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상복지로 학교가 쓰러진다

2014.10.13 10:02:35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현장에서의 안전이 강조되면서 노후화된 학교건물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 당장 쓰러질 것 같은 낡은 건물을 개보수하지 못하는 현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학부모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해진다.

학생 수 줄어도 교육재정 여유 없어

예산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액 없이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만 3~5세 누리과정을 전면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는 ‘내국세 총액이 증가하면서 매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증가하는 반면 학생 수는 감소하기 때문에 유·초·중등교육재정은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모르는 말이다. 학생 수가 줄더라도 학교 수나 학급 수가 그에 비례하지 않는다. 학생이 줄어드는 기간 동안 학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교육비는 학생 수 못지않게 학교 수나 학급 수에 영향을 받는데, 교육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원인건비가 학교·학급 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것이야말로 ‘교육재정 비효율’의 단적인 증거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유·초·중등교육이 여러 가지 교육지표에서 후진적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문제를 간과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사 당 학생 수’는 OECD국가 중 최악이다. 저출산 현상을 고려하더라도 이 수치는 당분간 OECD 평균수준이 되기 힘들뿐더러, 그렇다고 저절로 달성되기를 기다리는 건 너무 안일하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가 여전한 후진적 교육여건에 머물 수는 없다.

특히 교육시설, 인프라 개선은 시급하다. 전국의 초중등학교 건물 2만 여 동 중 20년 이상 된 건물은 절반이 넘고, 35년 이상 된 것만도 20%를 초과한다. 심지어 D, E급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건물도 있다. 전국 초중등학교 건물을 모두 미래형 학교로 재건축하기 위해 약 450조원이 필요하다. 매년 4.5조원씩 투자한다 하더라도 무려 100년이 걸린다. 하지만 미래형 학교는 고사하고 현재의 학교시설을 개보수할 예산여력이 없다.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뺀 가용재원이 절반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건물의 개보수마저 미뤄지고 있다.

재난위험 시설 개보수도 못해

실제로 2010년에 5290억원이던 누리과정이 2014년 1조4497억원으로, 무상급식 지원비는 4845억원에서 2조6853억원으로 급증하면서 교육환경 개선 투자비는 4조2913억원(2010년)에서 2조8238억원(2014년)으로 대폭 감소했다. 더군다나 2013년 말까지 17개 시·도교육청은 모두 3조6000억원 가량의 지방채를 떠안았고, 2014년에도 1조8000억원이 추가됐다.

언제까지 추가재원 확보 없이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전제는 추가 사업과 지출에 대해 해당 금액만큼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이나 교육세 증액, 또는 국고보조금의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다른 모든 지출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예산만큼은 증액했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국가의 장래를 결정짓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는 오랜 기간 영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정이 이와 다르지 않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교육예산 총액을 늘리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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