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밴쿠버 올림픽의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500m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승훈 선수는 5000m에서 동양인의 체력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그런데 이들 세 선수는 본래 이렇게까지 성적을 내리라고는 기대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은 물론 세계가 “도대체 이들이 누구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이럴 때 쓰는 고사성어가 ‘일명경인’(一鳴驚人)이다.
'사기'의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전국시대 때 제(齊)나라 위왕(威王)은 처음에 정사를 돌보지 않아 결국 나라가 망할 지경이 됐다. 신하들은 왕의 진노가 두려워 아무도 간언을 올리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때 순우곤(淳于髡)이라는 신하가 나서서 왕에게 “나라에 큰 새가 있는데 삼 년 동안 대궐에 머물면서 울지도 날지도 않습니다. 왕은 이 새를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왕은 이 말의 뜻을 알아차리고 “이 새는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 번 날았다하면 하늘 끝까지 치솟고, 울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 번 울었다하면 사람을 놀라게 한다.”(此鳥, 不飛則已, 一飛沖天, 不鳴則已, 一鳴驚人)라고 대답하고는 즉시 정사에 손을 대어 부지런히 힘을 쏟으니 나라가 금세 일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이 글에서 나온 ‘일비충천’(一飛沖天) 또는 ‘일명경인’(一鳴驚人)은 평소에는 재주를 숨겨 아무런 이름도 없다가 일단 기회가 생기면 그 재주를 발휘해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성과를 이룬다는 뜻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말을 앞세우지 않고 결과로 말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이들 세 선수는 은인자중하며 묵묵히 실력을 쌓아 오늘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들이 ‘일명경인’이지만, 이들로서는 당연한 땀의 보답을 얻었을 뿐이다. 무엇인가 이루려는 사람은 이들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