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SNS로 ‘알몸놀이’ 하는 아이들

2014.12.01 14:43:52

성교육 강화, 지금이 골든타임
<中> 가상세계, 브레이크 없는 性

아동음란물 유포 학생 중 초등생이 28% 충격
경찰 “적발 학생들 중 일부 음란물 중독 증상”
인터넷에 동성애, 성경험 누구나 볼 수 있어


스마트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IT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찮다. 특히 ‘청소년의 성의식 왜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스마트폰, SNS는 10대 청소년들의 ‘음란물 유통창구’로 통한다.

음란행위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직접 촬영해 사이트에 올리거나, SNS로 유포하는 일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쉽고, 또 SNS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음란물 등 유해정보의 유포가 갈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경찰에 잇따라 적발되면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0월말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 아동 음란물을 게시하고 유포한 117명을 적발했는데, 이 중 미성년 청소년이 43명이었다. 미성년을 갓 벗어난 20대 초반 대학생까지 범주를 넓히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심지어 초등생이 33명이나 되는 등 음란물 유포 연령대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초등 2학년생도 포함돼 충격을 안겨줬다.

당시 적발사례에 따르면 대부분의 남녀 중·고생이 트위터 팔로워 숫자를 늘리기 위해 자신의 신체 중 은밀한 부위를 촬영해 공유했다. 초·중학생들도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거나 음란물을 게시했다.

실제로 한 여중생은 트위터에 자신의 신체 부위 사진들을 올렸으며, 이를 받아본 이들은 거의 1만 명에 달했다. 또 한 여학생 페이스북에는 음란행위를 하는 사진들로 가득했고, 글 대부분이 음란 대화로 채워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일부 미성년 학생들은 음란물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며 “무심코 촬영해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청소년들은 익명이라는 점을 이용,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성관계나 동성연애, 양성연애 등 성인조차 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조금도 망설임 없이 털어놓기도 한다.

지난 2011년 청소년의 성적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조직한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라는 단체는 이 같은 글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올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저는 반올림해서 열 살 차이나는 사람과 연애하고 있는 청소년이에요.(중략) 그렇게 연애하다가 섹스를 하게 됐어요.(중략) 술에 취해 뽀뽀하고 키스하고 더듬고 그러다 섹스를 하게 됐어요. 콘돔은 없었고요. 그렇게 섹스를 시작한 저희 커플은 시간이 나면 계속 섹스를 하게 됐어요. 콘돔은 계속 없었고요. 임신에 대한 불안이 있었지만 피임을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열다섯 살 때 첫사랑, 그 여자애와 내가 느끼기에 섹스인 행위를 처음 했다. 그 이후에는 남성 애인을 몇 명 사귀었다가, 지금은 레즈비언으로 ‘정체화’ 하고 여성 애인과 나름 알콩달콩 살고 있다...”

이 단체 운영진이 주기적으로 게재하는 글 내용이다. 이 사이트를 본 성인 대부분은 차마 이를 미성년 학생에게 권할 수 없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고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사이트를 둘러본 후 “야설이나 다름없는 글들이 있다”며 “이 글을 통해 아이들이 자칫 왜곡된 성의식을 갖게 될까 두렵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이런 상황을 얼마나 인지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보다 실질적인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대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30대 여성 직장인은 “단체를 만든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행법상 청소년들이 지켜야 할 범위를 넘은 부분들은 지나치다”면서도 “제대로 된 성교육이 없는 상황이니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과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해도 교육부가 성교육에 대한 방향성이나 수위를 자세히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애매하다”라며 “앞서 가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너무 모른 척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병규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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