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민낯’을 보다

2010.03.18 14:02:26

영화 '클래스'
교사출신 작가의 자전소설 원작 영화
실제 교사·학생·학부모가 펼치는 연기


학교의 이야기다. 사춘기 소년소녀의 풋풋한 사랑 얘기도, 입시라는 경쟁에 찌들어 지친 아이들의 얘기도 아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면 막연히 떠오르는 이야깃거리가 이 영화에는 빠져있다. 여기에는 수업시간 속 교사와 학생 그 자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화는 아프리카나 아랍, 아시아 계통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프랑스어 교사 마랭이 25명의 개성 강한 학생들과 지내는 과정의 일들을 그려내고 있다. 교사 마랭과 학생들의 흥미로운 교감과 치열한 갈등으로 매 순간 불꽃 튀는 작은 전쟁과도 같은 교실 상황.

수업 시작을 위해 소란스러운 교실 분위기를 정돈하느라 허비하게 되는 5분. 책을 읽어오라는 간단한 숙제조차 왜 하지 않았냐고 다그치는 교사. 핸드폰으로 딴전을 부리는 학생에, 펜의 잉크가 쏟아졌다며 수업 분위기를 망치는 학생, 선생님의 말에 토를 달며 대드는 학생. 이들을 훈계하며 흥분하게 되는 교사.
여느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수업 장면을 영화는 그대로 담았다. 짧게 지나치는 하나의 컷이 아니라 이 자체가 영화 전반에 펼쳐진다. 그래서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가 실제로 프랑스에서 교직에 몸담았던 교사출신 작가 프랑수아 베고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다.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겪었던 1년간의 일상을 일기를 쓰듯 기록해 소설 ‘클래스(원제·벽 사이에서)’로 펴냈고 이를 로랑 캉테 감독이 영상으로 담아냈다. 특히 영화는 실제 교사와 학생들의 출연으로 교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원작자이자 실제 교사출신인 작가가 직접 연기하고, 학생들도 파리 20구역에 위치한 돌토 중학교 학생들이다. 다른 교사들도 모두 돌토 중학교 출신이며 학부모들도 실제 각 학생의 부모님들이다.

학생들은 1주일에 한 번, 세 시간의 워크숍을 1년 동안 거치면서 역할을 소화해내고 즉흥적인 연기까지 막힘없이 해냈다고 한다. 촬영도 일시적으로 만든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중학교에서 이뤄졌다.

그런 만큼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적이다. 좋은 교사와 나쁜 교사, 모범생과 반항아 등으로 이분되는 기존의 영화 속 공식에 맞춰있지 않다. 학생들의 어이없는 행동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며 수업을 이끌어가는 모습과 동시에 감정이 격해져 교사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는 모습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에 좌절하고, ‘당근’과 ‘채찍’사이에서 고민하는 선생님들을 담아냈다.

이 영화는 제61회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에서는 368개의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 개봉 첫주 500여개까지 상영관을 늘렸고 6개월 동안 극장에서 상영되는 등 상업영화에 속하지 않는 영화로 이례적인 흥행성적을 거뒀다고 한다. 4월 1일 개봉.
윤문영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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