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학업성취와 웰빙은 서로 양자택일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교육성과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한국 교육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경쟁 중심 교육문화가 높은 성취에도 행복하지 않은 '좌절된 성취자'를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9일 발간한 KEDI BRIEF 11호 '학생 웰빙과 학업성취는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가?'를 통해 PISA 2018 한국·영국·핀란드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학업성취와 학생 웰빙이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라 일정한 조건이 갖춰질 경우 충분히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분석 결과 세 나라 모두에서 학업성취와 웰빙이 모두 높은 학생 집단이 존재했다. 한국에서는 유데모닉 웰빙 기준 학업성취와 웰빙이 모두 높은 학생이 10.1%로 나타났으며, 학업성취는 높지만 웰빙은 낮은 학생은 11.6%였다.
그러나 주관적 웰빙 기준에서는 두 지표가 모두 높은 학생이 4.3%에 그친 반면 학업성취는 높고 웰빙은 낮은 학생은 10.6%로 두 배 이상 많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한국에서는 높은 성취가 학생의 행복이나 삶의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성취와 웰빙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났다. 학업성취가 높은 학생 가운데서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웰빙은 낮아졌으며, 한국에서 그 영향력이 가장 크게 확인됐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1표준편차 증가하면 학업성취와 유데모닉 웰빙이 모두 높은 집단에 속할 확률은 8.3%포인트, 주관적 웰빙이 모두 높은 집단에 속할 확률은 6.1%포인트 감소했다. 웰빙이 높은 학생 집단에서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학업성취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성취와 웰빙을 함께 높이는 요인도 분명했다. 세 나라 모두 회복탄력성이 가장 강력한 촉진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에서는 회복탄력성이 학업성취와 유데모닉 웰빙이 모두 높은 집단에 속할 확률을 9.8%포인트 높였다. 과업을 끝까지 수행하는 태도와 학교 학습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중요한 개인 요인으로 확인됐다.
교사의 역할도 눈에 띄었다. 연구에서는 한국에서만 교사의 지지가 양방향 효과를 보였다. 학업성취가 높은 학생의 유데모닉 웰빙을 높이는 동시에, 웰빙이 높은 학생의 학업성취도 높이는 요인으로 확인된 것이다. 부모의 정서적 지지와 학교 소속감 역시 성취와 웰빙을 함께 높이는 핵심 관계 요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학생의 성취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 학교 공동체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적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풍토는 양면성을 보였다. 경쟁적 학교 풍토는 일부 학생의 학업성취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동시에 학생의 주관적 웰빙을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연구자는 이를 경쟁 자체의 긍정적 효과로 해석하기보다 한국 교육체제에서 경쟁이 성취를 압박하는 구조적 기제로 작동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결국 성취를 경쟁과 불안에서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습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회복탄력성, 교사와 부모의 정서적 지지, 학교 소속감을 바탕으로 한 교육환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희현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실패를 성장의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입시·평가체제를 개선하고, 교사가 학생과 충분히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사 행정업무 경감, 전문상담 인력 확충 등을 통해 학생을 지지하는 학교 공동체를 구축하고, 학교평가 역시 학업성취뿐 아니라 학교 소속감과 삶의 만족도, 교사의 지지 등 학생 웰빙을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