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법’으로 인권‘조례’ 제동

2010.08.18 16:18:53

교과부 “조례는 갈등조장…법 정비”
학생 지도방법, 징계내용·절차 명시

교과부가 체벌 금지여부와 학생 권리보장을 명료화 한 법률 개정 작업을 추진한다. 이는 진보교육감 진영이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상당 수준 희석시키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위탁연구를 수행 중인 교육법연구팀(연구책임자 강인수 수원대 부총장)은 18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체벌, 징계, 사생활․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제시했다.

강인수 부총장이 발표한 법제화 방향은 크게 체벌 허용 여부를 포함한 학생 지도방법과 징계내용·절차는 법과 시행령에 명시하고, 학생의 사생활·표현의 자유는 법에 분명한 규정을 두되, 이를 구현할 세부내용은 조례나 학칙으로 정하자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시행령 제31조 7항에 교사의 지도방법으로 ▲훈계 ▲학생·보호자와 상담 ▲학교 내 자율적인 조정 ▲교실 안 또는 밖에서 별도 학습조치 또는 특별과제 부여 ▲점심시간 또는 방과 후에 근신 조치 ▲학업점수 감점(합리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한해) ▲학급교체 ▲기타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방법을 명시했다. 그러면서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방법은 완전 금지하는 1안과 교사가 신체와 도구를 이용해 고통을 가하는 방법만 금지하는 2안(손들기, 팔굽혀펴기 등은 허용)을 제시했다.

사생활(두발, 복장, 휴대폰 등)의 자유, 표현(언론·출판, 집회·시위 등)의 자유에 대해서는 초중등교육법에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하되, 학교 교육목적에 부합해야 하고, 또 교육활동의 보장, 질서 유지, 타인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신설했다.

학생 지도방법과 징계를 구분하고 징계내용도 보완했다. 퇴학 전단계의 징계로 출석정지를 추가하고, 징계를 대신해 교장이 전학을 시킬 수 있도록 했다. 또 징계 시에는 징계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강 부총장은 “이런 법적 테두리 내에서 시도나 학교 특성에 따라 세부 기준과 절차를 조례나 학칙에서 마련하면 된다”며 “지금처럼 이미 법에서 보장된 내용까지 조례에 중복해 담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고전 제주대 교수는 “인권보장은 16개 지역별로 단위 특성이 반영될 여지보다는 학교급별, 성별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점에서 조례 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행령에서 모든 학교에 통용될 기준을 언급하고, 구체적인 보장기준은 학칙에 위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총 정동섭 학교교육지원본부장도 “조례로 획일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보다는 학교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과부 박정희 학생생활문화팀장은 “조례 제정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견이 없는 것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법제화 작업을 서두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총은 18일 낸 입장에서 “조례나 지침이 아닌 국가 차원의 법령 개정에 나선 것은 옳다”며 “다만 학생 권리보장과 함께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부모 소환제, 출석정지 등 책임과 의무 부분도 강화하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팀의 법제화 안에 대한 현장 교원(320명)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원들은 체벌을 조례보다는 법령에서 규정해야 한다는데 65.6%가 찬성하고, 32.5%가 반대했다. 학생의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법에 근거를 두고 학칙에서 세부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데 59.1%가 응답했고, 이어 ‘학칙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22.2%, ‘법에 근거를 두고 조례로 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17.8%에 그쳤다. 법과 상충되는 조례제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법에 규정할 체벌수위에 대해 교원들은 강 부총장이 제시한 1, 2안 모두 부족하다는 견해다. 체벌 전면 금지(20.3%), 신체․도구를 이용한 체벌은 금지하되 간접체벌(손들기 등)은 허용(22.2%)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학칙에 정한 도구에 의한 체벌까지 허용해야 한다(43.8%)는 응답이 훨씬 높았다.

연구팀이 체벌 외에 제시한 8가지 지도방법에 대해서는 52.8%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실효성이 있다는 반응은 39.1%에 그쳤다. 또 징계에 출석정지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도 ‘불충분하다’(60.3%)는 의견이 ‘충분하다’(37.2%)는 의견보다 많았다. 그렇다면 출석정지 외에 어떤 징계방안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학부모 소환(25.9%), 학생부 기재(19.4%), 강제전학(18.8%)을 꼽았다.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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