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입전형으로 주목받고 있는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는 시기는 올해 중3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때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이때 대학 전체 정원의 40%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기 때문이다. 올해는 정원의 6%만을 이 전형으로 선발한다.
대학이 성적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과 봉사정신, 리더십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방식의 입시체제가 보편화된다는 것. 수능 성적에 맞춰가기보다는 일찍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고교를 선택하게 되는 중3 때가 그 적기가 된다.
14일 서울 삼각산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 ‘중3 학부모 진학․진로 설명회’에서는 이같이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따른 학부모의 올바른 진로 지도와 전문계고 진학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조 용 성수공업고 교장은 “아이들의 진로는 좋은 고등학교,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직장, 자녀 스스로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직업을 갖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교장은 “공대나 디자인계열에 관심이 많다면 일반계고보다는 적성을 살려줄 수 있는 전문계고에 들어가면 학교생활 자체가 즐거워지고 관련 분야의 취업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유명한 전문계고의 경우에는 입학 성적이 외고와 맞먹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성대학, 현대제철과 산학협력취업 약정을 맺고 있는 경기기계공업고를 예로 설명했다. 신성대학의 에너지제어과와 신소재과는 일반계고 학생은 내신 13%가 돼도 합격이 어려운 반면, 경기공고생은 내신 18%내에서 면접을 통해 입학할 수 있고 현대제철 취업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현대제철 입사 첫해 연봉도 4000만원으로 사무직 직원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학에 정원 외로 전문계 특별전형을 두고 있어 대학진학도 용이하므로 굳이 일반계고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계고 학생은 진로 관련 자격증이나 경진대회 수상 등 활동이 다양해 입학사정관제나 외국 유학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선린인터넷고는 IT영재유학반이 마련돼 있어 매년 10여명이 미국 명문대에 합격할 정도다.
조 교장은 “현재 자녀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은 빙산의 일각일 뿐으로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두고 현재에 조바심내거나 지나친 기대보다는 자녀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와 진로 지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남렬 서울교육청 직업진로교육과 교육연구관은 “입학사정관제의 주 타깃은 올해 중3인 만큼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준비활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스펙’ 쌓기가 일찍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상 고2~3이 되면 수능시험 준비에 여유가 없어 사실상 중3~고1 시기에 진로에 따른 외부 활동을 챙겨둬야 해서다.
이 연구관은 “일부 학원에서는 일년 동안의 포트폴리오를 700만원에 만들어준다고 홍보하는데 사교육에서 전문적으로 만든 것은 걸러지게 된다”며 “지금부터 자신의 활동자료를 파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진학진로정보센터(jinhak.or.kr)나 커리어넷(careernet.re.kr), 워크넷(work.go.kr), 한국청소년상담원(kyci.or.kr) 등에서 무료로 매년 1회씩 진로검사를 받고 그 결과물도 자료로 시기별로 보관해두면 좋다. 이는 입학사정관이 자녀가 진로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결과물을 보면서 국내의 직업이 9800여개, 세계에 직업이 2만 여개에 이른다는 것을 통해 직업 결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진학하고 싶은 대학을 방문하거나 직업에 대한 간접체험 프로그램, 봉사활동 등에 참여했을 경우에도 이수증과 함께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서 보관해야 한다. 이때 봉사활동도 자신의 진로와 관련이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성적의 우수 여부를 떠나서 교과 영역에 대한 성적표나 관련 상장은 고1때부터 차곡차곡 모아둘 필요가 있다. 성적이 점차 향상되는 것을 통해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학생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