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다양화 정책의 틈에서 일반계고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일반계고의 위기, 어느 정도일까.
한국교총이 지난 4월 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원 381명을 상대로 ‘일반계고 교육력 제고를 위한 학교현장 실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원의 86.1%(매우 심각 32%, 심각 54.1%)가 일반계고의 교육경쟁력 저하 수준이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보통 13.1%, 심각하지 않다 0.8%)
또 교원의 81.8%(매우 낮아짐 34.6%, 낮아진 편 47.2%)가 고교 다양화 정책 추진 이전에 비해 일반계 고교 입학생의 성적 수준이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상위권 학생이 특목고, 자율고 등으로 빠져나가고 비교적 대입에 유리한 특성화고가 장학금 혜택 등을 주며 우수 인재 유치에 나서면서 일반계고에 우수 인재 유입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을 교원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 위기상황의 원인은 우수학생 입학 감소 = 교원들은 일반계고가 겪는 위기 상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학생선발권을 가진 학교 증가로 인한 우수학생 입학 감소’(40.4%)를 꼽았다. ‘특목고, 자율고, 마이스터고 등 특수학교들의 난립(26%)’, ‘특목고, 자율고 등에 비해 불리한 제도적 차별’(12.1%), ‘학생의 학업성취도 중심의 고교 평가 풍토’(10.8%), ‘특목고 자율고에 비해 열악한 예산지원’(8.9%), ‘기타’(1.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학생 간의 성취수준 격차가 일반계고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전환점수 612점) 전환점수는 교원들에게 주요 원인을 순위별로 3개를 선택하게 해 총점으로 환산한 결과다. 치열한 입시풍토(489점), 교육과정 편제의 경직성(371점), 학급당 학생수 과다(247점), 대입에서 높은 수능 반영 비율(199점), 교사가 가지는 학생 평가권한 부족(119점), 교원인사제도의 경직성(94점), 수준별 학습자료 개발, 보급의 미흡(75점), 학교회계제도의 경직성(56점) 순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학교 특성화 위해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 예산 지원 절실 = 교원들은 일반계고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자율성의 확대’(전환점수 532점)가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또 ‘학교의 교육프로그램과 교수 방법의 다양화를 위한 재정지원 확대’(399점), ‘낙후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373점)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279점), 학교별 학생에 대한 평가권 확대(266점), 학교별 수업시수 자율성 확대(264점), 학교별 재정운영의 자율성 확대(113점), 기타(36점)가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7일 교과부에 일반계고 지원방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이선영 한국교총 정책개발국장은 “고교 다양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일반계고와 특목고, 자율고가 다 같이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일반계고의 우수 인재 유치와 교육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