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 표현하는' 교육으로 창의성 높인다

2010.06.01 11:37:37

■ 2010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이론용어 없는 음악수업, 뮤지컬·UCC제작
“예술성 낮은 美학생 공공지원 의존도 높아”


“옛날에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에 한 그루 나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는 매일 친구가 생기길 기다리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손으로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른다)마라리히야~~.”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찾아왔습니다.(다른 교사들이 하나씩 나와 노래를 부른다)바~~람~~. 뭉게구~~름…”

27일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2010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기간 중에 마련된 ‘창의·인성 교육 학술대회’에서 진행된 수업모델 시연의 한 장면이다.

노주희 한국오디에이션음악교육연구소장은 동화 같은 이야기와 함께 노래, 율동을 이어갔다. 나무 혼자 부르던 노래에 바람과 뭉게구름, 햇빛, 소년이 하나씩 찾아와 노래를 부르며 소리가 모아진다.

이 수업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성부를 하나씩 더하면서 점차 다성적으로 어우러지는 과정을 경험하며 ‘화성감수성’을 배우는 수업이다. 으뜸화음, 딸림화음 등의 음악적 용어를 쓰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귀로, 마음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게 하도록 기획한 것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창의·인성교육으로서 예술교육의 중요성과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주성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악보를 몰라도, 악기연주를 못해도 충분히 음악적일 수 있다는 것으로 우리교육의 방향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음악교육이 너무 이론적 설명에 치우쳐 있고 연주나 가창 기술을 배우는 데 주안점을 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또 “우리가 음악에 감동받는 순간은 보통 대단한 명곡이나 유명연주가의 공연이 아니라 우연히 들은 영화음악, 실연당한 뒤 버스에서 듣던 대중가요인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경험을 살려 ‘느끼고 표현하는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 대전괴정고 교사는 대전지역 교사들의 교과모임을 통해 기존의 음악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창작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한 사례를 소개했다. 대전성모초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가사와 곡을 만들어 예술제에서 발표할 뮤지컬 ‘엄마는 잔소리꾼’을 제작했고, 대전송강중에서는 인터넷을 활용해 아름다운 민요를 찾고, UCC를 제작해 홍보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대전괴정고에서는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아 영상과 그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넣어 작품을 만드는 수업을 했다.

김 교사는 “이런 창작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높이고 다른 사람과의 공동작업으로 인성교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발표했다.

박광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청중이 직접 무대에 나와 리듬을 배우고 전문 연주자와 합주하면서 음악적 체험을 공유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해외연사로 앤 뱀포드 런던예술대 교수, 파티마 산체스 산티아고 스페인 마르셀리노 보틴재단 이사가 초청돼 자국의 창의교육정책과 사례를 소개했다.

앤 뱀포드 교수는 “교육은 창의력을 배양할 수도, 억제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로 학생들의 창의력 촉진에는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 말타에서는 2002년 교육부가 학교에서의 예술발육을 촉진시키기 위해 ‘창의력 교사’제도를 도입하고 현재 150여명의 교사가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09년 5~15세 아동 중 99.3%가 문화적 활동에 참여했고, 아동의 26.8%가 주당 5시간 이상 방과후 문화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는 예술성이 낮은 학생들은 26세에 공공지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5배나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파티마 이사는 시각미술과 창의력 배양을 위한 재단의 프로그램 ‘레플레즈아르테’를 소개했다. 지난 2006년부터 매년 6~15세 학생 1000여명이 참가하며, 미술을 통해 자아인식, 자존감, 감정적 표현을 발전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고 창작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한편 지난 달 25~28일 열린 ‘2010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는 그 동안의 논의를 토대로 ‘서울선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발전을 위한 실천 전략을 담은 서울선언은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예술교육을 통해 해결해 가자는 내용으로, 193개 유네스코 회원국의 교육 지침으로 활용된다.

서울선언은 ▲예술교육의 접근성 확보를 통한 교육부흥 ▲양질의 예술교육 활동과 프로그램 보장 ▲예술교육을 통해 세계가 직면한 사회ㆍ문화적 과제 해결 등 3대 목표 아래 12가지 세부 실천 방안을 담았다.
윤문영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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