辭金蹈海(사금도해)

2010.04.05 11:54:13

(사금도해 : 황금을 거절하고 바다에 뛰어들다)

전국시대에 노중련(魯仲連)이라는 고사(高士)가 있었다. 그가 조(趙)나라에 머물고 있었을 때 진(秦)나라가 쳐들어와 조나라의 수도를 포위했다. 진나라를 물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진나라 임금을 황제로 받드는 수밖에 없었다. 진나라의 후환의 두려운지라 조나라와 친한 다른 나라들조차 조나라에 사신 보내어 그리하라고 종용하고 있었다.

이때 노중련은 본래부터 흉악한 진나라가 황제국이 되고나면 천하에 끼쳐질 그 폐해가 더욱 클 것이라는 점을 조목조목 논증하고는, 만약 진나라가 황제국이 되면 자신은 그러한 세상에서 굴욕적으로 사느니 차라리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노중련의 말에 크게 깨달은 각국은 진나라의 칭제를 허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군대를 보내어 조나라를 도왔다. 그러자 진나라는 할 수 없이 조나라에 대한 포위를 풀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위기에서 벗어난 조나라는 감사의 표시로 노중련에게 천금을 주고자 했다. 이때 노중련은 “진정한 선비는 남을 위하여 환난을 풀고 반란을 해결하고도 보상을 받지 않습니다. 만약 보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장사치의 도(道)입니다”라고 말하고는 조나라를 떠났다.

이와 같은 고사에서 나온 성어 ‘사금도해’(辭金蹈海)는 의를 위해 재물을 거절하고 불의한 세상에서 사느니 차라리 바다에 뛰어들려 하다는 뜻으로, 부귀를 사모하지 않고 강개한 기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묘사할 때 종종 쓰인다.

천안함 조난자 구조작업 중 한주호 준위가 희생했다. 그는 UDT의 ‘살아있는 전설’로서 2년만 있으면 퇴직해 가족들과 단란한 삶을 지내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 그가 ‘자신 같은 경험 많은 사람이 나서야 한다’, ‘아들 같은 희생자들을 한시 바삐 구해야 한다’, ‘희생자 가족의 고통을 빨리 풀어주어야 한다’며 자원하여 임무를 수행하다가 변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보장된 미래를 멀리하고 끝까지 자신의 책무에 충실하여 군인의 의를 세운 ‘사금도해’의 사표이다.
김경천 교수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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