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미리 체험해요”

2005.09.22 15:14:00

대안학교 중심 청소년인턴십 프로젝트
내년에는 일반학교 등으로 확대할 계획


“박물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안내를 해봤는데 관람 안내가 아니라 ‘관람 제재’를 하러 다니는 기분이었어요. 카메라 꺼내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그걸 일일이 말리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아요, 전시물 보호 차원에서도 관람객들의 사진촬영은 막아야 하죠. 하지만 반드시 관람객들이 기분 상하지 않게, 친절한 태도로 제재해야 해요. 우리는 관람객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해야 하거든요.”

수요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원정혜 학예연구팀장과 은평씨앗학교 이성 군(20) 사이에 진지한 대화가 오간다. 박물관 학예사를 꿈꾸는 이 군은 지난 8월말부터 매주 2차례씩 자연사박물관을 찾고 있다. 청소년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 이 곳 학예사들의 활동을 직접 체험해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재단은 올해 5월 ‘청소년인턴십’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희망분야 직업인들을 멘토로 연결, 청소년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5~7월 4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1기 과정이 끝났고 9월부터 70여명이 참여하는 인턴십 2기가 진행 중이다.

인턴십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12주 동안 일주일에 6시간 이상을 멘토와 만나서 학습하게 된다. 현재 서울, 경기, 부산 등지에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이 체험하는 직업 세계는 풍선아트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머까지 매우 다양하다. 신세대들답게 영상이나 사진촬영에 관심이 많고 특히 여학생들은 미용 관련 직업을 많이 신청한다고 한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이 군은 “우연히 박물관 학예사에 대해 알게 됐는데 여러 분야에 대해 배우고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학예사 인턴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달여 동안 이 군은 관람객 안내는 물론 전시장 관리, 수장고 정리 등 학예사들의 일을 직접 맡아서 해봤다. “수장고 관리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수장고는 지금 전시하지 않는 표본들을 따로 보관해두는 곳인데 항온, 항습이 무척 중요하대요. 뭔가를 물어보면 바로바로 대답해주시는 것을 보고 학예사 선생님들은 정말 천재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 이 군은 표본 채집, 표본 제작을 비롯해 직접 전시 계획까지 세워볼 계획이라고 한다. 주제 선정, 공간 활용, 전시 설명, 홍보물 제작 등 학예사의 일을 실제로 체험해보는 것이다. 원 팀장은 “성이처럼 박물관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제도를 만드는 것도 교육적 측면에서 박물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진로를 정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전시장에서 실제 활동을 많이 접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3개월여의 짧은 인턴기간은 멘토 선생님이나 아이들에게 모두 아쉬운 부분이다. “좀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아이들이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원 팀장)” “아쉬운 점이 많죠. 사실 저는 자연사보다는 역사나 전쟁 쪽에 관심이 더 많거든요. 기간도 한 1년 정도로 길었으면 좋겠고요.(이 군)”

청소년인턴십센터의 한정수 씨는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도 주고 호기심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멘토 선생님들을 많이 찾아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어려움이 따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턴십센터는 ‘인턴십뱅크’를 만들어 멘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확보된 멘토의 숫자는 150여명 정도. 평소 자원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선뜻 응해주지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꺼려하던 이들도 막상 멘토가 돼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대부분 적극적인 자세로 변한다는 것이 인턴십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히려 멘토 자신이 “내 직업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인턴십센터는 내년부터는 지역도 늘리고 대상도 대안학교에서 실업고 및 일반학교 학생들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11월에는 ‘직업 페스티벌’을 열어 아이들이 인턴십 기간 동안 직접 배운 것들을 전시하고 1년여의 운영성과에 대한 평가회도 가질 계획이다. 한 씨는 “일본 같은 경우에는 교육부와 노동부 등 관련 부처끼리 잘 연계가 돼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직업 관련 내용들을 자세히 안내하고 체계화할 수 있도록 직능원 같은 관련 기관에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심주형 prepoe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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