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공모 20개교 모두 재지정
예산 부당사용 13개교 포함
성취도도 대부분 평균 이하
교총, 감사청구 등 법적 대응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2월 지정이 만료되는 23개 혁신학교 중 재공모에 신청한 20개교 모두를 재지정했다. 이들 학교 중에는 예산 사용지침을 위반하는 등 회계 부정을 저지른 학교도 다수 포함돼 자사고는 2중, 3중으로 평가하면서 혁신학교에는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 2015학년도 서울형 혁신학교로 44개교(초 26, 중 13, 고 5)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신규 지정은 24개교, 내년 2월로 지정기한이 만료되는 재지정 혁신학교가 20개교다.
이 20개교 중 최근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공익감사 청구를 통해 예산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학교만 13개교다. 이 중 예산 지침을 위반하는 회계부정을 저지른 학교도 다수다.
시교육청의 서울형 혁신학교 예산 편성·집행 기준에 ‘교사 연수, 워크숍, 컨설팅 등 교사 관련 운영비용’은 5% 이내로 쓰도록 명시했지만 재지정된 A중은 수업공개 간식비 350만원을 비롯해 교사 연구회와 워크숍 등에 1500만 원이 넘는 돈을 썼다. B중도 1000만원 가까운 돈을 지출했다.
B중과 C초는 인건비 지출이 불가한 서울시의 지원금 전액을 외래강사비로 쓰기도 했다. D초는 시 지원금 1000만원과 혁신학교 지원금 1000만원을 합쳐 교사용 노트북 23대를 구매했다. 이 학교는 공익근무요원 인건비도 혁신학교 지원금으로 줬다. E초의 경우는 청소용역인건비를 혁신학교 지원금으로 줬다.
이 외에도 행정인력이나 외래강사 인건비로 지원금 절반 이상을 쓰거나 축제나 간식비, 정보화기기, 도난방지시스템에 지출한 학교도 다수 재지정됐다.
재지정 혁신학교들은 회계 지침 준수뿐 아니라 교육성과도 부실했다. 재지정 중·고교의 201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보통 이상이 평균 65.4%로 전국 평균인 80.8%에 한참 못 미친다.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10%로 전국 평균 3.9%보다 높다. 전국평균보다 보통 이상 학력이 많은 곳은 금옥여고(85.2%) 한 곳뿐이다. 기초미달 학생이 적은 곳도 북서울중(3.3%) 한 곳뿐이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를 지정했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우수학생 선발효과를 제거하고 학교의 교육력에 의한 학력 향상을 측정하는 학교 향상도 평균도 -1.9%이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이 ‘선발효과’를 거론하며 면접권 폐지를 추진하는 자사고의 학교 향상도 평균은 0.9다. 선발효과와 무관하게 학교의 교육력으로 성적이 향상된 것이다.
이렇게 예산을 부당 사용해 공익감사 청구 대상이 되고 교육성과마저 부실한 학교들이 재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자사고와 달리 재지정 평가를 하지 않고 재공모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재공모 심사 기준은 교직원 역량, 학부모 및 지역사회 협력 가능성, 교육여건, 혁신학교 운영계획이다. 혁신학교 운영 평가나 회계부정에 대한 감점은 없다.
재공모 학교의 심사에서 기존 혁신학교 운영과 관련해 반영된 항목은 자체평가보고서뿐이다. 그런데 이들 학교 중 다수는 자체평가 보고서의 모든 항목에 ‘우수’ 등급을 줬다. 심지어 A중은 예산 지침을 위반한 2013학년도 자체평가보고의 모든 항목에 우수 등급을 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그간 수차례 자사고 지정 취소 추진의 이유 중 하나로 ‘회계부정’을 들었지만 정작 혁신학교의 회계부정은 재공모라는 꼼수를 이용해 눈감아준 것이다.
이런 혁신학교와 자사고 재지정의 이중잣대에 대해 이근표 시교육청 교육과정정책국장은 "혁신학교는 재지정이 아니라 재공모"라면서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시교육청 공모계획과 보도자료에 ‘재지정’이라고 명시해놓고도 다시 공모하는 것이니 재지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총은 시교육청의 혁신학교 확대 발표에 대해 1일 "혁신학교에 대해 예산차별 지원과 관련 적법성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를 요구하겠다"며 "예산 부당 사용 여부에 대해서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감사청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