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이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원평가제 수용을 밝혔다. 각계의 지지로 향후 국회 관련법 처리가 탄력을 받겠지만 이후 능력계발에 초점을 맞춘 세부 평가방안 마련이 더 큰 숙제다. 또 교원평가가 공교육 강화의 만병통치약이 아닌 만큼 이와 병행할 교육환경 개선방안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 △이승표 경기 발안중 교장 △라오철 교총 중등교사회장(서울 강동고 교사) △전상훈 서울인헌초 교사의 얘기를 들어봤다.
-교총이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원평가라면 수용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전상훈=바로 그 점을 교육당국이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교원평가는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연수나 컨설팅을 제공해 전문성을 제고하는 원래 목적대로 실행해야 합니다. Lessinger의 주장처럼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책무성은 보상과 제재가 아닌 보상과 학습이라는 기제를 통해 구성돼야 하는 개념입니다. 교육과 수업의 목표 달성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학습, 연수 등을 통해 다음에 수행해야 할 책임 부문을 재조정하는 과정이 요구됩니다. 교사들을 상대평가로 등급화 한다면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서로 유용한 교육, 학습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결코 전문성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성태제=맞습니다. 수업평가, 나아가 교원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있으며 부수적으로 교육의 책무성이라는 측면에서 논의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개별 교사에게 수업의 질적 개선을 위한 직접적,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기발전에 도움을 주고, 이는 학교조직의 효과성 증대와 학생의 성장으로 연결돼 결국 질적으로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런 목적의 평가는 하루 빨리 시행돼야 합니다.
이승표=국회 계류 평가법안은 학생·학부모 평가가 만족도조사로 되고, 인사 연계도 삭제돼 교단의 정서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봅니다. 또 현재 시범운영 중인 대부분의 학교도 평가결과로 교사를 서열화하거나 등급화하지 않고 교사가 평가 영역 별로 어느 수준인지 등을 나타내는 절대평가 성격이라 처음의 우려를 많이 불식시켰고요. 따라서 도입 초기에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평가를 시행하는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벌써부터 인사 연계 등을 거론한다면 설사 법률로 교원평가가 도입돼도 현장의 반발과 평가 왜곡으로 당초 목적인 전문성 신장과 공교육의 질 개선은 달성하지 못할 것입니다.
라오철=시대적으로 미룰 수 없는 교원평가제를 떳떳이 받아들이되, 이제는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원평가제가 도입되도록 합심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부 당국은 평가의 공정성, 신뢰성 확보의 문제, 평가 결과의 활용 방안에 대해 차후 시행령 마련 시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만전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겁니다.
-앞으로 현장 적합한 평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신데요.
성태제=교원평가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교수적 기능과 교수의 책무성 부여라는 행정적 기능이 있습니다. 행정적 기능은 평가를 통해 교사의 수행 능력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신임교사의 채용, 재직교사에 대한 재임용 및 승진, 보상과 같은 인사행정상 의사결정을 돕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이 기능을 강조하려면 평가영역, 평가요소, 평가항목, 평가내용, 평가지표, 그리고 평가자 선정, 평가방법과 절차, 평정과 보상방법 등이 매우 구조화돼야 하고, 평가자들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그 결과는 공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자나, 특히 피평가자들이 충분이 공감하는 환경에서 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아직 시행도 해보지 않은 교원평가에 행정적 기능을 적용하기는 시기상조라 봅니다. 그래서 명칭도 교원능력개발평가로 하고, 평가내용도 수업지도와 학생지도로 제한했다고 봅니다. 인사에 반영하려면 다른 능력도 추가돼야 하기 때문에 현 교원평가 결과를 가지고 행정적 기능을 발휘하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괜히 조급하게 인사에 반영한다면 교수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마저 왜곡돼 큰 저항만 초래할 것입니다. 현장에 맞게 몇 년간 시행, 보완하면서 정말 타당하고 신뢰롭다고 교원평가가 ‘평가’를 받은 후에 점진적으로 행적적 기능을 발휘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즉, 교원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선생님이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는 평가가 나온 후라야 할 수 있을 겁니다.
라오철=동감입니다. 타당성과 공정성이 없다면 그 평가는 무의미합니다. 저도 평가영역이 교과학습, 생활지도, 인성교육, 특별활동, 보직 유·무, 연구·연수 실적 등 학교생활 전반을 포함하고, 모든 교사가 공감할 수 있는 평가 문항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비담임 교사가 불이익을 받는다든지, 또 고교의 경우 수능교과와 비교과에서 오는 담당교사의 유·불리 또는 차별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자칫 선입견, 인기몰이 식으로 변질될 수 있는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도 시행령을 만들고 현장에 적용할 때, 수정·보완해 나가는 유연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전상훈=긴 호흡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행을 하다보면 평가영역, 평가지표, 평가결과 활용 방안 등에 많은 문제점이 지적될 것입니다. 일률적인 시행보다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점진적으로 제도를 완성해야 합니다. 특히 평가를 통해 전문성 신장이 이뤄졌는지, 교수학습은 개선됐는지 세밀하게 분석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매년 제도 시행, 과정,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과 연구가 지속돼야 합니다.
