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육자치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10일 열린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벌금 15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부인의 차명계좌를 재산신고에 포함하지 않은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판결하며 “(신고를 누락한) 4억 3천만원은 공 교육감 전 재산의 22%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선거 결과 차점자와의 차이가 1.78%로 박빙이었던 점을 고려해 볼 때 공 교육감이 재산 내역을 밝히지 않아 유권자의 판단 기초를 허물어 버린 행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교육계의 청렴도와 도덕성을 일반인 보다 높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서울교육감 부재에 따른 교육정책의 혼선을 고려한다 해도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법적인 책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국가 기관인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해줘 충분한 오인의 사유가 있었던 만큼 무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당선무효형을 예상했던 공 교육감 측은 기대 밖의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상고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공 교육감은 최종 판결 시한인 9월까지는 임기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상고 결정에는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학교선택제 확대, 국제중, 자사고 등 ‘학력 신장’ 중심의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 한 관계자는 “공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이제 막 현장에 착근하려 하고 있다”며 “핵심정책들이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는 정책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모두 선관위에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 교육감이 지난해 선거와 관련해 선관위로부터 보전 받은 선거비용은 기탁금을 포함해 28억 8500만원이다.
한편 공 교육감의 2심이 확정됨에 따라 교육감 재선거 여부와 부교육감 자리가 주목 받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을 교육감의 6월 내 자진사퇴와 재선거를 주장하고 있으나 공직선거법 상 재선거 가능성은 희박하다.
4월에서 9월 사이에 재선거 사유가 발생할 경우 10월 마지막 수요일에 선거를 하도록 돼 있는데다 동법 201조 특례조항에 따르면 선거일로부터 임기 만료일까지 1년 미만으로 남았을 경우 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교육감은 실제적으로 1년 이상 교육감 권한을 대행할 수 있게 된다. 1급 자리인 부교육감은 일반직, 전문직이 모두 기용될 수 있는 복수직이다.
현재 교육장 출신의 A 교장이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교과부 내 B 실장 등 1급들이 거론되고 있다. 또 서울교육의 상징성을 고려해 청와대에서 인사의 내정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 부교육감의 유임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부교육감 인사는 이르면 이달 말 일반직 인사 때 결정된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교총은 “(교육감이 상고한 이상) 대법원의 판결 전까지는 무죄추정원칙에 따라야 하며, 여론 재판식 사퇴 압박은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우를 범할 수 있으므로 자중돼야 한다”며 “선거 과정의 법률위반을 교육정책과 연관지어 서울교육 정책의 전면 수정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