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경쟁의 정책 기조 아래 고교 다양화가 추진되고 혁신학교, 자율형공립고 등이 새로 지정되면서 고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계고가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계 고교 교원들은 사실상 일반계고에 우수 인재를 유치할 길이 없는데다 학교 특성화를 위한 예산지원, 학교 자율권이 없는 상태에서 경쟁에만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범덕 한국국공립일반계고등학교장회 회장(서울언남고 교장)은 “최상위 학생들은 특목고, 자사고로 진학하고 중상위 학생들도 100%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 진학에 유리한 특성화고로 진학하기를 원해 일반계고의 우수 학생 유치가 상당히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고교 다양화나 교육 환경이 열악한 학교 지원도 중요하지만 교육정책이 그 방향으로 치중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다양화나 특성화를 위해 1억~2억원씩 지원받는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반계고에도 피부로 와 닿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재열 경기 안산 초지고 교사도 “일반계고에 대한 지원이나 학교를 특성화할 제도적 환경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원인과 과정은 생략된 채 성과로만 학교를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다”면서 “현장 교사로서 다른 유형 고교의 지원에 비해 차별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재정지원에 있어 자율형 공립고나 혁신학교 등은 일반계고에 비해 1억~2억 원을 추가 지원을 받는다. 등록금의 경우도 일반 공·사립고가 연간 100만~145만 원인 데 비해 자율형 사립고는 이의 3배여서 재정 운용과 활용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이경표 서울배화여고 교장은 “같은 법인 내에 중․고가 함께 있지만 중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이 다른 고교로 진학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면서 “일반계고에서 사실상 승부를 걸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온 사회가 일반계고를 대입 결과 중심의 경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학생, 학부모의 선택을 받는 우수한 학교로 만들지 않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며 “하지만 현실은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은 묶여 있고, 우수 교원 확보도 어려워 사립 일반계고는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반계고의 교육과정 운영은 초·중등교육법을 준수해 교육과정을 20% 증감 운영(필수이수 116단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반면 자율형 공립고는 필수 이수 72단위 이상, 교과군별 이수 단위의 50% 증감이 가능하다.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는 총 이수 단위의 50% 이상(58단위 이상)만 이수하면 되며, 교과군별 이수 단위 준수 의무가 없다. 특목고는 필수이수 62단위에 전문교과 80단위 이상을 이수하면 된다.
한국교총 정책분석팀 장승혁 씨는 “대다수 일반계고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정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단위 학교의 자율권 확대와 함께 일반계고에도 우수학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