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公無私(대공무사)

2010.09.09 17:45:13

"크게 공정하여 사심이 없다"

요즘 외통부의 장관딸 특채 파동을 필두로 공직 곳곳에서 특혜채용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설자들은 이것을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서 옛사람의 관리임용은 어떠했는가를 보자. 춘추시대 진(晉)나라에 기황상(祁黃祥)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평공(平公)이 그에게 “남양의 현령자리가 비었는데 누가 적임자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해호(解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평공이 의아해하며 “해호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라고 말하니, 기황상은 “임금께서는 적임자를 물었지 신의 원수에 대해 물은 것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평공이 그의 추천대로 해호를 임명하니 백성들이 모두 해호를 칭찬했다. 얼마 후 평공이 또 황기상에게 “나라에 도위(都尉)자리가 비었는데 누가 적임자인가?”라고 물었다. 기황상은 “기오(祁午)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평공은 놀라 “기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니오? 어찌 스스로 아들을 추천한단 말이오?”라고 힐난했다. 그러자 황기상은 “임금께서는 적임자를 물었지 신의 아들에 대해 물은 것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평공이 그의 추천대로 기오를 임명하니 백성들이 모두 기오를 칭찬했다. 공자가 이 일을 들고 “훌륭하도다, 기황양의 추천이! 원수라 해서 감추지 않고 아들이라 해서 꺼리지 않았도다. 기황양은 공정하다 하겠다”고 평했다.
 
훗날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하여 ‘대공무사’(大公無私)라고 평가했다. 즉 황기상의 처사가 크게 공정해 사심이 없었다고 칭송한 것이다. 사심이 없다면 자식도 추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장관의 딸이 특채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딸이 특채되도록 과정이 조작됐기 때문이다.

요즘 ‘공정한 사회’가 국가적 모토로 떠올랐다. 공정사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분명한 것은 공정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룰은 권력을 쥔 고위층들이 사심과 사욕을 버려서 그 권력을 이용해 특혜와 같은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는 것이다.
김경천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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