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명찰 안 달래요"

2006.05.20 11:56:00

'책걸상맞춤법' 등 눈높이 법률안 등 제안
제2회 대한민국어린이국회


초등학생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자명찰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19일 열린 제2회 대한민국어린이국회에서 ‘전자명찰제 도입 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찬성 3, 반대 14로 부결됐다.

우리 민주주의, 의회정치를 이해시키려는 취지에서 매년 열리는 어린이국회. 전국 244개 초등교에 구성된 어린이국회연구회는 4000여명의 6학년 어린이들이 참여해 6개월간 고치고 다듬어 온 법률안과 건의서를 오늘 발표하며 국회를 배웠다. 하지만 ‘키에 알맞은 책걸상 맞춤 법안’부터 ‘어린이용 수저 제공 건의서’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쏟아낸 눈높이 법률안에서 배워야 할 건 어른들이었다.

오전 일정인 상임위 활동에서는 어린이 의원들이 각 상임위에 배속돼 법률안을 직접 제안하고 이어 상정, 토론, 표결하는 절차를 체험했다. 과기정위에서는 ‘어린이 전자명찰제 도입법안’을 놓고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법안을 제안한 김한솔 의원(인천 석남서초)은 “전자명찰은 어른들의 감시가 아니라 안전한 등하굣길을 보장하려는 마음”이라고 주장했다. 정은이 의원(부산 수영초)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 지 모르는 범죄에 대해 부모님이 빨리 도와주실 수 있다”고 말했고, 손아름 의원(서울 망우초)도 “부모, 자녀 모두 안정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찬성론을 폈다.

이에 이인서 의원(경기 귀인초)과 김유신 의원(전남 광양동초)은 “범죄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게 아니어서 잡기 어렵고 오히려 학생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어 범죄에 역이용될 수 있다. 차라리 후미진 곳에 경찰이 순찰을 하는 방법 등으로 예방하는 게 낫다”며 반대했다. 또 주수현 의원(부산 초읍초)은 “학원 안가는 친구들도 많아 별로 범죄 가능성이 적은데 이걸 의무화하면 경제적 부담만 커진다”고 말했고, 김슬기 의원(광주 미산초)은 “전자명찰이 자꾸 예쁜 디자인으로 나오고 그러면 유행을 좇느라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반대했다.

대체토론 후 강성식 위원장(광주 학운초)은 “표결에 들어가겠다”고 말했고 의원들은 찬성 4, 반대 13으로 전자명찰제 도입법안을 부결시켰다.

강 군은 “국회의원 말고도 국회에서 여러 다른 분들이 일 하는 것도 알았고요, 실제로 국회 상임위원회 일도 해보니까 재미있었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제2회의장에서 열린 어린이국회 본회의에서는 각각 10개의 우수 법률안과 건의서가 발표됐다. ‘어린이방치금지법안’ ‘급식용 우유팩 모양 변경 건의서’ 등등 어른들의 손길을 바라는 童心(동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체격에 맞지 않는 책걸상이 자세를 나쁘게 하고 책보기도 불편하다며 경기 마석초 어린이국회연구회(이하 어린이국회연구회 생략)는 ‘각자의 키에 알맞은 책걸상 맞춤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했다. “팔꿈치가 책상 높이와 맞지 않아 글씨가 엉망이고 발이 닿지 않는 의자는 안전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책걸상을 새로 마련할 경우 높낮이 조절용으로 구입하고 매년 3, 4회 만족도를 조사해 10일 이내에 개선해 줄 것을 조문에 담았다.

서울 염창초가 제안한 ‘어린이방치 금지 법률안’은 보호자가 초등생 이하 어린이를 24시간 이상 방치하면 효력이 발생하는 법안이다. 24시간 방치 시 벌금 50만원, 이후 8시간마다 10만원 가산, 1주일 이상 방치 시 보호자 자격 박탈이라는 다소 엉뚱한 내용이지만 어린이에 무관심한 세태를 반영됐다.

부산 대사초는 학생, 청소년이 국가나 일반인이 운영하는 박물관, 공원, 등 문화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학생․청소년 공공 문화시설 무료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내놨다. 해당 금액을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건의서의 내용은 더 참신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차량 주차 위치 변경 건의서’(충남 미죽초)는 단체 관광을 하는 수학여행 버스나 노약자들의 관광버스 주차 위치를 휴게소 식당, 매점, 화장실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로 옮겨달라는 내용이다. 지금은 주차위치가 맨 뒤라 많은 아이들이 앞 다퉈 ‘볼 일’을 보려할 때, 차들을 피해 가느라 위험하다는 것이다.

울산 우정초는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종이 우유팩을 콜드주스 용기처럼 플라스틱 뚜껑이 딜린 모양으로 바꿔달라는 건의서를 발표했다. 손이 작은 초등생들이 열기도 쉽고 조금씩 나눠 마실 수도 있으며 입구를 만지지 않아 세균 감염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에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밖에 강원 한솔초는 “점심시간 1학년 교실과 병설유치원 교실을 들여다보면 동생들이 어른용 수저를 사용하며 불편함을 겪고 있고 근처 학교도 같은 상황”이라며 학교, 음식점에서는 어린이용 수저를 제공해 줄 것을 건의했고, 경기 서해초는 “화장실 물청소라도 하는 날이면 미끄러워 넘어지거나 위험한 경험을 하게 된다”며 “향기로운 냄세와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드는 것보다 우선 안전한 화장실이 급한 만큼 학교화장실에 미끄럼 방지 바닥타일을 설치해야 한다”고 건의해 공감을 얻었다.

제2회 어린이 국회에는 244개 초등교의 어린이국회연구회 대표들이 참여했으며 본회의에서 선정된 우수 법률은 관련 행정부처나 국회의원을 통해 입법화될 예정이다. 지난 제1회 어린이국회에서 뽑힌 ‘아동용 변기·세면대 설치법 제정안’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반영돼 올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조성철 csc6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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