지털 교육의 사각지대
지금까지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의 노력은 현장 교사를 향하고 있었다. 예비교사의 AI·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현장 교사 대상 연수보다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접근은 교원양성 단계에서 이 역량을 충분히 함양시켜 현장으로 보내는 것이다. AI·디지털 교육 역량이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은 지금, 이 문제를 더 이상 부차적 과제로 미룰 수 없다.
2023년 ‘디지털 교육’이 교직 이수 필수과목으로 새롭게 편성된 것은 제도적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체감되는 변화는 교직과목 한 개 추가가 전부이다. 그 과목을 어느 학과가 담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과목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체계적 고민과 안내는 부족하다. 달리 말해 예비교사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이 해당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자의 전문성에 좌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대와 사대 모두 이미 촘촘하게 구성된 교직 이수 교육과정 체계에 과목 하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예비교사들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이 충분히 함양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25년 11월 발표된 ‘AI for All: 모두를 위한 AI 인재양성방안’(교육부, 2025)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예비교원 대상 AI 관련 표준 교육과정 개발 및 기존 교과 개편·보완·신규 교과 개발을 명시하고 있으며, 2023년 교직과목에 편성된 ‘디지털 교육’을 AI 교육 중심으로 정비하고 이수를 의무화하도록 개편하는 방안, 교·사대 등 교원양성과정 교직과목에 AI 기본소양교육을 포함하는 방향도 추진 중이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해당 정책이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보면,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과 그 안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예비교사의 AI·디지털 교육 역량은 교직과목 한 개로 함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과 전문성을 함양하는 수업에서도, 교육방법론 수업에서도 AI·디지털은 유기적으로 녹아들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모든 교과에서 학생들의 디지털 기초 소양 함양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모든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AI 소양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는 교원양성 단계부터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양성대학 교수자들의 노력과 변화도 요구된다. 교원양성대학 교수자들이 자신의 수업에 AI·디지털을 의미 있게 결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모든 교수자가 당장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미래 교사를 육성하는 대학이라면, 미래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기준으로 자신의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 추진 속에서 현장 교사 대상 연수는 넘쳐나지만, 교원을 양성하는 교수자에 대한 국가 수준의 지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정책 추진의 빈틈이다. 교원양성대학의 AI·디지털 교육 전문성 강화는 각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존중하되, 교원양성 기관의 교육과정을 통해 예비교사들이 함양해야 할 AI·디지털 교육 역량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 수준 안내와 방향성 제시가 뒤따라야 한다.
AI·디지털 교육! ‘전환’에서 ‘일상’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디지털과 교육의 관계를 설명할 때 ‘전환’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그 표현 안에는 기존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23년 이후 3년을 그 전환의 시간으로 보내며 우리는 기대와 실망, 경험과 한계를 함께 만들어왔다. 전환이 일정한 시간을 지나면 일상이 된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AI·디지털 교육이 특별한 노력의 대상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일상이다.
2026년은 그 일상을 향한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이다. 새롭게 정비된 역량체계, 예비교사 정책의 구체화, 연수체계의 재정비 등 여러 변화가 동시에 맞물려 있는 이 시기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앞으로의 방향을 상당 부분 결정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산을 발판 삼아 현장 교사와 예비교사 모두를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AI·디지털 교육 역량 함양 구조를 진지하게 설계해야 할 때다. AI 시대 교육 경쟁력은 결국 교사에게 달려 있다. 그만큼 2026년, 이 새로운 시작점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