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휠체어는 꼭 밀어줘야 하는가?

2005.04.25 09:19:00

아버지는 신문을 보고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는 삽화가 교과서에 실려 있을지 추측해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그런 양성평등에 반하는 내용의 삽화는 없을 것임을 예상할 것이다. 그렇다면 교과서에 나타난 장애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휠체어 탄 사람과 목발 짚은 사람, 검은 안경을 낀 사람 등을 떠올릴 것이다. 또한 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람, 목발을 짚은 사람 옆에서 가방을 들어주고 부축하는 사람도 뒤따를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실제 연구결과에서 빗나가지 않는다.

2003년도부터 2년 동안 국립특수교육원에서 행해진 유·초·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장애관련 내용 분석 연구에 의하면, 적지 않은 분량의 장애관련 내용이 실려 있어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이 확산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교과서에 묘사된 장애인의 모습은 대부분 지체장애와 시각장애인이었으며 이들을 도와주는 방식은 주로 휠체어 밀기, 가방 들어주기였다. 또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장애체험 활동도 제시되어 있는데, 이는 장애인의 ’처지’를 체험해보고 느낀 점을 쓰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장애인의 불편한 처지를 느껴보는 것이 아니라 장애아동이 또래들과 수업 및 다양한 활동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전혀 다른 두 집단으로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애는 개인의 외모, 국적, 능력, 성별, 가족 구성원, 사회 경제적 지위와 같은 차이 중의 하나인 것으로 수용하고 존중해야 함을 강조해야한다.

장애와 관련된 내용을 제시할 때 간과해버리기 쉬운 것은 장애인 본인도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책들은 일반인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본인들도 본다는 생각을 한다면, 즉 서비스의 대상자를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참여자로 본다면, 다른 관점에서 장애인이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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