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입시부터 고교 내신이 중요해 지면서 내신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이 비교적 좋은 내신을 받을 수 있는 실업계고로 하향 전학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최근 조사한 ‘일반계고에서 실업계고 전학 현황’에 따르면 2005년 1학기에만 인문계에서 실업계고로 전학한 학생은 모두 405명으로 2004년 492명, 2003년 450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교 1학년생의 전학은 2학년 1학기까지만 가능한데 ‘2008 대학입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생들이 비교적 전학이 쉽고, 내신에서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실업계로 전학간 것으로 분석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일반계고에서 실업계고로 온 지원자가 두 배가 넘게 늘었다”면서 “내신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실업계고교의 경우 3%까지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선발하는 등의 2008년 대입안의 영향으로 전학생 수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학생들 중에도 유리한 내신을 위해 진로를 아예 실업계고로 잡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서울 K중 L교사는 “대학입시에서 내신이 중요해지다보니 유리한 내신을 위해 실제로 실업계고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요즘에는 이런 학생들에게 실업계고 진학을 권하기도 하고, 실업계고교 관계자들도 학교에 와서 학생유치를 위해 대학 진학률을 적극 홍보 한다”고 말했다.
실업계고교에서는 인문고생들의 전학을 우수인재 확보 차원에서 반기고 있다.
서울 S공고 J교감은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라’는 속담처럼 인문계고교에서 고전하는 것 보다는 실업계고에서 유리한 내신과 기술을 바탕으로 대학을 쉽게 가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면서 “보다 좋은 인재들이 실업계고로 눈을 돌리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기술을 익혀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이 실업교육의 본래 목적이지만 이미 입시의 장화 된지 오래”라면서 “사회적인 인식과 실업교육의 틀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현재의 추세는 막을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해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충남 서령고 최진규 교사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고와 자기소질을 개발하는 실업계고는 목적부터 다른데 학생들이 대학입학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현 입시제도의 맹점이 아닐 수 없다”라면서 “정작 본래의 목적대로 실업계고를 선택한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이것이 다양한 유인책으로 작용해 보다 좋은 인재들이 실업계고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현상은 실업계고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경기 주엽공고 홍석훈 교사는 “인문계고교에서 실업계로 전학이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실업계고의 정원을 채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전학 온 학생들이 오히려 학습 분위기나 흐름을 깨는 경우도 많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교사는 또 “더욱이 실업계고의 정체성을 생각한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입시를 위해 전학을 오는 학생들은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