이승표=무엇보다 교원평가는 ‘교원 상호간의 전문적 평가, 그 결과에 따른 전문성 함양’이 목적이라는 인식부터 확고하게 가져야 합니다. 전문성을 지닌 교원들이 동료교원의 수업활동이나 생활지도를 평가하고 ‘컨설팅’ 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평가를 받는 교원이 교수·학습, 생활지도,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평가결과를 피드백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운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평가결과를 ‘능력개발’에 초점을 맞춰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습니다만.
이승표=전문성 신장에 초점을 맞춘 교원평가는 인사, 보수에 반영하는 기존의 평가방식과 그 목적과 운영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하위 몇 %를 일률적으로 설정해 강제연수를 시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 오히려 평가를 별도로 준비하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입니다. 새로운 교원평가는 평가 영역별로 부족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연수받는 시스템으로 마련돼야 합니다. 그 동안 선도학교에서도 교원은 자율연수 계획을 세우고, 학교장은 학교 전체의 종합 연수계획을 수립해 시행해 왔습니다. 교육당국은 평가결과를 반영한 맞춤형 연수 및 지원시스템 마련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전상훈=좋은 지적이십니다. 현 교원평가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족한 점만 판단하고, 정작 연수 프로그램을 체계화하지 않아 능력개발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점입니다. 현 연수 프로그램도 수업내용과 교수법, 교육평가 등 일부 항목에 집중돼 있고요. 따라서 교수 활동 전 영역에 대한 체계화된 온·오프라인 연수프로그램을 구축해 미흡한 평가영역에 대해 맞춤형 연수와 교육컨설팅을 실시하도록 해야 합니다.
성태제=중요한 것은 교원들이 왜 어떤 부분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가를 스스로 쉽게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평가결과는 구체적이고 컨설팅적 내용이 포함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각 평가영역에 따라서, 말하자면 현재 교원평가의 경우 수업지도, 학생지도, 학교 운영에 대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질적 연수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낮은 평가를 받은 교사들에게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사는 전문직으로서 자율성을 상실하면 행위의 결과를 극대화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연수에 참여하도록 자율성을 줘야 합니다.
라오철=평가결과를 잘 활용해야 제도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점에서 우수교사에게는 연구년제나 수석교사제를 적용해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전문성 신장을 유도하고, 평가 결과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연수나 특별 프로그램에 따라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정한 평가방안을 잘 모색하는 건데요, 제도를 시행하며 현장 중심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상태에서 인사나 퇴출을 얘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교총은 인사 연계를 반대하고 있는데.
이승표=섣부른 인사연계 논의는 어렵게 교원평가에 우호적이 된 교원들마저 다시 도입 자체를 반대하도록 부추길 뿐입니다. 아직 정식으로 시행도 해보지 않은 제돕니다. 전문성 신장에 부합하게 제도가 현장에 무리 없이 적용되고, 현행 근평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된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습니다.
전상훈=지금은 수업 개선과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연결되도록 평가방안을 구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고,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성태제=최근의 평가동향은 개인의 모든 특성을 검사, 측정, 면접, 관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종합 판단하는 총평(assessment)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교원평가를 인사에 반영하는 데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교원평가는 수업과 학생지도 수준을 높이는 목적으로 진행하고, 인사 연계는 추후 종합적 연구를 통해 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라오철=교총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학교규모, 학교급, 공사립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학교 현장에 적합한, 그러면서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합목적적인 평가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과제일 것입니다.
-평가가 만능은 아닌 만큼 별도의 전문성 신장방안도 추진돼야 하잖습니까.
라오철=교원평가가 안착되려면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고, 이를 위해서는 평가 여건이 확실히 조성돼야 합니다. 동일한 조건과 평가 영역에 맞는 환경조성이 이뤄져야 평가결과를 수용할 수 있고, 잡음도 줄어들 것입니다. 정부는 연구년제의 도입, 잡무의 경감, 교원 충원 및 과밀학급 해소, 법정 수업시수 설정, 교육 재정 확충 등을 실현함으로써 교원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고, 나아가 실추된 공교육 살리기에 나서야 합니다.
성태제=교사들의 평가결과도 중요하지만, 학년별, 교과별, 학교별, 교육청 평가결과도 매우 중요합니다. 개별 교사의 능력 외에 과목당 교원 수, 교사 당 학생 수, 수업 시수, 학교시설과 환경 등도 평가 결과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원평가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이를 개선하는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표=대부분의 학교는 학생에게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연구하기에는 여건이 매우 열악합니다. 특히, 담임교사들은 생활지도, 청소지도, 각종 행사활동 등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각종 공문서 처리 등 잡무에도 시달립니다. 더욱이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면 업무는 더 늘어납니다. 다른 교사와 관리자를 평가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소규모 학교일수록 이런 어려움은 더 커집니다. 우선 학교에 행정인력을 추가로 배정하고, 교원 잡무를 획기적으로 경감해야 합니다. 또 법정 정원에 크게 못 미치는 교원을 증원하고 도농간, 지역간 수업 시수 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전상훈=저는 교원의 전문적 자율성을 확대해 소신 있게 교육활동을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사들의 공동연구 추진, 각종 세미나 혹은 연수활동의 참여, 대학원 수강, 교과연구회 활동 등 전문성 신장을 목표로 한 자발적인 노력들을 지원하고 허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급당 학생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 개별화 교육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일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