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원탁토론서 정책홍보·해명만
맞벌이 참석 어려운 평일 오전 개최
참석자 "고교생 부모 의견개진 못해"
서울시교육청에서 9시 등교 등 교육현안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개최한 학부모 원탁 토론이 의견수렴이 아닌 정책홍보의 장으로만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9월 23일부터 현재까지 7차례 ‘조희연과 좋은 교육을 꿈꾸는 OO원탁 @학부모’를 개최했다. 매번 9시 등교가 토론주제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행사 시간은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맞벌이 부모들이 참석할 수 없는 오전 10시~12시다. 서울시의 맞벌이 부부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43.1%다. 가장 큰 우려를 표하고 있고 전체 학부모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집단의 참석을 원천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11일 열린 서부교육지원청 학부모 원탁 토론도 마찬가지였다. 토론 전 조희연 교육감은 “9시 등교 문제가 논란이 됐는데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율로 결정하도록 토론해보자는 것”이라며 제언 대신 9시 등교 관련 보도해명을 했다.
원탁 토론 사회는 진보교육감 단일화 기구인 ‘2014 서울 좋은 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 대변인이었던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이 맡았다. 권 사무처장도 “9시 등교에 대한 오해, 진실, 팩트나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보다 찬반 의견만 나뉘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장에 모인 학부모의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과 반대가 엇비슷했지만 권 사무처장은 “찬성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고 정리하고 토론 절차를 안내했다.
토론은 원탁에 따라 주제별로 이뤄졌다. 참석자 전체 중 9시 등교 찬반 의견이 비슷했는데 9시 등교를 다룬 원탁에서는 유보 의견만 한 명이고, 나머지는 찬성 의견이었다.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진로·직업 또는 진로·진학 모둠에 있었다.
결국, 당사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돌봄’ 확대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비현실적인 결론이 나왔다. 예산이 없어 초등 돌봄도 절반 정도에 달하는 맞벌이 가정 자녀로 확대가 어려운 현실이 무시된 것은 물론이고, 중·고교생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탁에 고교생 부모는 한 명도 없었고, 맞벌이 엄마 한 명만 휴가를 내고 참석한 상황이었다.
토론 후에 권 사무처장이 또 한 번 “부모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의견을 소중히 생각한다”며 “경기도에서 9시 등교에 대해 의견 수렴을 안 했다고 언론보도가 나오는데 경기도교육청이 수렴한 학생 의견을 어른들이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 학생 여론정보 공개’에 대한 답변으로 ‘학교별 조사 결과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한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참다못한 한 학부모가 “사회자가 한쪽으로 의견을 몰아가면 안 된다”고 외쳤다. 진로·직업교육 모둠에 있던 고교생 학부모였다. 그는 행사 후 “고교생 학부모 대부분 의견은 반대”라며 “고교생 학부모들에게 의견 개진의 기회가 없다”고 했다.
더는 돌발발언이 나오지 않았지만 학부모 의견 게시판에 하나둘씩 반대의견이 붙기 시작했다. “등교 시간 9시는 반대합니다. 아이들이 느슨해지고 맞벌이 엄마 출근 시간이 너무 바쁘고 아이들 두고 출근하려니 지각할까 걱정됩니다. 고교생 수능 시간은 어떻게 하란 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