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3000여 개 학교 강의해 특성, 대처법 알려
교사 가까이 앉히고 시선 마주치는 것으로도 효과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시행으로 학교에서 생활지도가 어려워지면서 특히 어떤 말로도 통제되지 않고 수업에 방해가 돼 교사를 힘들게 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생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ADHD 학생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물음에 해답을 줄 수 있는 박형배(53·사진) 하이퍼포먼스브레인연구소 소장(정신과 전문의)을 만났다.
정신과 전문의인 박 소장은 6년간 3000여 개 학교에 강의를 해 교육적으로는 풀리지 않는 ADHD의 특성과 대처법에 대해 알려왔다. 그가 ADHD 문제에 이렇게 발 벗고 나선 것은 본인 역시 ADHD, 난독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이런 증상을 가지고도 ‘타고난 기억력’으로 운 좋게 의사가 됐다는 그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보고 싶어 1991년 영남대 의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20년간 ADHD 연구에 매진해왔다.
- ADHD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데.
“학생들 중 3∼5% 정도로 보고 있다. ADHD 학생이 늘어나고 있지만 ADHD가 알려지면서 분류가 잘못되는 경우도 많다. 말을 잘 듣지 않고, 주의가 산만하다고 모두 ADHD는 아니다. 난독증, 학습장애 등 원인은 다를 수 있으니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감별법이 있다면.
“교사는 보면 판단이 가능하다. ADHD 학생은 처음부터 과잉행동이 나타나고 억제되지 않는다. 지겨워서 다른 행동을 하는 것과는 구별되는 특징이다. 확실히 ADHD라고 느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권유하는 것이 가장 좋다.”
- 교사들은 ADHD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먼저 ADHD의 특성을 이해하고,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 ADHD는 전두엽 이상으로 자기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은 물론 수업 전체를 혼란스럽게 한다. 학교에서 골칫거리, 가해자 취급을 받지만 사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충동적으로 과잉행동이 먼저 나오고 의식이 뒤따라오는 혼란 속에 있는 피해자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문제 속에서 건져내 줘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 주의해야 할 점은.
“교사의 행동에 따라 ADHD 학생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교사가 적극적으로 도우면 자연스럽게 반에서 생활하는 등 호전되고, 선입관을 가지고 바로 낙인찍어 고립시켜 버리면 상태가 훨씬 악화된다. 혼나면 혼날수록 더욱 과잉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작은 실수 정도는 너그럽게 넘겨주는 것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칭찬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보통 아이들이 해야 할 행동 기준을 100으로 잡는다면 ADHD는 80∼90% 정도로 기준을 낮춰야 한다.”
- 수업 중 과잉행동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ADHD 학생은 보통 아이들보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 수업 시간 중에도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되도록이면 교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히고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수업 중에 의식적으로 시선을 자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중간에 질문을 하고 학습에 필요한 어떤 것을 시키거나, 가볍게 몸을 건드려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부적절한 행동은 예방할 수 있다. 또 과잉행동이 나타나기 전에 박수를 친다든지 기지개를 펴는 등 그 학생뿐 아니라 학급 전체가 공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학급에 ADHD가 있다면 하루 수업 중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워두고 실천해 보는 것이 좋다.”
- ADHD는 학습부진아가 많은데 지도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ADHD 학생의 학습 수준이나 스타일에 맞게 개별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느리고, 미루고, 끝마치지 못하는 문제로 자기 자신이 실패자로서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게 된다. 이런 자의식은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하루하루의 작은 실패가 계속되면 궁극적으로 실패하는 인생의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DHD 학생에 맞게 적절히 유도하고 케어 해 준다면 이 학생들도 훌륭한 인재로 자라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