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전형, ‘유리하다’ 단정 어려워
진로교육, 손놓고…대안도 마땅찮아
성공사례 “학생별 맞춤형진로가 답”
“교육당국, 학교별 맞는 지원 필요”
“대학 진학도, 직업 진로도 어려우니 참 애매하다.”
전국 일반고 교사들 중 상당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해 애로점을 토로하고 있다. 학생 수급은 물론 재정 지원에서도 자사고, 특성화고에 밀리는 현실에서 한계를 느낀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일단 일반고의 ‘원 목적’이라 할 수 있는 대학입시부터 불리하다.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 신입생의 출신고교 유형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입학생 가운데 일반고 출신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3천369명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46.7%인 1천572명에 그쳤다. 지난해 52.7%였던 것에서 6%포인트 줄어든 수치로, 이는 대입에 처음 등장한 자율고 출신 수험생들이 일반고 출신의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5학년도 대입부터 일반고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모집이 늘어 다소 안도감을 찾고 있지만, 일부 일반고의 경우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충남지역 한 일반고 교사는 “학생부 종합전형은 교육과정 운영이 자유로운 자사고나 특목고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학생부 교과전형도 수능 최저를 반영하기 때문에 일반고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논술전형도 자사고나 특목고에서는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있다”면서 “물론 우수 학생들이 몰리다보니 수능 성적도 뛰어나다. 일반고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의 손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대입이 어려우면 진로교육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역시 만만찮다.
서울지역 한 일반고 교사는 “여러 일반고 내에서 직업교육, 예능교육을 별도로 하거나 거점학교 운영을 해봤으나 효과는 미미하다”라며 “교사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진로교육을 위해 기간제교사로 땜질하니 교육의 질은 저하되고, 거창한 이름으로 진로의 날이니 진로탐색을 위한 강사 초빙 강연이니 하는 것도 일시적인 행사에 그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부 일반고는 현재 위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애매한’ 현 위치가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 개개인에 맞는 진로교육을 한다면 자사고나 특성화고 등에 얼마든지 앞설 수 있다는 게 이들 고교의 설명이다.
이는 실제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서울대에 11명을 진학시키며 작년보다 두 배의 결실을 맺은 서울 서초고(교장 이대영)는 학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개별 진로지도를 한 효과를 봤다. 서울 상문고(교장 이자흠)도 마찬가지다. 남준희 과학교사가 10년 전부터 ‘과학특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최근 전국 과학대회에서 괄목상대한 수상실적을 거두며 올해 대입에서 서울대에 두 자릿수 학생을 진학시키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들 고교는 교육당국이 자신들의 경우를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정책으로 만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주장을 폈다.
서초고 이대영 교장은 “일반고를 학생 각자의 진로를 맞춰주는 학교로 인식에서부터 전환하고, 각 학교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금전적 지원의 경우 사용처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즉, 학교 자율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 역할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당국이 지원에 대한 결과물을 너무 성급하게 요구하거나, 진행사항에 대한 간섭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