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유치원 설립 막는 교육청

2009.07.15 11:36:02

‘어린이집 등 부족하면 신증설…’ 지침이 족쇄
일선 “학부모 요구 외면” 독소조항 삭제 요구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유치원의 신․증설이 일선 교육청의 의지 부족과 불합리한 지침으로 올해도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신증설 희망유치원 희망조사를 벌인 서울시 11개 지역교육청에 따르면 모두 24개 학교에서 신설(2교) 및 증반(22교 23학급)을 요청했다.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다”는 게 한결같은 이유다.

하지만 15일 현재 지역교육청의 ‘검열’을 거쳐 서울시교육청에 신증설이 요청된 학교는 3개 교육청에서 단 3개 학교, 3개 학급 뿐이다. 다른 3개 교육청은 희망한 6개교 7학급에 대해 모조리 ‘해당 없음’으로 보고했고, 나머지 5개 교육청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지역교육청 담당자들은 “시교육청의 지침이 공립유치원은 ‘주변 육아시설, 유치원이 부족할 때’ 신증설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이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교육청의 ‘공립유치원 중장기 설립기본방침’에 따르면 단설유치원은 아예 ‘설립 억제’를 명시하고 있고, 신․증설은 ‘유휴 교실이 있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 육아시설 및 유아교육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한하도록 돼 있다. 이런 공립 억제조항은 교과부 방침에 따라 16개 시도가 거의 동일하다.

이러다보니 서울은 2008년 17학급, 2009년 15학급(재개교 6학급 제외) 신증설에 그쳤고 올해는 10학급을 못 넘길 전망이다. 그 결과, 현재 서울시내 137개 공립유치원 396학급에는 1만 469명이 취원, 전체 취원 대상(만3~5세) 유아 25만 4884명의 4%만을 수용하고 있다.

한 지역교육청 담당자는 “지침을 따르긴 하지만 솔직히 공립유치원을 제일 뒷전으로 홀대하는 교육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도 증설 요청이 좌절된 한 교장은 “신고만 하면 설립이 가능한 가정보육, 사립유치원 사정을 다 감안한 후엔 공립이 설 여지가 없다”며 “언제까지 후진적인 유아교육 체제를 유지할 건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한국교총과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시교육청을 방문해 “공립이 부족해 학부모들은 부득이 어린이집, 사설학원 등에 자녀를 보내며 사교육부담에 시달린다”며 “비싼 돈 내고 갈 데는 많으니까 더 필요없다는 식의 조사는 부모들의 원성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년 원아모집 시 공립은 경쟁률이 2대 1에서 8대 1에 육박해 늘 그림의 떡이다.

정혜손(서울명일유치원감) 연합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소관 부처와 설치근거 법령도 다른 어린이집 등 육아시설까지 감안해 공립만 억제하는 이유가 뭐냐”며 “단설 억제, 어린이집 등 육아시설 조항을 삭제하고 공립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지침 개정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공립 억제의 근본 원인은 예산과 공무원 총정원제에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적은 정부예산으로 많은 원아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들은 놔두고 공무원 수와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하는 가시밭길을 가려 하겠느냐”며 “유아 공교육화에 대한 정권 차원의 결단이 없는 한 사교육 부담과 그로 인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교총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정두언 의원에게 공립유치원 확대를 사교육비 경감방안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또 공립억제 지침의 개선을 서울교총 교섭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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