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鳴驚人(일명경인)

2010.02.18 14:29:56

일명경인 : 한 번 일을 하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게 한다.

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밴쿠버 올림픽의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500m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승훈 선수는 5000m에서 동양인의 체력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그런데 이들 세 선수는 본래 이렇게까지 성적을 내리라고는 기대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은 물론 세계가 “도대체 이들이 누구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이럴 때 쓰는 고사성어가 ‘일명경인’(一鳴驚人)이다.

'사기'의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전국시대 때 제(齊)나라 위왕(威王)은 처음에 정사를 돌보지 않아 결국 나라가 망할 지경이 됐다. 신하들은 왕의 진노가 두려워 아무도 간언을 올리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때 순우곤(淳于髡)이라는 신하가 나서서 왕에게 “나라에 큰 새가 있는데 삼 년 동안 대궐에 머물면서 울지도 날지도 않습니다. 왕은 이 새를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왕은 이 말의 뜻을 알아차리고 “이 새는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 번 날았다하면 하늘 끝까지 치솟고, 울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한 번 울었다하면 사람을 놀라게 한다.”(此鳥, 不飛則已, 一飛沖天, 不鳴則已, 一鳴驚人)라고 대답하고는 즉시 정사에 손을 대어 부지런히 힘을 쏟으니 나라가 금세 일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이 글에서 나온 ‘일비충천’(一飛沖天) 또는 ‘일명경인’(一鳴驚人)은 평소에는 재주를 숨겨 아무런 이름도 없다가 일단 기회가 생기면 그 재주를 발휘해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성과를 이룬다는 뜻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말을 앞세우지 않고 결과로 말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이들 세 선수는 은인자중하며 묵묵히 실력을 쌓아 오늘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들이 ‘일명경인’이지만, 이들로서는 당연한 땀의 보답을 얻었을 뿐이다. 무엇인가 이루려는 사람은 이들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김경천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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