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회장 대회사> 독선의 칼날에 '교육의 뿌리' 훼손

2000.11.02 00:00:00

우리는 오늘 40만 교원들의 목소리에 귀 막고 이 나라 교육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정부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모였습니다. 거짓말 정책, 교육황폐화 정책을 남발해놓고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그저 교육개혁 잘되고 있다고 외쳐되는 무책임한 정부를 규탄하고 그 책임을 촉구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존경하는 교육동지 그리고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학교는 껍데기만 남고 속은 텅비어 가고 있습니다. 교육의 정신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나라가 독립한 지 50여년만에 찌든 가난을 벗어 던지고 아셈(ASEM)을 개최하고 월드컵을 유치하고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만한 힘이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그것은 국민의 뜨거운 교육열과 교원들의 자기 희생적 열정이 결합된 교육정신의 힘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가 추진한 교육정책은 한결같이 교원들의 기를 꺾고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정신을 뿌리에서부터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교육개혁'이란 미명으로 포장한 독선의 칼날 앞에 교원들의 어떤 주장도 어떤 논리도 설자리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개혁에 저항하는 反개혁세력 기득권세력 보수세력으로 매도되고 뭇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교원정년 단축하면 교원수 부족사태가 초래된다는 우리의 간곡한 주장을 고령교원 1명 내보내면 2.5명을 더 쓸 수 있다고 묵살했습니다. 이제 우리 학교는 한참 경륜을 펼 50대 교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제 어른을 공경하라는 교육은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 정부가 출범한지 임기 절반이 넘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 학교는 몇몇 정치가의 개혁 전시주의와 교육행정 관료들의 실적주의가 빚어낸 온갖 아이디어의 경연장이요 실험도구로 변하였습니다. 현실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수행평가 실시, 대학 무시험 진학, 7차교육과정 등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남발되거나 강요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 교실은 통제불능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공부보다는 무한의 자유를 찾아 교실을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교원들은 상처난 자존심으로 의욕을 잃어 버렸습니다. 학부모는 학교를 믿지 못해 학원으로 외국으로 자녀를 내보내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의 교육개혁 정책의 오류를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그 동안의 교육개혁 정책들을 재점검해 시정할 것은 시정하고 폐지할 것은 폐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개회중인 정기국회에서 교육청문회를 열 것을 촉구합니다. 교육자의 짓밟힌 자존심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교단에 제2의 파동을 일으킬 연금법 개악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연금은 교원과 공무원들의 박봉을 퇴직후에 보상해 주는 정부의 오랜 약속입니다. 정부의 연금 부실운영 책임을 교원과 공무원에게 전가해선 안됩니다. 먼저 정부가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법정 교원 수를 확보하고 학급당 학생수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선진국 수준인 25명선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육재정 확충 및 교원증원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부실은 경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국력의 약화 요인이라는 점을 심각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교육동지 여러분. 교육개혁은 위정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교육자 스스로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실천으로 보여줍시다. 한국교총은 지난 달 학교에서 23만명의 선생님들이 서명을 통해 보여주신 의지 그리고 오늘 보여주신 열의를 한데 모아 정부와 정치권, 국회에 전달하고 우리의 입장이 관철될 때까지 힘차게 싸워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합니다.

김학준 한국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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